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공자 3
우쾌제 엮음 / 시간여행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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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의의 핵심은 인인 것이니 인이 바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니라, 대중을 널리 사랑하면 자연히 친근해지고 어질어진다. 금수들도 사랑을 안다. 하물며 인간이 아니냐. 남녀 젊은이는 당연히 순수한 사랑을 듬뿍 향수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남녀지간의 사랑과 정이 없다면 인류가 어이 번성해질 것인가?

- p.285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미자하는 그 수완이 위나라에서 명성을 떨쳐 미남자(美男子)라고 했다. 원래는 관직이 높지 않고 아는 것, 배운 것이 없으나 미모의 얼굴로 위 영공 부인인 남자의 지극한 총애를 받으며 왕궁을 자유로이 드나들었다. 위 영공은 남자를 유난히 총애하여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생활하지 못했다. 미자하는 후궁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하며 남자의 입을 통해 위 영공의 귀로 바로 들어가서 점차 조정에서 총애받는 권신이 되었다.

- p.16

'미남자와 남자의 불륜... 아니, 동성애인가? 남자와 미남자는 동일 인물이 아닌가? 미남자가 남자를 사귀었다는 건 그 시절 동성애의 시작인건가? 남자와 남성은 다른건가? 그럼 왜 남자가 이름이면 한자를 안 붙여주지? 근데 왜 이 남자는 부인이야 후궁이야? 어디서는 후궁이랬다가 부인이랬다가 후궁의 아들이 원래 태자가 되는건가?' 3권 초반부터 이해안됨의 소용돌이에 부딪쳐서 한참을 헤메다가 '그래, 중국소설은 원래 채지충의 만화처럼 뜬금포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채지충의 만화를 본다고 생각하고 중간에 끊어지는 것 같아도 그냥 읽어보자...'하는 마음으로 다시 다잡고 읽기 시작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소설 공자의 3편에서는 공자가 제자들을 이끌고 유랑하는 50대 무렵부터 죽는 모습까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나를 초반부터 헤매게했던 남자는 나름 3편의 중요인물로 친오빠와 사통해서 낳은 아들인 괴귀의 아들을 영공 사후에 태자로 책봉하여 나라를 쥐락펴락하려고 하는 인물이다.

나는 난독증이 아니다... 를 외치며, 책을 꾸역꾸역 읽었는데... 나를 힘들게 한 부분들 베스트 3을 뽑아봤다.


*****

베스트 1

자로의 행동은 모든 사람들의 유혹을 자아냈다.

- p.343

번역... 번역문제인가!!! 를 외쳤지만, 작가님 성함이 외국인 같을 뿐이지 약력을 보니까 한국에서 국어국문학과 나오시고, 문학박사신데... 흠... 내가 문외한이라 이해를 잘 못하는 문장인가...

베스트 2

'산 사람을 잡으면 않 돼!'

- p.307

않 돼라니... 않 돼는 안 돼... ㅠㅠ

베스트 3

공씨네는 혼량부라는 소신을 두었는데 몸집이 웅장하였을 뿌만 아니라 용모도 의젓하여 공어가 죽은 후 공희는 혼양부 사통했었다. 근래에 공희는 늘 혼량부를 몰래 파견해서 척읍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괴귀와 회동하게 했고 오누이가 서로 결탁하여 정권을 찬탈하려고 시도했다. 어느 날 괴귀는 혼량부에게 약속했다.

- p.332

안 그래도 사람 이름이 토시하나로 틀려서 헷갈리는데, (미남자 vs 남자...) 혼량부라고 했다가 혼양부라니... 알고보면 서로 다른 사람인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흐름이 끊겨버렸다.

*****


물론 이 책 한 권만 읽고 공자의 가르침이나 생애에 대해서 알 수 있겠지, 하고 헛된 희망을 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지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권의 책을 읽을 것! 요 책을 교두보 삼아 다른 공자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지 않은 구멍들을 열심히 메워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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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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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문득 어떤 생각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그것은 생각이라기보다도 차라리 육감이나 예감에 가까웠는데, 바로 나의 생리를 사랑하지 않는 한 내 몸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할 것이며, 내 몸을 사랑하지 않는 한 나를 결코 진실로 사랑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이었다. 그것은 불길한 예감이면서 동시에 희망이었는데, 나의 생리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비로소 나를 깊게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예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 p.5

나는 지난주에 병원에 입원해 난소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어제 퇴원했다. 수술이 처음도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여러모로 징후가 좋지 않았던 지라 여러모로 불안했다. 병원을 찾아가는 그 순간부터 수술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터라 나에게는 왜 내게, 이런, 또,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었다. 그러던 찰나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고,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한 번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이 생리주기 동안 써온 생리일기를 읽으며 25일 남짓한 사이클 동안 내가 겪는 변화와 비교해보며 공감하고, 또 '왜 생리대 선전에서 흡수력을 테스트하는 건 깨끗한 파란색 액체일까?' 같은 질문들에 함께 고민해본다. 성추행을 겪었던 경험에 누구나 한 번씩은 겪었을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른 언니들(?)의 탐폰, 생리컵 경험담이나 사후피임약, 그 외에도 궁금한 것들(네이버에서 금지어로 걸었을 게 뻔해서 차마 쓸 수 없는 단어들)을 속 시원하게 알려준다.

