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미선나무에서 아카시아까지 시가 된 꽃과 나무
김승희 외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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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슬픔이사라진다

#이루카 엮고 옮김

#아티초크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면 좋을 거 같지만 마냥 좋기만 할까? 영화 #인사이드아웃 에서 라일라의 마음속에 슬픔이를 가둬두고 슬퍼할 일에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게 했을 때 오히려 라일라는 혼란스러워한다. ‘슬픔이는 죄가 없다. 오히려 눈물로 불편한 감정을 실컷 흘려보내고 감정을 정리하는 시작이 된다. 그렇다면 사라져야 하는 슬픔은 어떤 걸까? 자연스럽게 발생한 이별, 뜻밖의 상실이 아니라 부당한 일로, 억울하게, 타인의 폭력에서 비롯된 슬픔이 아닐까? 대체로 당하는 자들은 약자와 소수일 것이다. 그런 이들에겐 꼭 미선나무꽃을 선물하고 싶다.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는 미선나무의 꽃말이니까.

 

 

 

첫째 아이가 중학생이 된다. 시집을 읽다가 중학교 과정을 훑어보는 과정으로 국어 인강을 듣던 아이가 에 대해 한 말이 생각났다.

 

 

! 시는 정말 음악처럼 정말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네!”

 

아이는 피아노를 배우면서 음악 이론을 꽤 오래 공부했는데 그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결론은 시도 음악이랑 닮아서 흥미롭지만 어렵다는 거였으나, 그 표현이 제법 기특하게 들렸다. 또 어쩜 내 감상이랑 닮은 것도 같다. 시는 흥미롭고 매력적이지만 어렵다.

 

 

한 행을 서너 번 읽는 건 보통이고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도 항복하게 되는 시들의 연속이ㅇ었다. 시인에 대해서 알면 좀더 이해가 쉬울까 해서 시를 읽고, 뒤에 있는 작가 소개를 뒤적여 시인의 이름을 찾았다. 이런 시인이라면 이런 의도로 이런 시를 썼겠구나, 마음대로 추측하기도 하고 도무지 알 수 없기도 했지만, 심장에 꽂히는 표현에 행복하기도 했다.

 

 

<아몬드꽃>_ 토머스 무어

 

 

불행한 때

행복한 때를 꿈꾸면 희망은

잎 없는 가지에 피는

은빛 아몬드꽃처럼 싹튼다네

 

 

왜 아몬드꽃을 희망에 비유했는지 궁금해서 아몬드꽃을 검색해 봤다. 아몬드꽃은 이른 봄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려 유럽과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봄의 전령사로 불리고, 꽃말이 희망이란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그 생리도 생김새도 벚꽃을 닮은 희망을 품은 아몬드꽃은 한 송이만 보면 핑크에 가깝지만 흐드러지게 핀 모습은 은빛이라 해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아몬드꽃하면 고흐가 조카를 위해 혼신을 다한 작품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떠올랐는데 이제는 희망이란 꽃말이 생각날 것 같다.

 

 

 

<오월의 꽃>_ 에밀리 디킨슨(106)

 

분홍색이고 작고 어김없고

향기롭고 키가 작고

사월엔 안 보이고

오월엔 눈에 띄고

이끼에게 소중하고

무덤가에 있다고 하고

모든 인간의 영혼 속

울새와 가까이 있고

싱싱하고 작은 꽃

네가 장식한

자연은

죽음을 거부한다.

 

 

 

스무고개 같은 시다. 도대체 그 오월의 꽃의 정체는 뭘까? 알 도리가 없어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빨강 카네이션>_ 엘라 윌러 윌콕스(110)

 

 

.....

 

그런 뒤 사랑은 불꽃을 보았다.

큰불이 곧 꽃으로 바뀌었다.

그 꽃은 아름답기로나 향기로나

장미마저 부끄럽게 했다.

 

사랑은 꽃을 바라보았고 꽃은 시들지 않았다.

사랑이 그 꽃을 땄고 꽃은 색이 더 선명해졌다.

추위에도 더위에도 기가 꺾이지 않았다.

