의사와 약사는 오늘도 안 된다고 말한다 - 의사 약사 친구가 필요한 당신에게
강준.조재소 지음 / 박영스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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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의사와 약사의 말에 융통성 한 스푼을 추가한 친구에게 해주는 건강 이야기


 

아이 셋을 키우면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해왔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네이버 선생님과 육아 선배들,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그래도 가장 신뢰가 가는 대상은 역시 의사였다. 내 몸이면 어느 정도 예측도 가능하고 재량껏 융통성을 발휘해서 자가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낯선 증상을 보이면 온갖 질병을 의심하며 밀려오는 걱정을 잠재우기 위해 병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1시간 넘게 줄을 서서 진료실에 들어가도 명확한 병명을 말해주지 않고 그저 증상에 따른 약만 처방해주고 심해지면 다시 오세요.”라고만 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수없이 많은 바이러스 중 어떤 녀석에 의한 증상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그저 증상에 따른 약을 처방하고 통상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미미한 증상 정도로 병원을 찾지 않으나 병원에 가느냐 마느냐 하는 내적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이 좀 더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의사들은 궁극적으로 완전한 치료를 목적으로 하기때문에’, ‘환자의 자율성을 통제하여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들의 질문에 약간의 변수가 있는 것 같으면 대부분 안 된다고 답변하게 된단다. 이런 통제 사항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환자들이 지킬 수 없는 내용이 많다는 것에 대해 고민한 저자는 지인들의 입장을 고려한 약간의 융통성을 첨가한 이 정도까진 괜찮아느낌의 올바른 건강 지침서를 쓰게 된 것이다. 경험과 사례를 통한 질병에 대한 소개 뒤에 깊이 알아보기코너에서 더 상세한 의학적 정보를 제시해 주어, 일반인에게나 초보 전문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 감기일 경우(염증 소견이 없는) 양방약과 한약 제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불면증 _ 청색광은 멜라토닌의 생성을 가장 많이 억제한다. 불면증을 일으키는 요인 중, 고함량의 종합비타민B가 맞지 않는 경우·항우울제·다이어트약·항경련제·스테로이드 등 복용하는 약물과 연관이 있다.

 

위암 발병률을 높이는 위험 요인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흡연, 과도한 나트륨 섭취, 비만, 음주/ 위를 지키는 10가지 습관(충분히 씹고 삼키기, 기름진 음식 적당히 먹기, 과식과 야식 피하기, 맵고 짠 음식 줄이기, 술과 담배 줄이기, 식사 후 바로 눕지 않기, 빈 속에 커피 마시지 않기, 스트레스 관리하기, 늦은 밤 먹방 시청 자제 하기.)

 

냉감 파스는 갑작스런 염좌(삔 것)로 인한 염증 발생, 부종 초기(48시간 이내)에 사용.

온감 파스는 만성 근육통, 관절염, 신경통 등에 사용.

항생제 처방의 기본 원칙 : 균 감염에 의한 질환이라는 확신이 들 때, 균이 완전히 사멸할 때까지 사용한다.

 

단순 감기는 바이러스이므로 항생제가 불필요하고 대증치료만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옳으며 뒤늦게 항생제를 썼는데 호전되는 경우, 항생제의 효과가 아니라 시기적으로 나을 때가 된 것이다. (부모들의 센 약요구도 항생제 남용의 한 원인이라고 함.)

 

아이 낙상사고시, CT 촬영이 불필요한 상황 : 정상 의식 상태, 전신 검진 시 골절이 관찰되지 않을 때, 0.9m 미만에서 떨어졌을 때, 부모에게 보이는 반응이 정상일 때, 의식 소실이 5초 미만일 때, 3개월 이상 아이가 두혈종(머리에서 잡히는 멍울)이 이마에만 만져질 때.

 

키 크는 묘약은 없다! 키 성장의 큰 적은 비만이다.

