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자의 철학 - 혼합의 시대를 즐기는 인간의 조건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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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아침 >

음악을 틀었다. <봄날은 간다>의 첫머리가 나오자마자 갑자기 가슴이 싸아해진다.
그러더니 덜컥 눈물이 나고 만다. 우아하게 한 두 줄기 흐르는 눈물이 아니라 눈 붓고
코 붉어지는 그런 울음이다. 내가 왜 울까. 어제 실연을 당한 것도 아니고.

추억이고 회한인가 보다. 향수와 체념인가 보다.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어제 저녁>

'두 글자의 철학'이라는 책을 읽었다.
'철학'이라는 말은 참 부담스럽다. 너무 어렵고 너무 진지하고 너무 무겁다.
그런데 알고보니 '철학'은 단지 두 글자일 뿐이라지 않은가. 그래서 읽었다.

나와 세상을 둘러 싼 두 글자 - 인간, 자유, 희망, 고통, 낭만, 모욕, 향수, 후회, 체념 등에 대해 철학적으로 풀어나간 책이었다.

어렵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고 내가 겪은 감정들에 대해 그 저변을 풀어나가는,
그래서 감정을 이상적으로 이끌어가주는 차분한 책읽기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인간, 자유, 희망, 질투, 모욕, 체념 등의 철학적 사유보다는
이것들이 담겨 있는 영화와 노랫말에 더 마음을 빼앗기며 읽었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가사로 다시 만난 것도 이 책에서였다.
내일 출근하면 '낭만에 대하여'를 찾아서 들어야지, 하는
책과는 다소 엉뚱한 다짐을 하며 책읽기를 마쳤다.


< 다시 오늘 아침 >

쓸데없는 일에는 강한 성취동기를 갖고 사는 한가한 인간답게
어제 다짐한 <낭만에 대하여>를 들었다. 듣는 김에 흘러간 노래 찾기에 빠졌다.
그렇데 다시 들려온 곡이 <봄날은 간다>였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치매 할머니가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입고 뒷모습을 보이며
유유히 사라지던 날, 나도 울었더랬다.

내가 왜 울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러다가 어제 읽은 책 생각이 나 피식 웃고 말았다.

내 안에 들어 있었을 감정을 그만 철학적으로 발견하고 말았다.

<두 글자의 철학>이 가져 온 행복 쯤으로 마무리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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