향기와 빛깔도 변하지 않았다.

 

 

....

 

 

사랑은 그때부터 카네이션 옷을 입었다.

 

 

 

윌콕스에 의하면, 에덴동산에서 영원히 사는 둘만의 상징, ‘죽지 않는 사랑과 정열의 상징이 된 꽃은 카네이션이다. 부모님과 스승의 사랑에 대한 감사함을 품기에 빨강 카네이션이 선정된 이유가 이것일까?

 

 

많은 시인이 장미를 찬미한 만큼 그에 견줄만한 아름다운 꽃을 찾았던 듯하다. 윌콕스도 그러했고 에머슨도 철쭉을 장미의 경쟁자로 노래했다. 제인 테일러도 제비꽃이 낮은 초록 화단에 숨어 있지 않았다면 장미 대신 정자를 꾸밀 수 있었을 거라했다. 나는 빤한 장미를 노래한 시보다 숨은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아는 시들에 더 끌린다.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으로 뽑히기도 한 대한민국 초등학교 졸업한 누구라도 알만큼 유명한 윤동주 시인도 글 쓰는 일은 쉽지 않으셨던가 보다.

 

 

<화원에 꽃이 핀다>_ 윤동주(117)

 

...

 

하나의 꽃밭이 이루어지도록 손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고생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딴은 얼마의 단어를 모아 이 졸문을 지적거리는 데도 내 머리는 그렇게 명철한 것이 못됩니다. 한 해 동안을 내 두뇌로서가 아니라 몸으로서 일일이 헤아려 세포 사이마다 간직해 두어서야 몇 줄의 글이 이루어집니다.

....

봄바람의 고민에 찌들고 녹음의 권태에 시들고, 가을 하늘 감상에 울고, 노변의 사색에 졸다가 이 몇 줄의 글과 나의 화원과 함께 나의 일 년은 이루어집니다.

 

 

 

시 속에서 그 화원에 모여 마음을 나누는 동무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꽂힌다. 더 깊은 그들의 사연이 궁금해지고 이제는 과거가 돼 버려 의미가 없음을 알면서도 그 동무들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그의 시에서 노변은 시끄러운 세상일까? 그렇다면 노변에서 많은 일이 이뤄질 것입니다.”라고 하는 희망적인 마지막 시구에 나의 희망도 보태어 본다. 지금 노변도 보통 시끄럽지 않으니 말이다.

 

 

스페인 내전을 일으킨 프랑코와 군부의 미움을 사 재판도 없이 사형당한 그의 안타까운 인생만큼이나 내 마음에 강렬함을 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 <베를렌>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반딧불이가 인동덩굴에 앉았고 달빛이 물을 찔렀다.”

 

시간으로 채워진 노래가 그늘 속에서 시간을 셌다.”

 

 

오랜만에 시를 음미하게 해준

우리 우주와 아티초크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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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 오늘은 일본 위스키를 마십니다
김대영 지음 / 싱긋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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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위스키100년의여행

#김대영

#싱긋


술이라곤 ‘맥주’, ‘와인’ 밖에 취급하지 않는 내게 느닷없이 찾아온 ‘위스키 책’은 사실 반갑기보단 당황스러웠다. 더구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일본에 대한 묵은 감정도 묘하게 책에 대한 호감을 떨어트렸다.

이럴 땐, 스스로 세뇌하는 방법이 최고다. ‘저자가 무려 22곳의 증류소를 직접 탐방했다니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겠어!’, ‘우리 편집자님께서 엄청 공을 들여 만든 책이라고 하셨으니 재밌을 거야!’, ‘내가 위스키 알못에서 위스키 좀 아는 여자가 되는 건 멋진 일이잖아!’

책을 펼치자 앞선 걱정들이 슬며시 모습을 감췄다. 유튜브 <주락이월드> 진행자이신 조승원님의 추천사에 책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고, 서문을 보고 작가에 대한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1장, ‘일본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위스키에 일자무식인 나를 위한 맞춤 수업처럼 위스키 제조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난 이제 몰트가 ‘보리를 싹 틔운 뒤 건조한 것’이고 건조 방식에 따라 ‘논피트 몰트’와 ‘피티드 몰트’로 나뉜다는 것도 안다.