예상키 재는 방식: 남자 - ((엄마키)+(아빠 키)+13)/2 , 여자 - ((엄마키)+(아빠키)-13)/2

 

눈 관리 법 : 핸드폰이나 모니터 장시간 볼 경우 의식적으로 눈 깜빡이기와 50분 당 5~10분 휴식 취하기(먼 곳 보거나 눈 감기)

 

먹방과 쿡방에서 고기를 구우며 강조하는 미이야르 반응은 곧 단백질과 당이 결합하여 비가역적인 반응을 일으켜 최종당화산물을 생성한다. 이 당화산물은 체내에 축적되어 노화나 다른 질병을 일으킨다.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소홀함을 넘어 가학적이다. 맵고 짠 음식, 당도 높은 디저트, 끊임없는 스마트폰 사용, 과도한 음주와 흡연 등으로 몸을 고문한다. 모두가 지혜롭게 몸을 사용하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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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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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그게 더 의미가 있을 때에_작가의 말.


김진명

소설가

충청북도 제천에서 고구려를 집필 중이다.

 

지금까지 본 중에서 가장 심플한 저자 소개다. ‘고구려에 대한 애착이 전해지기도 하고, 길게 늘어놓지 않아도 나를 모르는 독자는 없을 거란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어쨌든 멋지다.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김진명이라는 이름 때문에, 왠지 무게감 있는 에세이일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사의식에 대한 우려, 외면의 힘(지식, , 명예, 인간관계, 외모 등) 보다 내면의 힘(소박, 검소, 정직, 자아실현 등)을 기르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등의 진지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의외로 그의 경험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정말 재밌다. 늦은 밤 책을 읽다가 내 웃음소리에 아이들이 깰까 봐 조용히 쿡쿡거려야 했다.

 

외부의 어떤 강한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내면의 힘을 지닌 인물로 자주 언급되는 디오게네스를 또 만났다. “디오게네스여, 말하라. 그대를 위하여 무엇을 해줄까. 나는 세계의 정복자 알렉산더다!”라고 말하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감히 대왕이시여, 해를 가리지 말고 비키시오.”라고 말하는 디오게네스에게 왕도 감탄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일화에서 강조되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이라 말하며 사회에서의 쓸모와 연결이 그닥 잘되지 않지만 오히려 다른 실용적 공부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힘의 우위를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독서법은 그야말로 단순무식했다. 장시간 책보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 재미있는 책들을 양으로 읽어냈고, 만화·문학·사회 과학·철학·종교·자연 과학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 거의 학교 도서관, 타 대학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여러 분야의 독서와 그에 대한 많은 사색 끝에 귀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뇌 속의 데이터베이스와 의식에 결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람의 행동과 생각이라면 무엇이든 낯설어하지 않고 어떤 종류의 소설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이 책에서 조금씩 거론되는 역사, 철학, 문학, 문화, 정치 등에 관련된 글만 보아도 그의 지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할 수 있다. 독서와 사색에 대한 중요성을 또 한 번 절감하게 된다.

 

모두 희극적 삶을 꿈꾸지만 그건 말 그대로 에서나 가능한 삶이다. 저자는 슬픔과 비극은 담은 대화야말로 우리가 타인과 교감하는 진정한 신호이며 배려와 진지함이 사라진 과시적인 가벼운 대화들로 채워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슬픔과 비극을 외면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슬픔과 비극을 가진 사람과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며 상대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안타까움이 무엇인지,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에 대한 사려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_94

 

매우 공감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렵고 힘들게 생각하기를 회피하려는 뇌의 인지적 구두쇠 현상처럼 마음이 힘들고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주는 슬픔과 비극을 피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누군가의 슬픔과 비극이 영원히 그들만의 것일 리 없다. 당장 내게 피해가 없기에 우린 많은 슬픔과 비극을 외면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힘든 일 없어요?”라고 물을 수 없겠으나 각자 주변을 잘 살피고 공감과 위로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당장 OECD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제안한 삶을 잘 사는 방법 세 가지는 다소 이상적이고 지나치게 이타적이지만 나 또한 지향하고 싶은 바이다.

