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제109회"

내가 서른이 되기 전의 젊은 날에 편지를 한 통 받았네.[중략] 제발 내 느낌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말일세. 작가님 글에서. 편지 한 통의 위력입니다. 궁금해죽겠네요. 느낌 틀리기 테크닉으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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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 먹을 김장 김치 담그는 과정이 두 단계를 접었다. 배추밭에서 뽑아내고 다듬은 배추에서 바람 부는 들녘의 기운이 묻어오곤 했었다. 씻고 절인 배추가 흰 목련꽃처럼 깨끗하게 김장할 집에 배달되는 상품이 입소문을 타고 귀에 들어왔고 숨이 죽은 배추를 거두어서 바람 한 점 일지 않을 김장 통에 묻었다.

_나는 등을 반듯이 세우고 윤 교수를 주시했다. 윤 교수와 우리가 강의실이 아니라 광야의 바람 속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가님 글이에요.
_강의실 대 광야는 바람 한 점 일지 않을 강의실 대 바람 부는 광야야. 
_밀실과 광장을 대립 항으로 놓고 공포를 가지는 심리를 그리는 것을 봤어요. 

   

나목을 이불 홑청처럼 가벼이 내려덮은 하늘이 겨울비를 뿌리는 산기슭에서 새 사진을 얻으려 했던 남편이 유리창 너머에서 눈길을 떼고 광야와 광장이 있는 이야기를 내놓았다. 

  

  여러 해 전 십이월 초, 인도에 갔다. 타지마할 유적을 보기 위해서였다. 타지마할 광장까지 관람객으로 붐비는 아그라 여행 시기로 구월부터 십이월 중순까지를 권유하는 말을 따른 것이었다. 이 시기를 넘긴 연말 연초의 아그라는 풍경의 프로필을 안개라는 흰 수의로 가리기 때문이다.
  아그라로 가는 시골 길은 한적했다. 인도는 소와 양, 개 등 가축에 목을 매지 않았다. 대형 버스 안에서였다. 우리 일행은 차창 밖으로 펼쳐진 들녘이 지평선까지 가는 광야에서 문득 두 눈을 홉뜨고 있었다. 이 광야에서 우리 시선을 붙잡은 장면이 있었다. 흰 셔츠와 흰 인도 판 킬트가 드러낸 팔과 다리의 구릿빛이 건강해 보이는 농부가 사래 긴 밭에서 공손히 절하듯이 허리를 숙여 괭이로 잡초가 난 밭을 일구고 있었다. 이 농부의 양팔 벌린 간격 정도 뒤에 뭔가가 보였다.
  백로 한 마리가 농부 뒤를 따라 노란 부리로 닁큼닁큼 곤충을 주워먹고 있었다.
_저 종류의 백로는 경운기나 덩치가 있는 짐승이 파헤치고 지나간 땅에서 곤충을 먹이로 챙기는 특징이 있어요. 정확한 이름은 황로죠. 황로의 영어명 '캐틀 이그렛'(Cattle Egret)도 캐틀, 즉 소를 뒤따라다녀서 생긴 이름이에요.
인물과 풍경 사진은 안 찍고 인도의 새 사진만 담는 여행객이 알기 쉬운 눈높이 강의를 하는 선생님처럼 이야기했다. 
_언니, 일하는 농부에 먹이를 찾는 백로가 더 가까이 가면서 다정하게 말이라도 걸 것 같은 분위기이에요.
함께 여행 온 자매 중 동생인 여자가 말했다.
_그래도 둘 사이에는 더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언제나 있어. 저 백로는 일하는 농부의 말 없는 벗 같지?
언니 쪽이 한 말이었다.  

 

_황로의 라틴어 학명이 부불쿠스 이비스(Bubulcus ibis)이더군요. 

딸이 남편의 이야기와 이솝 우화의 솔기를 꿰매었다. 

_둘 사이의 더 좁힐 수 없는 거리를 다룬 이솝 우화가 있어요. 
 

두 단지
물소리가 조용하고 나지막한 강물에 단지 둘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토기 단지와 청동 단지였다. 토기 단지가 청동 단지에게 말했다.  

_제발 거리를 유지해 줘. 다가오지 마. 네가 나에게 살짝 닿기만 해도 나는 산산조각이 날 거야. 나도 절대로 너에게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아.  

대등해야 좋은 친구가 된다.
 