위스키 제조 과정도 설명할 수 있다.

몰트를 ‘분쇄’(크기에 따라 허스크, 그리츠, 플러워로 나뉨)→ 뜨거운 물에 분쇄한 몰트를 넣어 몰트 속 전분을 ‘당화’→ 당화 과정으로 만들어진 액체(맥즙;wort)를 냉각 후 효모를 첨가해 ‘발효’→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 액체(워시;wash)를 초류기, 재류기에서 가열해 ‘증류’→ 위스키 스피릿 or 뉴 에이크 스피릿 생성→ 오크통에 담아 ‘숙성’

스카치위스키(스코틀랜드산 위스키)와 재패니즈 위스키의 결정적 차이는 일본 위스키가 어떻게 특별히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와 연관된다. 스카치는 과거부터 증류소 간 위스키 교환이나 매매가 활발했던 반면, 일본은 ‘원주 교환 문화’가 아예 없다. 이런 문화는 자칫 잘못하면 과다생산 또는 과소생산으로 피해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지만, 이상향의 위스키를 좇아 생산단계부터 기획해 모든 위스키 제품 품질을 자사에서 관리할 수 있고, 위스키 원주의 다양성을 스스로 추구해야 하므로 개성 있는 위스키를 다수 보유하는 장점도 있다. 이 결정적 차이가 세계에서 각광받는 재패니즈 위스키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장에선 일본 위스키 선구자들이 걸어온 길이란 제목으로 일본 위스키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산토리, 닛카의 설립과 과정, 각 회사 소유의 증류소들을 소개한다. 산토리를 만든 토리이 신지로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나는 닛카를 설립한 ‘타케츠루 마사타카’라는 인물에 더 호감이 갔다. 1차 세계대전 말기에 스코틀랜드로 배와 기차를 갈아타며 가는 건 목숨을 건 일이었지만 위스키에 대한 열정 하나로 배에 오른다. 치열하게 배우고 기록하고 운명의 여인 리타도 만나 결혼해 일본으로 돌아오지만, 호황이 끝나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위스키 제조의 꿈을 잠시 접게 된다. 그가 유독 마음에 들었던 건 일에 대한 강한 집념과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그리고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리타에 대한 사랑을 담아 만든 ‘슈퍼 닛카’는 다른 어떤 위스키보다 부드럽고 낭만적인 곡선의 병에 담겨 로맨틱함이 배가 된 느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맞지만 나는 ‘아는 만큼 좋아하게 된다.’라는 말을 독서를 통해 자주 경험했다. 어느 버스 기사님의 에세이를 읽고 나서 버스 기사님들을 더 좋은 마음으로 대하게 됐고, ‘나무’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 그냥 스쳐 지나가던 나무들도 괜히 한 번 쓰다듬게 되기도 했다. 래연 작가님의 <바람 구두를 신은 피노키오>란 책을 읽고 나서 잘 알지도 못했던 인형극에 부쩍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을 통해 나는 위스키와도 친해진 기분이다. 저자가 ‘향이 아주 달콤한데 알코올 도수가 낮아 코에 잔을 가까이 대고 한참을 맡아도 거부감이 없고 잘 익은 복숭아, 솜사탕의 단맛에 약간 태우먹은 달고나, 그리고 그 끝에 기분 좋은 오크 스파이시’라고 평한 ‘츠루’는 꼭 한 번 마셔보고 싶다.