 

하나는 무조건 남을 위해 사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내면의 세계를 가지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개발하는 것이다._104

 

이런 이타심은 김진명의 저서 고구려가 쓰여진 이유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본 교과서에서 임나일본부설을 제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저자는 중국이 밀어붙이는 동북공정의 핵심 목표가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로 둔갑시키는 데 있음을 알고 우리 한국인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먼저 고구려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일념에서 고구려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읽었으나 모두 휘발되어 흔적도 없는 고구려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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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계절 2 - 어느 교수의 전쟁 잊혀진 계절 2
김도형 지음 / 에이에스(도서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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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JMS라는 사이비 교단의 교주 정명석의 끔찍한 만행과 그를 추적해서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김도형과 엑소더스(반JMS단체) 간에 벌어졌던 일들을 그대로 옮긴 이야기다. 지어낸 소설이라고 해도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볼 내용인데,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니 분노와 불쾌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독교인의 시선으로 봐서 더 극도의 혐오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책은 「어느 여대생의 수기」로 시작된다. JMS의 ‘30개론’을 수료하자 간사 언니가 ‘재림예수’라고 불리는 대표 목사 정명석과의 면담에 한서진을 데려간다. 아픈데 없냐 건강한지 봐준다는 이유로 한서진을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 가슴과 팬티 속을 더듬거리며 말한다. 그의 혀 짧은 소리는 왠지 더 역겹게 느껴진다.


“넌 이제 하나님의 애인인겨. 여길 줬으니 애인이잖여. 다른 남자 만나면 싫여.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이여. 주님은 너의 신랑으로 온겨. 널 사랑해 줄라구 온겨. 다른 남자한테 이거 줄겨, 안줄겨. 다른 남자 만날겨?” _p10


10페이지부터 가슴이 답답해 오면서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솔직히 책을 덮고 싶었다. 성추행을 당하고 간사 언니와 보고자(학교마다 지방 교회마다 있는 현지처들-섹스 파트너 또는 애첩들)들에게 항의하자 선택받은 것이고 특별히 기도해 준 것이며 첫날밤 같은 건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것은 거짓말이었고 결국 정명석의 침실에 여러 여성 신도들과 함께 불려갔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포르노 영화를 방불케 했다. 


김도형은 대학 친구의 권유로 JMS의 30개론을 공부하며 교리에서도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데 정명석의 설교는 더 이상하다 느낀다. 늘 팔등신 미녀들을 대동하고 다니는 그는 설교 중에 욕은 예사이고 ‘그랜드 캐년’을 ‘그랜드 개년’이라고 말하는데 신도들이 웃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같은 신도 박지현과 좋은 감정을 나누게 되는데 박지현은 교제를 하려면 정명석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그는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시켜 보려고 JMS에 대해 조사를 하던 중에 정명석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의 폭로 수기를 발견하고 박지현도 그녀와 똑같은 경험을 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때부터 김도형의 JMS 때려잡기가 시작된 것이다.


JMS는 「포장은 종교단체인데 막상 풀어보면 강간, 납치, 폭행, 사기에다가, 성병, 그룹섹스, 낙태까지 범죄 종합세트」 였다. 


JMS와 맞서며 협박은 기본이고 폭행까지 당하고, 함께 반JMS 활동을 하는 친구 김형진과 저자의 아버지는 큰 부상을 입고 입원까지 하게 된다. 그 폭력 테러범들은 알고 보니 모두 JMS 열성 신도들이었고 초등학교 교사와 프로 야구 선수 출신이었다. 정명석은 탈퇴한 여성 신도

황주연 양을 납치, 감금하려다 빌미가 잡혀 그 만행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홍콩으로 도주하지만 홍콩과 대만, 말레이시아, 일본에서도 제 버릇 개 못 주고 여성 신도들을 불러들여 나체쇼에 그룹섹스, 변태 행각을 이어나가며 나라 망신을 제대로 시킨다. 아무것도 모르고 ‘선생님’을 만나러 간 여성 신도들은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감히 교주의 말을 거역하기 어렵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간부들, 보고자들의 말과 감시, 협박이 무서운 어린 여성 신도들은 그렇게 허무하게 더러운 색마교주에게 농락당한다. 


