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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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그게 더 의미가 있을 때에_작가의 말.


김진명

소설가

충청북도 제천에서 고구려를 집필 중이다.

 

지금까지 본 중에서 가장 심플한 저자 소개다. ‘고구려에 대한 애착이 전해지기도 하고, 길게 늘어놓지 않아도 나를 모르는 독자는 없을 거란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어쨌든 멋지다.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김진명이라는 이름 때문에, 왠지 무게감 있는 에세이일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사의식에 대한 우려, 외면의 힘(지식, , 명예, 인간관계, 외모 등) 보다 내면의 힘(소박, 검소, 정직, 자아실현 등)을 기르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등의 진지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의외로 그의 경험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정말 재밌다. 늦은 밤 책을 읽다가 내 웃음소리에 아이들이 깰까 봐 조용히 쿡쿡거려야 했다.

 

외부의 어떤 강한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내면의 힘을 지닌 인물로 자주 언급되는 디오게네스를 또 만났다. “디오게네스여, 말하라. 그대를 위하여 무엇을 해줄까. 나는 세계의 정복자 알렉산더다!”라고 말하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감히 대왕이시여, 해를 가리지 말고 비키시오.”라고 말하는 디오게네스에게 왕도 감탄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일화에서 강조되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이라 말하며 사회에서의 쓸모와 연결이 그닥 잘되지 않지만 오히려 다른 실용적 공부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힘의 우위를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독서법은 그야말로 단순무식했다. 장시간 책보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 재미있는 책들을 양으로 읽어냈고, 만화·문학·사회 과학·철학·종교·자연 과학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 거의 학교 도서관, 타 대학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여러 분야의 독서와 그에 대한 많은 사색 끝에 귀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뇌 속의 데이터베이스와 의식에 결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람의 행동과 생각이라면 무엇이든 낯설어하지 않고 어떤 종류의 소설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이 책에서 조금씩 거론되는 역사, 철학, 문학, 문화, 정치 등에 관련된 글만 보아도 그의 지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할 수 있다. 독서와 사색에 대한 중요성을 또 한 번 절감하게 된다.

 

모두 희극적 삶을 꿈꾸지만 그건 말 그대로 에서나 가능한 삶이다. 저자는 슬픔과 비극은 담은 대화야말로 우리가 타인과 교감하는 진정한 신호이며 배려와 진지함이 사라진 과시적인 가벼운 대화들로 채워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슬픔과 비극을 외면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슬픔과 비극을 가진 사람과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며 상대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안타까움이 무엇인지,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에 대한 사려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_94

 

매우 공감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렵고 힘들게 생각하기를 회피하려는 뇌의 인지적 구두쇠 현상처럼 마음이 힘들고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주는 슬픔과 비극을 피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누군가의 슬픔과 비극이 영원히 그들만의 것일 리 없다. 당장 내게 피해가 없기에 우린 많은 슬픔과 비극을 외면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힘든 일 없어요?”라고 물을 수 없겠으나 각자 주변을 잘 살피고 공감과 위로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당장 OECD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제안한 삶을 잘 사는 방법 세 가지는 다소 이상적이고 지나치게 이타적이지만 나 또한 지향하고 싶은 바이다.

 

하나는 무조건 남을 위해 사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내면의 세계를 가지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개발하는 것이다._104

 

이런 이타심은 김진명의 저서 고구려가 쓰여진 이유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본 교과서에서 임나일본부설을 제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저자는 중국이 밀어붙이는 동북공정의 핵심 목표가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로 둔갑시키는 데 있음을 알고 우리 한국인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먼저 고구려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일념에서 고구려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읽었으나 모두 휘발되어 흔적도 없는 고구려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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