교유당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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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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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종용하는 빤한 트랜드를 추종하기보다 빈 종이 앞에서 구구절절 자신만의 이야기로 쓰고 담고 그려낼 수 있다면, 누구라도 감동과 의지의 경계를 끝없이 넘나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인간만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_63




올해 감사하게도 세종국어문화원 글쓰기 신문 집필 위원이 되었어요. 집필 위원들은 매달 글 한 편을 써서 원고를 제출해요. 저는 원고 마감 날짜가 다가오는데 통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막막해하던 차에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를 읽다 위의 문장을 만났어요. ‘구구절절 자신만의 이야기로 쓰는 일’이 ‘인간만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는 말에 갑자기 쓰고 싶은 욕구가 불끈 솟아나 짧은 글이지만 원고를 완성했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요. ‘페라리의 디자인하우스로 알려진 피닌파리나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를 거쳐 현재 뮌헨에 위치한 전기차 니오의 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 하고’ 있는 경력이 화려한 자동차 디자이너 박찬휘 작가의 글을 읽는 내내 고무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은 글을 쓰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예요.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흥미롭지만, 특히 ‘디자인’이란 단어가 현재의 의미로 통용되기까지 과정은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줘도 재미있어할 만한 이야기였어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처음 ‘디자인’은 단순히 특정 기계나 물건의 편리한 제조를 위해 하는 ‘설계’의 의미가 컸다고 해요. 같은 설계(디자인)의 물건을 너도나도 찍어내듯 만들어대 경쟁력이 없어지자 차별화가 필요했고 더 예쁘고 더 특별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이 지금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고 해요.



디자인이 예술인가?
글 꼭지의 제목이에요. 저는 디자인도 일종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아리송하다면 구별하는 신박한 방법이 있어요.


「한마디로 예술은 구구절절 사연을 가져도 되지만, 디자인은 이러저러한 설명이 추가되는 순간 이미 망했다고 봐야 한다. 희망이 없는 것이다.」 _45

그 외에도 ‘예술은 위로’하는 반면, 디자인은 ‘자극’한다는 구별법도 있어요. 결국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디자인은 사도록, 갖고 싶게끔 대중을 자극한다는 의미 같아요.


책을 읽는 내내 배울 점이 많고 생각이 통하는 멋진 선배(?)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인공지능이 무서울 만큼 성장한 현대에 우리가 끊임없이 창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이나 직관적이고 단호한 단순함에 대한 깊은 사유, 코로나 3년으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교감에 대한 고민, 허상의 이웃들과 팔로우에 집착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아들 단우를 통해 깨달은 거리를 두는 일의 가치, 창의성의 대표와 같은 디자인에서도 보편의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의 이야기들은 지루할 틈 없이 이어져요. 어떠한 강요도 없이 그저 자기 생각을 편안하게 이끌어가지만, 힘이 있는 박찬휘 작가의 글이 좋아졌어요.





「들춰봄은 나와 우리를 지혜롭게 만든다. 관성적인 지식은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_74


「관조할 수 없는 기회가 없다. 여백이 없다면 생각은 복잡해진다. 단순해지기 어렵다는 말이다.」 _135


「안타까운 지난 삼 년 동안 어긋난 성장판으로 자란 세대에게 실재하는 것과의 빈번한 교감은 시급한 문제다. 교감을 잃은 상실의 시간을 어떻게 벌충해야 할지는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는 숙제다.」 _163


「잉여된 관계보다는 고독이 필요하다.」 _172


「보편성은 곧 공감이다. 아무 말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인간만의 암구어다.」 _303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것에 매몰되어가는 오늘날, 남이 하지 못한 특별한 생각을 찾기 위해선 각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일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시장의 상황을 빗대어 생각하고 타인의 취향을 발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고유한 자신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특별하면서 ‘나답게’ 생각할 수 있는 법이다.」 _317


「이야기가 깃들 때 생각과 사물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다.」 _322


우리 모두 유일무이한 한 사람이기에 유일무이한 내 이야기를 풀어내 유일무이한 존재를 탄생시킬 수 있겠죠? 나다운 나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교유당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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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악마를 꺼내지 마세요 -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 이진숙이 만난 악마를 꺼낸 사람들
이진숙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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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선택이고 버티기로 결정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다. 선택에는 늘 책임이 따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행복과 만족도가 크게 좌우되는데 버텨 내지 않고 포기하기를 선택하는 순간, 나는 희망이 없는 삶을 책임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내안의악마를꺼내지마세요

#이진숙

#행성B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은 참 멋있어 보였다. 영화나 소설에서 접하는 게 더 익숙한 어쩐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기도 했다. 그런 직업을 가진, 더구나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가 만난 악마를 꺼낸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동하기 충분했다.