긴긴 싸움 끝에 2009년 2월 ‘징역 10년’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2018년 2월 18일 전자발찌를 차고 다시 세상에 나왔다. 영원히 똥통에 처박아둬도 시원찮을 인간인데 멀쩡히 이 사회에 섞여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 경제적 문제로 길고 험난한 시간을 보내며 저자 김도형도 모른 채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물론 있었다. 그가 멈췄다면, 포기했다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많은 것을  잃고 특수 강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적까지 남기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의 끈기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어긋난 교리와 믿음에 왜 빠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성경을 상고하지 않고 설교만 듣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행위로는 깨끗하게 할 수 없기에 예수님의 피가 필요한 것이다. 정명석의 말대로 인간의 손으로 만진다고 깨끗해진다면 예수님의 죽음은 헛된 것이 되고 만다. 의심이 들면 항상 성경에 비추어 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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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은 아직 - ‘처음 만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 프로젝트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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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최고 걸작은 네 자식이야.” _p242

 


처음 만나는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프로젝트라는 표지에 적힌 소개 문구는 이 책의 매력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 첫 줄부터 다소 쓴소리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이 내게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저자 세오 마이코는 흔히 결손 가정(옮긴이는 이 말이 사람들을 수식하기에 적절하지 않아 쓰기를 꺼려하는 단어라고 하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함)’이라 불리는 형태의 가족을 다룬 감동적인 소설을 주로 쓴다고 한다. 걸작은 아직이 주는 은근한 유머와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실제로 나는 작가는 의도하지 않은 듯한데 내 눈에 눈물이 맺히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에 매료되어 그의 다른 작품들을 빨리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래 권일영 번역가의 평이 나의 감상을 정확하게 대변해 준다.

 

신파로 흐르지 않고, 담담하다 못해 쿨하다는 표현 말고는 찾기 힘든 스타일입니다._p266(옮기고 나서 )

 

주인공 가가노는 대학 졸업 전에 쓴 소설로 신인상을 받은 뒤 자연스럽게 소설가가 된다. 작가가 된 이후로 꼭 필요한 일 외에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사람들과 관계도 없이 글만 쓰던 그는 학창 시절 친구 소네무라가 불러낸 술자리에서 나가하라 미쓰키를 만난다. 눈에 띄게 예뻤지만 거슬리게 큰 목소리로’ TV 프로나 유행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자기가 예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그녀는 그에게 비호감이었다. 술이 그녀의 예쁜 외모만 남겨두고 다른 단점들은 가려주었는지 둘은 하룻밤을 함께 한다. 이 대목에서 본능과 가장 직결된 감각은 시각인가? 과학적으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일이 있은 뒤 3개월 뒤 미쓰키의 임신 소식을 듣고 어떤 액션을 취하기도 전에 미쓰키는 나도 같은 생각이야.”라고 말하며 미쓰키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가노는 양육비를 부담하기로 한다. 가가노가 매달 10만 엔을 보내면 미쓰키는 ‘10만 엔 받았습니다라는 쪽지와 아들의 사진 한 장을 보내며 25년이 흐른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들 도모는 며칠만 신세를 지겠다고 말한다. 가가노는 정말 어리숙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싶은 정도로 관계를 맺는 방법도 적절한 리액션도 배려도 할 줄 모른다. 도모는 가가노에게 히키코모리라고 한다. 히키코모리는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사회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따위로 인하여 사회적인 교류나 활동을 거부한 채 집 안에만 있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그런 그가 도모의 등장으로 조금씩 집 밖의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도모의 재치있는 말과 어설픈 가가노의 말과 행동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가가노는 주로 인간의 추악하고 어두운 면을 다룬 소설을 쓰는데 이 책 속에서 가가노가 연재 중인 소설의 주인공 료스케또한 돈 8만 엔을 구하지 못해 결국 자살하게 되는 엔딩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도모를 통해 3초메 이웃들과 소통하게 되고 작은 것도 나누고 도움을 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추악함이 진짜 인간의 모습인지, 나다운 글은 꼭 이렇게 어두운 내용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28년 동안 찾아뵙지 않았던 부모님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도 생긴다. 28년 동안 찾지 않은 불효막심한 아들을 부모님이 어떻게 대할지 두려운 마음으로 초인종을 누르지만 돌아온 더러운 탕자를 아무 거리낌 없이 얼싸안아준 아버지처럼, 그저 며칠 전에 본 아들 맞이하듯 어색하지 않지만 반갑게 맞아준다. 28년 전 아들이 좋아했던 센베이가 든 깡통을 열어 내미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눈물이 났다. ?

