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큼발칙한 그녀의 고단수 연애 백서 - 처음 만나 3개월, 내 남자를 사로잡는 달콤한 연애 기술
킴 피셔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연애에도 트렌드가 있어서 연상녀와 연하남, 그것도 6년 이상은 연하인 털 보숭보숭할 놈과의 연애질, 또는 이혼녀와 총각의 연애질이 온통 강세다. 저런 드라마 속 연애질을 보고 있으면 난 뭐 하나 이 시대와 발 맞춰 가는 게 없다. 아,  이 패셔너블하지 않음이여!

트렌드는 고사하고 연애나 하면 좋겠다.

연애는 이상하게 처음엔 설레이고 작은 거 하나에도 의미를 담고 그가 무슨 말만 하면 그날 일기에 쓰면서 무슨 의미인지 곱씹어 보고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뭐 시들시들, 내가 질리거나 그가 질리거나 내가 차이거나 그가 차거나. 아, 내가 차였나? 뭐 아무려면 어때, 어차피 끝난 연애인데.

그래서 연애라면 지긋지긋해 하다가도 또 은근슬쩍 괜찮은 남자 하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나 않나 하늘 한 번 쳐다 보고 안 떨어져서 땅 보고 한숨 쉬고.인터넷에서 연애 심리를 클릭하고 별자리에서 애정운을 살펴도 보고 아, 그래도 귀인은 동서남북 어디에서도 오지 않아 파니핑크처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속으로 울부짖고 있다가 처음 만나 삼 개월째 연애하고 있는 여자의 거침없이 솔직하고 적나라한 속살이 드러나는 고단수 연애백서를 보게 되었다.

 속이 시원하다. 여자들의 이야기는 책으로 풀어놓아도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난 후련함이 있다.

 그래, 연애 뭐 별 거냐.

두려워 말고, 연애 끝나도 사랑은 다시 오고,  하늘에서 남자가 안 떨어지면 내가 어느 남자 앞에 떨어져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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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인생 하류 인생 - 위기의 중산층을 위한 자산 만들기 프로젝트
김의경 지음 / 갈매나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서점에 가면 정말 재테크에 대한 책들이 널려 있다. 이제 10억쯤 버는 것은 우습고, 착한 여자는 부자가 될 수 없고, 나이별로 알아야 할 경제학들이 있고, 주식은 이것만 알면 성공하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아직 이런 책들을 안 읽어서 10억은 생각조차 못 하는 걸까. 경제라기 보다는 재테크가 주목적인, 그래서 경제의 흐름을 잘 읽어 '내 돈 불리기'가 주목적인 이 추세는 다이어트와 다를 바 없다고 여겨진다. 시중에 얼마나 많은 다이어트 비법이 돌아다닌는지 생각해 보라. 누구나 뺄 수 있다는데 정말 누구나 뺐느냐 말이다. 오히려 비만이 죄악시 되고 외모지상주의만 더 낳지 않았는가 말이다.

경제 경영서, 재테크 목적의 글들도 어쩌면 황금만능주의만 불러오는 건 아닐까, 쉽게 부자되는 법이라고 사람만 유인하고 실은 공갈빵인 건 아닐까 하는 것이 평소의 재테크 관련 경제경영서에 대한 내 생각이었다. 게다가 나는 경제 깡통에, 재테크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케세라 세라'족이었다. 될 대로 되라지, 뭐 굶어죽기야 하겠어...

이런 내가 어쩌다 <상류인생 하류인생>을 보게 되었다. 사실 아닌 척 해도 돈이 많은 걸 싫어할 리는 없잖은가. 살이 빠질 리 없잖아 하면서도 남몰래 다이어트 책 구입하는 것처럼 부자가 될 리 없잖아 하면서도 또 남몰래 이 책을 구입했다.

나같은 경제무지랭이조차 이해하기 쉬운 글이었다. 또 뜻하지 않게 중요한 것을 하나 얻었다. 부자되는 지름길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일의 가장 중요한 시발점, 동기의식, 모티브, 고갱이, 핵심, 코어, 중추엔진, 추동력 같은 것들, 그러니까 각성의 힘, 그래서 행동으로 이어질 원동력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책이 단순히 물질만능을 부추겨 10억, 20억만이 최고처럼 여겨지는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을 꼬시기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의 지금 현실을 알고, 이 현실이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말한다.

지금 당신을 파악하라,  지금 당신의 현실을 파악하고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파악하라.