 

 

 

악마를 꺼내고야 만 사람들의 잔인한 범죄 이야기를 읽으며 몸서리쳤다. 그런 상대와 마주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털이 쭈뼛 설 것 같은데 프로파일러는 어떤 감정적 반응도 개인적 판단 없이 그저 심리치료사가 내담자를 대하듯 경청해야 한다. 그 사람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진술하게 하려면 도덕적, 윤리적 판단도 일단은 미뤄둬야 한다. 얼마나 훈련이 되어야 이게 가능할까 싶다.

 

 

 

수사관들 앞에서 비협조적이던 범죄자들도 프로파일러 앞에서 자기 범죄 사실을 진술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오래된 상처까지 꺼내 보인다. ‘경청(온몸으로 집중해서 듣는 일)’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경청은 프로파일러나 심리치료사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친구, 연인 사이에서 모두에게 꼭 필요한 소통 방법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더 글로리를 연상하게 하는 학교폭력 사건>은 특히 그런 생각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라고 한 피해자에게 [2800만 원을 갚지 않고 빌리기만 하고, 휴지를 말아 발가락 사이에 끼워 불을 붙이고, 주짓수를 하고, 헤드록을 걸며 수없이 폭행하고선 이 모든 걸 장난이었다고 말한] 피의자는 태생부터 괴물이었을까? 장애가 있는 형으로 인해 제대로 된 돌봄이 부재했고 형의 장애로 인해 놀림을 받고 왕따를 당했지만, 부모에게도 위로받거나 의지할 수 없었던 피의자의 어린 시절 경험이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듯 범죄와 무관하다 할 수도 없다.

 

 

 

 

예전에는 그루밍 성범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가스라이터들은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외롭고 마음을 털어놓을 어른이 없는 미성숙한 어린이나 청소년을 타깃으로 선택한다는 사실과 그 과정을 자세히 보고 나니 그런 범죄가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하지 말라 잔소리만 하지만, 뭔가 불만이 가득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의 아이들에게 그들은 괜찮다, 힘들겠다.’ 공감하고 위로해주니 당연히 마음이 가겠구나 싶다. 내 아이가 부모가 아닌 생판 모르는 어른을 의지한다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을 이야기를 귀찮게 여기지 말고 경청하자고 다시 다짐하게 된다. 어떤 일도 아이보다 중요하지 않을테니.

 

 

 

 

 

사랑받는 경험, 보호받는 경험, 경청의 경험, 양육 환경과 사회 제도적 보조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느낀다. 부모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성과 책임감은 아이만 낳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내가 받아본 경험이 있어야 줄 수 있는 게 사랑이고 사랑이 있으면 아이에 대한 희생과 책임감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낳아 사랑하고 잘 키우는데 집중할 수 있게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함도 당연하다.

 

 

 

 

 

저자는 악마를 꺼낸 사람들의 공통점이 결국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범행을 선택하고 실행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라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내가 범죄자들이 경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고 100% 확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 같은 상황에서도 악마를 꺼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건 어떻게 가능할까?

 

 

 

친절하게도 그 답도 담아 놓았다. 다양한 범죄 사례를 통해 피해자나 피의자가 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게 돕는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자녀로서,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자기의 위치에서 누구나 위기 상황이 올 수 있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함 바람이 담긴 책이다.

 

 

 

어린 시절 경험은 어른들의 책임이지만 성인이 되었다면 현재는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 누구나 자신을 돌볼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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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우리말 생각 사전
우리말알림이팀 지음, 김푸른 그림, 조현용 원작 / 주니어마리(마리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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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은 좋은 생각을 담고 있고, 못생긴 말은 삐뚤어진 못난 생각을 담고 있어요. 이게 바로 말의 비밀이에요.’