The Two Pots
A river carried down in its stream two Pots, one made of earthenware and the other of brass. The Earthen Pot said to the Brass Pot, "Pray keep at a distance and do not come near me, for if you touch me ever so slightly, I shall be broken in pieces, and besides, I by no means wish to come near you." Equals make the best friends.
Translated by George Fyler Townsend(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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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연재 100회 기념 이벤트> 선물 받으실 독자 분들"

박하 님 : 시간은 언제나 밀려오지만 똑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젊은 날에 인식하고 있었다면 뭔가 달라졌을 거란 생각이 든다.[후략] 저공비행 님 : 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내 마음속에서 뒹굴어다니던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후략] 미을 님 :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냥 흘러가는 법 또한 없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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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사 계단(The Odessa Staircase)이 거실 TV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Sergei Eisenstein)의 1925년 작 영화 '전함 포템킨(Potemkin)' 제4부였다. '전함 포춈킨(Potchómkin)'이라고 적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Ukraina) 남부에 자리잡고 흑해가 바라보이는 항구 도시이고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슈타인(Nathan Milstein), 다비드 오이스트라흐(David Oistrakh)가 이 고장의 인물이었다.  

 

코사크 군인들이 횡대로 줄지어 길이 142m 돌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내몰려서 내려가는 시위 군중들. 젊은 엄마가 총을 맞고 쓰러지고 몰고 가던 프램(pram) 또는 퍼앰뷸레이터(perambulator) 유모차가 엄마 손에서 떨어지고 돌계단을 쿵쾅거리고 내려가는 2분 가까운 장면은 다시 봐도 아기 태웠다는 생각에 모녀의 모성애를 애태웠다. 

_프램 유모차 이미지를 찾아볼까. 

_영국 국립 과학 산업 박물관(www.nmsi.ac.uk)에서 제공하는 것이에요.  

http://tinyurl.com/yz7u65p  

_시청각 강의실 같구나.

 

_교수의 마른 체구도 일 년 전의 도서관 앞의 돌계단처럼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작가님 글에서 가져왔어요.
_돌계단이 도서관 앞에 있는 것이고 여느 돌계단과 담고 있는 의미가 달라. 동서고금의 고전이 독자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독자를 기다리고 있는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야.
_돌계단 수가 칠천 개를 이루는 곳이 중국 태산에 있어요.
_그곳은 돌계단을 오르는 것이 산수화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겠지.

동네 뒷산의 작은 산수화에서 빠져나온 남편이 오데사 계단 프램 유모차 이야기를 들었다. 

_프램 유모차에서 손이 풀리는 엄마의 벨트(belt) 버클(buckle)에 고니(백조)가 새겨져 있었어. 

_몽타주(montage) 테크닉으로 편집한 장면들이 작품이었어요. 

_백조를 닮은 새가 거위야. 

_백조는 라틴어 학명이 퀴그누스 콜롬비아누스(Cygnus columbianus )이고 거위는 안세르 도메스티쿠스(Anser domesticus)이네요.  

_거위는 기러기와 같은 속이고 기러기를 가축화한 것이야.

_백조와 거위가 닮아서 이솝 우화에 에피소드가 있죠. 

_눈 앞쪽이 노랗고 부리가 검은 것이 백조이고 거위는 부리가 노랗지.  

_조지 파일러 타운센드(George Fyler Townsend)가 1887년 영역한 이솝우화로 할게요. 저작권 보호가 끝나고 인류의 공유 재산으로 넘어왔어요.

 

고니(백조)와 거위
어느 부자가 장에서 거위와 고니를 각각 한 마리씩 사왔다. 그는 거위는 식탁용으로 하려고 모이를 주고, 고니는 노래를 들으려고 길렀다.
어느 날 거위를 잡을 때였다. 요리사가 밤에 사육장에 갔는데 깜깜해서 거위와 고니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잘못하여 거위를 잡는다는 것이 고니를 붙잡아버렸다.
고니는 죽음의 위협을 느끼고 노래를 불러젖혔다. 이렇게 해서 자기 목소리를 듣고 자기를 알게 했다. 고니는 노래로 제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The Swan and the Goose
A certain rich man bought in the market a Goose and a Swan. He fed the one for his table and kept the other for the sake of its song. When the time came for killing the Goose, the cook went to get him at night, when it was dark, and he was not able to distinguish one bird from the other. By mistake he caught the Swan instead of the Goose. The Swan, threatened with death, burst forth into song and thus made himself known by his voice, and preserved his life by his melody.
Translated by George Fyler Townsend(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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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08회"

나목들이 눈에 덮여 여기저기 우뚝우뚝 서 있었다. 작가님 글에서. 나무들이 눈에 덮여 v 나목들이 눈에 덮여. '나무'가 벌거벗은 나무, '나목'의 더 구체적인 말로 바뀌고 더 재미있어졌네요. 나목 테크닉으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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