지금 당신이 처한 자리에 대한 자각이 바로 미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들어서게 하는 바로 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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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은12살 2007-03-2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지 모르게 불안한 세상입니다. 상류로 굳이 올라가고 싶은 갈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류로 추락하는 것은 솔직히 용납이 안되는... 저 같은 사람이 읽고 정신차리자는 말씀인가요? ㅋㅋ
 
버지니아 울프 - 시대를 앞서 간 불온한 매력 푸른숲 비오스(Prun Soop Bios) 7
나이젤 니콜슨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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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고, 그래선지 평생 성적으로 문제를 지녔다.
그러면서도 결혼을 하고 남편을 사랑했지만, 동성애를 통해 비로소 진짜 사랑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일찍부터 정신병으로 고생하다가 끝내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이름에 대해서라면
'박인환'인가 하는 시인의 '목마와 숙녀'인가 하는 시에서 처음 들었고
(정확히는 시화 같은 표지의 300원짜리 스프링 연습장이 풍미하던 시절에  처음 읽었고)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서라면
영화 <The Hours>에서 시라노 드 벨주락의 코처럼 하고 나온
니콜 키드만이 분한 '버지니아 울프'로 처음 알았고
(그러니까 돌을 주머니에 넣고는 수영도 할 줄 알면서 물 속에 잠겨서 자살했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책에 대해서라면
<댈러웨이 부인>, <세월> 정도가 있다는 것만 알고 읽은 것은 하나도 없으며
(아니다. 단편 하나는 읽었다!)

심지어는 영화 <올란도>를 보고 나서 한참 후에야
<올란도>가 버지니아 울프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친구가 선물처럼 던져 준 <버지니아 울프-시대를 앞서 간 불온한 매력>을 통해
버지니아 울프가 대충 어떻게 살았는지는 알았지만 뭐 그렇게까지 불온한 매력을
느끼지는 않았다. 만일 내가 버지니아 울프 주위의 인물이었다면 그녀로부터
돌려 말하는 무시를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 바네사가 남편과 살다가 남편 대신 새 애인을 만나
'남편과 새 애인'과 살다가, 새 애인이 헌 애인이 되고 또다른 새 애인을 만나
'남편과 헌 애인이 된 새 애인과 또다른 새 애인'과 함께 살았다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지만, (그러면서도 여자 애인도 있었다는 사실까지)

블룸즈버리식 우정을 빙자하여 몇몇 구절들을 옮기자면 이렇다.

 
1. 즐거운 무례함의 능력
   :  버지니아에게 부족한 것이 '즐거운 무례함의 능력'이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2. 삶에 대한 미친 관점
  : 음, 정말이지.

3.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들
 :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들, 이라는 구절에서 갑자기 삶의 비밀이 느껴지는 바람에 그만.
   그런데 그만 삶의 비밀을 잊었다.

4. 공적으로 블룸즈버리 그룹은 부끄럼을 탄 것은 아니지만  말수가 적었다.
    고립되긴 했어도 자기들끼리는 의사소통을 하는  저수지 안에 자리 잡은 격이었다.

  : 이른바 '블룸즈버리식 우정'이라고 명하는.
    이 그룹에 E.M.포스터가 있었고 우연히도 내가 다음에 읽으려는 책이
    E.M.포스터의 <모리스>이고.

5. 하지만 내 나이에 내 버릇을 가지고  어떻게 세계의 방식을 따를 수가 있나?
  : 힘들어서 그만.

6. "언니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녀는 바네사에게 물었다.  진실을 밝혀야 하나,
    아니면 타협을 해야 하나?

    "내게 관점을 줘.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 얼굴을 붉히지 않게 사랑을 다룰 수 있는지 말야."

    바네사가 대답했다.
   "네가 우리 모두의 얼굴을 붉히는 일에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아. 어떻게도, 그리고 누구도 오래  낯을 붉히지 않을
    거고......유일하게 중요한 일은 젊은 세대를 위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흠잡을 데 없는 이런 블룸즈버리식 선언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는 타협을 하였다.
    바네사와 로저(정신병력을 지닌 바네사의 여자 애인)의 관계를 그냥 점잖게
   '그들의 우정'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7. "전쟁이 만들어낸 어떤 감정도 좋아하지 않는다.
     애국심, 진짜 감정에 대한 감상적이고 감정적인 모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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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자의 철학 - 혼합의 시대를 즐기는 인간의 조건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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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아침 >

음악을 틀었다. <봄날은 간다>의 첫머리가 나오자마자 갑자기 가슴이 싸아해진다.
그러더니 덜컥 눈물이 나고 만다. 우아하게 한 두 줄기 흐르는 눈물이 아니라 눈 붓고
코 붉어지는 그런 울음이다. 내가 왜 울까. 어제 실연을 당한 것도 아니고.

추억이고 회한인가 보다. 향수와 체념인가 보다.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어제 저녁>

'두 글자의 철학'이라는 책을 읽었다.
'철학'이라는 말은 참 부담스럽다. 너무 어렵고 너무 진지하고 너무 무겁다.
그런데 알고보니 '철학'은 단지 두 글자일 뿐이라지 않은가. 그래서 읽었다.

나와 세상을 둘러 싼 두 글자 - 인간, 자유, 희망, 고통, 낭만, 모욕, 향수, 후회, 체념 등에 대해 철학적으로 풀어나간 책이었다.

