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 먹을 김장 김치 담그는 과정이 두 단계를 접었다. 배추밭에서 뽑아내고 다듬은 배추에서 바람 부는 들녘의 기운이 묻어오곤 했었다. 씻고 절인 배추가 흰 목련꽃처럼 깨끗하게 김장할 집에 배달되는 상품이 입소문을 타고 귀에 들어왔고 숨이 죽은 배추를 거두어서 바람 한 점 일지 않을 김장 통에 묻었다.

_나는 등을 반듯이 세우고 윤 교수를 주시했다. 윤 교수와 우리가 강의실이 아니라 광야의 바람 속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가님 글이에요.
_강의실 대 광야는 바람 한 점 일지 않을 강의실 대 바람 부는 광야야. 
_밀실과 광장을 대립 항으로 놓고 공포를 가지는 심리를 그리는 것을 봤어요. 

   

나목을 이불 홑청처럼 가벼이 내려덮은 하늘이 겨울비를 뿌리는 산기슭에서 새 사진을 얻으려 했던 남편이 유리창 너머에서 눈길을 떼고 광야와 광장이 있는 이야기를 내놓았다. 

  

  여러 해 전 십이월 초, 인도에 갔다. 타지마할 유적을 보기 위해서였다. 타지마할 광장까지 관람객으로 붐비는 아그라 여행 시기로 구월부터 십이월 중순까지를 권유하는 말을 따른 것이었다. 이 시기를 넘긴 연말 연초의 아그라는 풍경의 프로필을 안개라는 흰 수의로 가리기 때문이다.
  아그라로 가는 시골 길은 한적했다. 인도는 소와 양, 개 등 가축에 목을 매지 않았다. 대형 버스 안에서였다. 우리 일행은 차창 밖으로 펼쳐진 들녘이 지평선까지 가는 광야에서 문득 두 눈을 홉뜨고 있었다. 이 광야에서 우리 시선을 붙잡은 장면이 있었다. 흰 셔츠와 흰 인도 판 킬트가 드러낸 팔과 다리의 구릿빛이 건강해 보이는 농부가 사래 긴 밭에서 공손히 절하듯이 허리를 숙여 괭이로 잡초가 난 밭을 일구고 있었다. 이 농부의 양팔 벌린 간격 정도 뒤에 뭔가가 보였다.
  백로 한 마리가 농부 뒤를 따라 노란 부리로 닁큼닁큼 곤충을 주워먹고 있었다.
_저 종류의 백로는 경운기나 덩치가 있는 짐승이 파헤치고 지나간 땅에서 곤충을 먹이로 챙기는 특징이 있어요. 정확한 이름은 황로죠. 황로의 영어명 '캐틀 이그렛'(Cattle Egret)도 캐틀, 즉 소를 뒤따라다녀서 생긴 이름이에요.
인물과 풍경 사진은 안 찍고 인도의 새 사진만 담는 여행객이 알기 쉬운 눈높이 강의를 하는 선생님처럼 이야기했다. 
_언니, 일하는 농부에 먹이를 찾는 백로가 더 가까이 가면서 다정하게 말이라도 걸 것 같은 분위기이에요.
함께 여행 온 자매 중 동생인 여자가 말했다.
_그래도 둘 사이에는 더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언제나 있어. 저 백로는 일하는 농부의 말 없는 벗 같지?
언니 쪽이 한 말이었다.  

 

_황로의 라틴어 학명이 부불쿠스 이비스(Bubulcus ibis)이더군요. 

딸이 남편의 이야기와 이솝 우화의 솔기를 꿰매었다. 

_둘 사이의 더 좁힐 수 없는 거리를 다룬 이솝 우화가 있어요. 
 

두 단지
물소리가 조용하고 나지막한 강물에 단지 둘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토기 단지와 청동 단지였다. 토기 단지가 청동 단지에게 말했다.  

_제발 거리를 유지해 줘. 다가오지 마. 네가 나에게 살짝 닿기만 해도 나는 산산조각이 날 거야. 나도 절대로 너에게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아.  

대등해야 좋은 친구가 된다.
 

The Two Pots
A river carried down in its stream two Pots, one made of earthenware and the other of brass. The Earthen Pot said to the Brass Pot, "Pray keep at a distance and do not come near me, for if you touch me ever so slightly, I shall be broken in pieces, and besides, I by no means wish to come near you." Equals make the best friends.
Translated by George Fyler Townsend(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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