휴가 동안 양가 부모님을 만나 뵙고 왔다. 몸이 약해지는 것도 속상하지만 마음이 약해지시는 모습들이 보이니 나는 그저 세월이 야속하고 슬펐다. 가족이란 참 좋고도 슬픈 존재인가 보다.

 

팩트만 보자면 가가노는 원나잇으로 임신시키고 양육비 10만 엔만 외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단 한 번도 아들을 찾지 않았고 25년 만에 처음 만난 아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 사줄 줄도 모르고 아들이 지낼 방 한 번 들여다보지 않는 비정하고 몰상식한 사람이다. 정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캐릭터지만 미워할 수 없는 어리숙함과 외로움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미성숙한 사람이라 마음이 쓰인다. 그런 그에게 사려 깊고 성실하고 인간미 넘치는 도모는 정말이지 걸작이다. 걸작은 아직이지만, 걸작 아들은 이미 완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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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세계
안수혜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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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뭐든 할래, 나 할 수 있어.”

#막다른세계
#안수혜
#매경출판사

누구나 눈물샘의 아킬레스건이 있을 것이다. 나에겐 엄마와 언니가 바로 그런 존재다. 첫 장면부터 이를 악물어야 했다. 수훈이 엄마의 사망 소식을 들고 학교로 찾아온 이모의 등장은 나에게 ‘엄마를 잃은 아이의 마음’과 ‘언니를 잃은 동생(동생인지 언니인지 확실치 않음)’의 마음에 동시에 감정이입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 후, 방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던 수훈에게 주은은 무당인 할머니가 죽은 사람을 만나는 방법을 알 수도 있다고 말한다. 처음엔 반대하던 할머니도 결국 허락하게 된다. 주은이 함께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둘은 함께 죽은 자들이 사는 막다른 세계로 가서 엄마를 찾을 6번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곳에서 죽은 아이들 민국, 수아, 정연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막다른 세계는 산 사람들의 세상과 똑같은 모습이지만 사람들이 무채색인 것과 선명하고 아름다운 무지개가 늘 떠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그곳은 죽은 지 100일 이내의 망자들과 세상에 미련이나 원한이 많은 망자가 지내는 곳이다. 죽은 자들 중에서도 악귀인 산자의 영혼의 돌을 빼앗으려는 헌터들이 존재한다.

엄마를 찾으려면 엄마가 행복했던, 좋아했던 장소를 알아야 하지만, 막상 수훈은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자신 때문에 접어야 했던 엄마의 꿈이 번역가였던 것도, 무뚝뚝한 아빠의 속마음도, 생전에 무섭기만 했던 할아버지가 속마음은 따뜻한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무자비한 헌터 장백산에게 노출된 수훈과 주은에게 위험이 닥치고 헌터들의 우두머리 길성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엄마를 만나기 위해 왔지만 엄마와는 자꾸 엇갈린다. 수훈이는 엄마와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을까? 무사히 막다른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결론은 말할 수 없지만 시작도 끝도 눈물이 함께 했다.

12살 우리 첫째에게 꼭 읽어보라 권할 생각이다. 엄마뿐만 아니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 지금은 세상 귀찮고 만날 골을 부리는 밉상 동생이지만 막상 어느 날 갑자기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사라진다면 화내고 미워한 마음이 얼마나 괴롭고 슬플지도 느낄 수 있겠지? 나 또한 마찬가지다. 방학이 시작되고 너무 오랜 시간 아이들과 붙어 있다 보니, “저리 가~”, “조용히 해”, “그만 뛰어!”, “말 좀 들어!” 듣기 좋은 말보다 잔소리가 10배는 늘어난 것 같다. 잔소리 안할 수 없지만 그만큼 “좋다~”, “멋지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해야겠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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