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은 아직 - ‘처음 만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 프로젝트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 최고 걸작은 네 자식이야.” _p242

 


처음 만나는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프로젝트라는 표지에 적힌 소개 문구는 이 책의 매력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 첫 줄부터 다소 쓴소리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이 내게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저자 세오 마이코는 흔히 결손 가정(옮긴이는 이 말이 사람들을 수식하기에 적절하지 않아 쓰기를 꺼려하는 단어라고 하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함)’이라 불리는 형태의 가족을 다룬 감동적인 소설을 주로 쓴다고 한다. 걸작은 아직이 주는 은근한 유머와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실제로 나는 작가는 의도하지 않은 듯한데 내 눈에 눈물이 맺히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에 매료되어 그의 다른 작품들을 빨리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래 권일영 번역가의 평이 나의 감상을 정확하게 대변해 준다.

 

신파로 흐르지 않고, 담담하다 못해 쿨하다는 표현 말고는 찾기 힘든 스타일입니다._p266(옮기고 나서 )

 

주인공 가가노는 대학 졸업 전에 쓴 소설로 신인상을 받은 뒤 자연스럽게 소설가가 된다. 작가가 된 이후로 꼭 필요한 일 외에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사람들과 관계도 없이 글만 쓰던 그는 학창 시절 친구 소네무라가 불러낸 술자리에서 나가하라 미쓰키를 만난다. 눈에 띄게 예뻤지만 거슬리게 큰 목소리로’ TV 프로나 유행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자기가 예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그녀는 그에게 비호감이었다. 술이 그녀의 예쁜 외모만 남겨두고 다른 단점들은 가려주었는지 둘은 하룻밤을 함께 한다. 이 대목에서 본능과 가장 직결된 감각은 시각인가? 과학적으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일이 있은 뒤 3개월 뒤 미쓰키의 임신 소식을 듣고 어떤 액션을 취하기도 전에 미쓰키는 나도 같은 생각이야.”라고 말하며 미쓰키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가노는 양육비를 부담하기로 한다. 가가노가 매달 10만 엔을 보내면 미쓰키는 ‘10만 엔 받았습니다라는 쪽지와 아들의 사진 한 장을 보내며 25년이 흐른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들 도모는 며칠만 신세를 지겠다고 말한다. 가가노는 정말 어리숙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싶은 정도로 관계를 맺는 방법도 적절한 리액션도 배려도 할 줄 모른다. 도모는 가가노에게 히키코모리라고 한다. 히키코모리는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사회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따위로 인하여 사회적인 교류나 활동을 거부한 채 집 안에만 있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그런 그가 도모의 등장으로 조금씩 집 밖의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도모의 재치있는 말과 어설픈 가가노의 말과 행동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가가노는 주로 인간의 추악하고 어두운 면을 다룬 소설을 쓰는데 이 책 속에서 가가노가 연재 중인 소설의 주인공 료스케또한 돈 8만 엔을 구하지 못해 결국 자살하게 되는 엔딩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도모를 통해 3초메 이웃들과 소통하게 되고 작은 것도 나누고 도움을 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추악함이 진짜 인간의 모습인지, 나다운 글은 꼭 이렇게 어두운 내용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28년 동안 찾아뵙지 않았던 부모님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도 생긴다. 28년 동안 찾지 않은 불효막심한 아들을 부모님이 어떻게 대할지 두려운 마음으로 초인종을 누르지만 돌아온 더러운 탕자를 아무 거리낌 없이 얼싸안아준 아버지처럼, 그저 며칠 전에 본 아들 맞이하듯 어색하지 않지만 반갑게 맞아준다. 28년 전 아들이 좋아했던 센베이가 든 깡통을 열어 내미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눈물이 났다. ?

휴가 동안 양가 부모님을 만나 뵙고 왔다. 몸이 약해지는 것도 속상하지만 마음이 약해지시는 모습들이 보이니 나는 그저 세월이 야속하고 슬펐다. 가족이란 참 좋고도 슬픈 존재인가 보다.

 

팩트만 보자면 가가노는 원나잇으로 임신시키고 양육비 10만 엔만 외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단 한 번도 아들을 찾지 않았고 25년 만에 처음 만난 아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 사줄 줄도 모르고 아들이 지낼 방 한 번 들여다보지 않는 비정하고 몰상식한 사람이다. 정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캐릭터지만 미워할 수 없는 어리숙함과 외로움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미성숙한 사람이라 마음이 쓰인다. 그런 그에게 사려 깊고 성실하고 인간미 넘치는 도모는 정말이지 걸작이다. 걸작은 아직이지만, 걸작 아들은 이미 완성된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