 

 





 

#초등학생을위한우리말생각사전

#조현용 원작 #우리말알림이팀 글

#주니어마리

 

 

우리말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말 연구가이자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한국어 전공 전공 교수이신 조현용 작가님은 어린이들에게 좋은 생각이 담긴 우리말을 알려 주고 싶어초등학생을 위한 우리말 생각 사전을 펴내셨다고 해요. 작가님이 쓰신 우리말 선물, 우리말 지혜, 우리말 교실, 우리말 소망책 속에서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말을 뽑아 우리말 연구하는 선생님들의 모임인 #우리말알림이팀 과 글로 엮은 책이랍니다. 소중한 우리말을 이렇게 연구하고 지키고 전파하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계셔서 고맙고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가장 아름답다 : 훌륭하고 멋지다

 

옛 우리말에서 아름라는 의미였다죠. ‘아름답다다는 말은 나답다라는 뜻이 되는 거죠. 최근 막을 내린 싱어게인을 참 열정적으로 봤던 막내가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이런 말을 했어요.

 

엄마, 근데 목소리가 다 같으면 노래도 다 똑같을 거잖아. 다 다르니까 재미있고 오디션도 뽑을 수 있고 그런 거잖아.”

 

당연한 소리 같지만 서로 다름이 당연하고 필요한 이유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말이잖아요. 괜히 기특해 맞다고 마구 맞장구를 쳐주었지요. 각자가 각각 다른 나다울 때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따라하기 보단 나다움의 예쁨을 찾아보라고 말해요.

 

 

 

 

 

 

-넌 사람을 봤는데 인사도 안하니? : 사람을 마주하거나 헤어질 때 예의를 표시하는 일.

 

카페나 음식점에 들어서면 안녕하냐는 인사를 받고, 그곳을 나올 땐 안녕히 가라는 인사를 받죠. 그런 인사는 일상적이고 습관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실 별다른 감흥이 없는데요. 이상하게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인사를 나는 했는데 점원이 하지 않으면 기분이 살짝 언짢아지더라고요. 물론 보지 못했거나 많이 바쁠 경우는 제외하고요.

 

 

 

작가님은 인사가 서로를 존중하는 일이라고 해요. 인사를 돌려받지 못했을 때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언짢아지는 거였나 봅니다. ‘인사(人事)’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우리 조상들이 인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도 알게 되네요. 인사란 참 좋은 거 같아요. 인사 하나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거든요. 제가 버스 기사님께 인사를 하면 생각도 안 했다가 받은 인사에 미처 답을 못하시는 분도 있으시고 뒤늦게라도 꼭 예~ 하고 답해주시는 분도 있으시고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는 분도 계신대요. 결과적으로 모두 인사를 받고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걸 느끼거든요.

 

 

+생각해 보기

인사를 하는 게 어렵다면 인사를 잘 하는 사람을 관찰해 따라 해 봅시다. 어떤 얼굴과 표정과 말투를 가지고 있나요?

 

 

 

 

-까짓것, 별것 아니니까 툭툭 털어 버려 : 별것 아닌 것, 대수롭지 않은 것.

 

아무리 슬퍼도, 아무리 화나도, 아무리 짜증 나도 통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까짓것!”

 

아니 정말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없네요. 이 책에 좋은 말들과 또 몰랐던 의미를 품고 있는 우리 말이 많은데요. 까짓것은 이상하게 제게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잘 보면, ‘까지라는 말과 관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말 속에는 그 정도까지는 괜찮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봐도 좋겠네요. ‘까짓것의 범위가 넓어지면 마음도 덜 괴롭고 우울함도 줄어들어요._124

 

평소 잘 알던 말이지만 이 말이 가진 힘을 과소평가 해왔던 것 같아요. 소소한 안 좋은 감정들에 휘둘리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대범함을 주는, 또 왠지 뭐든 도전해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말이 까짓것인 것 같아요. ^^

 

 

 

욕과 비속어, 줄임말, 놀리는 말, 감탄사를 빼면, 아이들은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말이 손상되어가는 요즘, 이런 책은 정말 귀하네요. 늘 귀한책 만들어 주시는 마리북스에 감사드립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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