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몸은 침대 밑바닥으로 꺼져갑니다
뒤척일때마다 어깨와 허리뼈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야 겨우 삶에 대한 두려움이 아주 조금씩 작아 지는 것 같은데
하지만 기다려야 합니다 조금씩 형체를 드러내는 죽음을.
엄마는 여러 해를 죽음을 옆구리에 끼고
뼈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주먹을 꼬옥 쥐고 눈을 감은 채 그누구도 이해 할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기다려야 했습니다.
부숴질 것 같은 몸으로 겨우 선 채 봄바람 속에서 그해 마지막 봄을 보내야 했습니다.
고통의 늪에 빠진채 허우적대면서도 곧 회복될 거라고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사랑을 받는 것에 익숙치 않던 딸은 그것이 마지막 이라는 걸 아는 지 모르는지
긴긴 투병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습니다. 영영 헤어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두 손을 꼬옥 잡아주며 날 낳고 키우느라 수고했다고 당신의 지겨운 삶을 견디어내느라 얼마나 힘들었냐고 눈빛으로 인사는 했어야 했는데......
봄이 오면 수천 가지 빛갈로 다투어가며 꽃들이 피고
나무들은 초록의 빛깔을 서로 다르다 아우성치며 내뿜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새 봄이 오면 이 빛깔들에 감탄하며 지내게 될까?
어느 누구 하나 죽음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 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