어렵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고 내가 겪은 감정들에 대해 그 저변을 풀어나가는,
그래서 감정을 이상적으로 이끌어가주는 차분한 책읽기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인간, 자유, 희망, 질투, 모욕, 체념 등의 철학적 사유보다는
이것들이 담겨 있는 영화와 노랫말에 더 마음을 빼앗기며 읽었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가사로 다시 만난 것도 이 책에서였다.
내일 출근하면 '낭만에 대하여'를 찾아서 들어야지, 하는
책과는 다소 엉뚱한 다짐을 하며 책읽기를 마쳤다.


< 다시 오늘 아침 >

쓸데없는 일에는 강한 성취동기를 갖고 사는 한가한 인간답게
어제 다짐한 <낭만에 대하여>를 들었다. 듣는 김에 흘러간 노래 찾기에 빠졌다.
그렇데 다시 들려온 곡이 <봄날은 간다>였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치매 할머니가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입고 뒷모습을 보이며
유유히 사라지던 날, 나도 울었더랬다.

내가 왜 울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러다가 어제 읽은 책 생각이 나 피식 웃고 말았다.

내 안에 들어 있었을 감정을 그만 철학적으로 발견하고 말았다.

<두 글자의 철학>이 가져 온 행복 쯤으로 마무리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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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사람아, 그냥 갈 수 없잖아
사석원 지음 / 푸른숲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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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궂으면, 그래서 금세 비라도 내릴 것처럼 하늘이 잔뜩 흐리면 술 못 먹는 나도 괜스레 술 생각이 나더라구. 이래서 술 마시나 보다 싶어지면 어김없이 그분을 찾는 전화가 와. 어이, 술 한 잔하지 하고 그분 찾는 전화가 두서너 통 씩 꼭 오더라구.“

몇 해 전 돌아가신 그분에 대해 직장 동료가 내게 들려준 말이다. 노염도 타지 않고, 남의 노염도 부르지 않고 늘 붉은 얼굴로 허허 웃으시던 분.  이 책을 읽고 나니 새삼스레 그분 얼굴이 떠오른다.

술에 얽힌 이야기라면 누구나 한둘 이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술집에 얽힌 이야기라면 또 누구나 저마다의 술집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 술집에서 그 사람과 마시던 그 술을 또 어느 술자리에서 퍼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 나에게도 취기를 빌려 이야기하고 취기를 빌려 위안을 받던 술 이야기가 있건만 어쩐 일인지 이 책은 ‘나’가 아니라 ‘그분’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에 나온 조지훈 시인의 주력 18단계에 의한다면 9급과 8급수 밖에 안되는 나는, 그러니까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잘 안 먹고, 술을 마시긴 하나 술을 겁내는 나는 그래도 나름대로 ‘청춘’이라고 부르던 시절에는 비 오면 비 온다고, 해 짱짱하면 너무 짱짱하다고 날씨를 핑계 삼아 술을 마시곤 했었다.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기분 좋다고 시끄럽게 마시기도 하고, 힘들고 꿀꿀할 때는 그냥 한없이 가라앉으면서 울기도 하고 쓸데없이 누군가에게 전화질을 하면서 마시기도 했었다.

다 지난 일이다. 이젠 기력(?)이 쇠하여 별로 낯익지 않은 사람들과 떼로 어울려 부어라 마셔라, 누군가를 씹고, 씹히고 하면서 과잉감정에 달하고 마는 술자리는 언제부터인가 몸을 사리게 된다. 그렇다고 지난날의 술자리가 그리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요즘 들어 슬쩍 술생각이 난다. 그냥 허울없이 익숙한 친구 한둘과 조분조분거리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자리가 문득문득 그리워진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다. 바람아, 사람아 그냥 갈 수는 없잖아, 라고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그분 생각이 나고 말았다.

그림 탓일까.     신선이지만 속세 일은 물론 신선 일(그러니까 근엄하게 폼 잡는 거)도 나 몰라라 하고 얼큰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유하게 웃고 있는 주당들의 얼굴에서 그분을 본 탓일까. 지금도 다른 세상 대폿집에서 얼큰하게 취해 있을 것만 같다.

처음엔 대폿집 기행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어디 좋은 술집 있으면 가봐야지 하는 얄팍한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나중에야 ‘대폿집 기행’이 아니라 ‘대폿집 연가’임을 알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대폿집, 그 대폿집에 대한 한량의 연가. 아마 내가 아는 그분도 이 책에 나오는 대폿집 어딘가에서 홍탁을 즐기며 술맛에, 홍어맛에, 이야기 맛에 젖어있던 한 분이었을 게다.

그리고 이제, 내가 지나가면 잡을 게다. 이 사람아, 그냥 가면 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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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은12살 2005-05-3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이 궂으면 궂은 대로,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를 노상 불러내는 친구가 있어, 실연이 있어, 시름이 있어 분주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주성치님의 글을 보니 나도 모르게 그때가 생각나는군요...

로드무비 2005-06-0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 또한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어요.
다 읽고 나면 절로 술생각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