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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악마를 꺼내지 마세요 -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 이진숙이 만난 악마를 꺼낸 사람들
이진숙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2월
평점 :
「‘행복도 선택’이고 ‘버티기로 결정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다. 선택에는 늘 책임이 따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행복과 만족도가 크게 좌우되는데 버텨 내지 않고 포기하기를 선택하는 순간, 나는 희망이 없는 삶을 책임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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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은 참 멋있어 보였다. 영화나 소설에서 접하는 게 더 익숙한 어쩐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기도 했다. 그런 직업을 가진, 더구나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가 만난 악마를 꺼낸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동하기 충분했다.
악마를 꺼내고야 만 사람들의 잔인한 범죄 이야기를 읽으며 몸서리쳤다. 그런 상대와 마주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털이 쭈뼛 설 것 같은데 프로파일러는 어떤 감정적 반응도 개인적 판단 없이 그저 심리치료사가 내담자를 대하듯 경청해야 한다. 그 사람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진술하게 하려면 도덕적, 윤리적 판단도 일단은 미뤄둬야 한다. 얼마나 훈련이 되어야 이게 가능할까 싶다.
수사관들 앞에서 비협조적이던 범죄자들도 프로파일러 앞에서 자기 범죄 사실을 진술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오래된 상처까지 꺼내 보인다. ‘경청(온몸으로 집중해서 듣는 일)’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경청’은 프로파일러나 심리치료사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친구, 연인 사이에서 모두에게 꼭 필요한 소통 방법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더 글로리를 연상하게 하는 학교폭력 사건>은 특히 그런 생각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라고 한 피해자에게 [2800만 원을 갚지 않고 빌리기만 하고, 휴지를 말아 발가락 사이에 끼워 불을 붙이고, 주짓수를 하고, 헤드록을 걸며 수없이 폭행하고선 이 모든 걸 장난이었다고 말한] 피의자는 태생부터 괴물이었을까? 장애가 있는 형으로 인해 제대로 된 돌봄이 부재했고 형의 장애로 인해 놀림을 받고 왕따를 당했지만, 부모에게도 위로받거나 의지할 수 없었던 피의자의 어린 시절 경험이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듯 범죄와 무관하다 할 수도 없다.
예전에는 그루밍 성범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가스라이터들은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외롭고 마음을 털어놓을 어른이 없는 미성숙한 어린이나 청소년을 타깃으로 선택한다는 사실과 그 과정을 자세히 보고 나니 그런 범죄가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하지 말라 잔소리만 하지만, 뭔가 불만이 가득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의 아이들에게 그들은 ‘괜찮다, 힘들겠다.’ 공감하고 위로해주니 당연히 마음이 가겠구나 싶다. 내 아이가 부모가 아닌 생판 모르는 어른을 의지한다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을 이야기를 귀찮게 여기지 말고 경청하자고 다시 다짐하게 된다. 어떤 일도 아이보다 중요하지 않을테니.
사랑받는 경험, 보호받는 경험, 경청의 경험, 양육 환경과 사회 제도적 보조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느낀다. 부모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성과 책임감은 아이만 낳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내가 받아본 경험이 있어야 줄 수 있는 게 사랑이고 사랑이 있으면 아이에 대한 희생과 책임감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낳아 사랑하고 잘 키우는데 집중할 수 있게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함도 당연하다.
저자는 악마를 꺼낸 사람들의 공통점이 ‘결국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범행을 선택하고 실행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라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내가 범죄자들이 경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고 100% 확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 같은 상황에서도 악마를 꺼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건 어떻게 가능할까?
친절하게도 그 답도 담아 놓았다. 다양한 범죄 사례를 통해 피해자나 피의자가 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게 돕는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자녀로서,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자기의 위치에서 누구나 위기 상황이 올 수 있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함 바람이 담긴 책이다.
“어린 시절 경험은 어른들의 책임이지만 성인이 되었다면 현재는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 누구나 자신을 돌볼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