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보물찾기 팁
직박구리들 지저귀는 소리가 정구장 쪽에서 약음기 쓴 것처럼 들려오는 아침에 잠옷을 실내일상복으로 갈아입다가 체경에 옆모습이 드러났다. 모나리자 눈썹처럼 밀어내려고 했던 겨드랑 체모가 비키니로 샅 체모를 가리고 바닷가를 걷는 것이 어울리는 계절이 지나고 놔두어서 비온 뒤 올라온 새순같았다. 몸이 마음에게 하고 싶은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딸이 퀴즈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답을 알아내려고 애쓰는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_반지의 진주알이 손끝에 느껴지면 그때야 안심이 되었다. 작가님 11회분 글에 나와요.
_진주알 박힌 반지이구나.
_엄마가 내게 보낸 눈물방울 같은 진주가 박힌 반지라고 했어요.
_진주알이 앞에는 안 나오던?
_그가 그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든 나는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진주알들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던 때였다. 작가님 첫 회분에 나오죠.
_작가님 글에서 '진주알'이 재밌네. 명작 소설들이 이런 보석 같은 것을 작품 군데군데 감추어놓아서 자꾸 읽게 되면 보물찾기 하는 기쁨을 독자들에게 선물하지.
_에밀리 브론테 소설에는 'coffee'란 말이 제1부 앞부분과 제2부 뒷쪽에 나오고 대조를 이뤄요.
_이야기를 들어보자꾸나.
_흥미를 가질 만해요. 전에 정리해 저장한 글을 읽어볼게요.
제1부 제3장. [내(록우드)가] 기운을 차리게 하녀(넬리(Nelly))가 차려온 커피.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따끈따끈한 모양이다. 당시 록우드는 커피 마실 기운도 없을 정도였다. 휴식을 취하고 기운을 낸 듯 그의 행적이 계속 이어진다.
[전략] smoking coffee which the servant had prepared for my refreshment.
제2부 제20장(통권 제34장). 내(넬리)가 그(히스클리프)의 앞에 커피 그릇을 놓았다. 히스클리프는 가까이 끌어당기다가 당시 거식증 증세를 보이던 중이라서 안 마셨다. 며칠 뒤 죽고 만다.
I put a basin of coffee before him.
_록우드는 커피도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었겠고 히스클리프는 커피도 피하고 죽음으로 도움닫기를 했겠네.
_커피를 마시면 상대방의 주장에 동의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신문 지상에 보도되었어요. 히스클리프가 자기 앞으로 커피를 가까이하고 마시지는 않았어요.
_영국 하면 홍차의 나라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어. 영국 커피는 맛이 별로지. 에밀리 브론테 소설이 발표된 해가 1847년이지. 1850년 대까지만 해도 영국 사람들은 커피를 차만큼이나 즐겨 마셨어. 커피가 널리 보급된 것은 1820년 대의 관세 인하 덕이야.
'빅토리아(Victoria) 조 백화사전(百貨事典)'(다니타 히로유키(Tanita Hiroyuki) 저, 도쿄(Tokyo) 가와데쇼보신샤(Kawadeshoboshinsha), 2001 발행), p.52 참고해 봐.
_시인 바이런(Byron, 1788~1824)의 작품 '돈 주안'(Don Juan, 1824)에 커피가 든 문장이 있어요.
그날 저녁도 저물었다. 커피가 나왔다.
Byron: Juan xvi. ci. The evening also waned--and coffee came.
_옥스포드 영어대사전(OED)에서 'coffee' 표제어로 알아본 모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