여성으로 태어난 모든 사람이 생리를, 그리고 여성으로 겪어야 하는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에 우리의 몸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참아내고, 또 인내하고, 견뎌야만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서 작가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몸을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주나? 라는 이치에 도달한달까.

생리에 대해서 교과서에서 알려주지 않는 거의 모든 것, 이라고 해도 될 만큼 생리에 대한 다양한 정보, 경험담, 생각해볼 거리 등을 이 책 한 권에 담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여성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했었어야 하는 내용이지 않았을까, 싶은 내용들이라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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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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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배우의 얼굴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 p.184

띠지를 빼고 책을 읽기 시작해서, 다 읽고 나서 다시 완전체로 책을 조립했는데... 이게 모야!!! 가가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라니...! orz 코난 도일하면 명탐정 홈즈, 애거서 크리스티하면 탐정 포와르, 히가시노 게이고하면 가가형사 아니었남! 어떻게 이런 일이...!

여튼, 가가형사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을 이 책은 (흑흑)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두 건의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갑자기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시체로 발견된 여성, 그리고 불에 탄 부랑자의 시신. 어쩌면 범인은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라는 가정에서 연결고리를 차근차근 찾아나간다. 그러면서 원래의 담당 수사관이 아니었던 가가형사가 이 사건에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발견되며 본격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데...

12개의 달과 12개의 다리, 가가형사의 헤어졌던 모친의 유품 속에서 발견된 메모. 그 연관성과 이미 시체가 된 사람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히로미라는 연출가. 그리고 이미 히로미와는 면식이 있는 가가. 과연 둘 사이의 관계는 어떤 걸까? 책의 중후반까지 전혀 상관없어 보이기만 했던 사람들의 관계가 한꺼풀씩 밝혀지고, 마치 양파 까듯이ㅋ 비밀이 하나씩 까발려진다. 까도까도 끝이 없는 이 이야기의 끝에는 미처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인간관계의 고리의 연결점을 알려준다.

아... 진짜, 마지막 70 페이지 정도는 소리 지르면서 본 것 같다. 어린 날의 히로미도, 그런 그녀를 두고 죽어야만 했던 빚쟁이가 된 아버지도 마음 아프고... 상관없을 것 같은 가가형사와의 연관 고리도 흥미진진했다. 여담이지만, 어느 순간 이후로 일본 작가들의 책 속에서 히로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여파, 배경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 깊게 드러나는 것들을 보면 그것도 좀 서글프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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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로 살고 있습니다
이시하라 사치코 지음, 신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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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한 가지 용도로만 쓴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 물건에게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주면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 그렇게 살면 일상이 훨씬 재미있어진다.

생각을 유연하게 하면 마음도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지니 정말 신기한 일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너그럽고 부드러워야 멋져 보인다.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디자인, 레이아웃과 내용이 모두 마음에 드는 책은 정말로 흔치 않은데, 최근 들어 읽은 책들은 두 가지 고루 갖춘 팔방미인 같은 책들이 많았다. (최근에야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해서 그런 걸까?) 이 책도 그중의 하나로 뽑고 싶은데, 꽤 많은 양의 잘 찍은 사진이 글과 어우러져 잘 정돈되어 있달까. 작은 챕터 한 장, 한 장이 웰메이드 잡지의 코너를 보는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좋다. (물론, 작가님의 소장품을 훔쳐보는 재미도 있다ㅋ)

이 책은 패션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저자 자신의 색깔이 짙게 반영된 삶, 일상에 대한 짤막짤막한 글과 사진을 담고 있다. 일종의 라이프 로그, 에세이에 가깝다고나 할까. 나이 들어서 옷을 멋스럽게 스타일링하는 팁이라던가, 식료품을 보관하는 요령이라던가, 손님상에 다과를 예쁘게 내는 방법 등. 일상에서 자신의 스타일, 그러니까 취향이 짙게 묻어 나오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내용은 남편과 저자 본인이 죽었을 때, 집에 있는 물건들이 가야 할 곳의 번지수를 정해놓은 폴더에 대한 이야기인데. 평소에 소장품들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때그때 폴더에다가 "철제 새장 모양 액자는 A에게"라는 식으로 정리를 해두는 거다.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나의 죽음 뒤의 물건의 정리에 대해서 좋은 팁을 얻었다고나 할까.

적지 않은 원숙한 나이에서 우러나오는 정제된 삶의 스타일이, 그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뿐이지만. 사실 이건 작가님의 취향이니까ㅋ 작가님처럼 멋진 취향을 완성해나가려면 나도 이렇게 하나씩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나가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그래! 결심했어! 나도 마이웨이로 나만의 취향의 세계를 확고하게 만들어가겠어ㅋ (야심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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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그림책 - 상상력 X 엔터테인먼트 = 그림책
도이 아키후미 지음, 김민지 옮김 / 안그라픽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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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릴 때, 최근에는 실패 안 해?

실패투성이입니다. 그리는 데 5개월 걸렸다면 3개월 반은 실패했습니다.

- p.156

그림책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 어려움 중에 가장 큰 부분이 대상 독자층의 수준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미취학아동(4-6세)의 언어발달 및 지적수준에 맞춰 이야기, 캐릭터, 색상 등 정말 다양한 것들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책을 만들어야겠다면... 이 책 정도는 한 번 정독하고 가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림책의 물리적인 구성부터 캐릭터와 이야기 만들기, 러프스케치, 더미북 만드는 방법에서 다른 작가들의 조언과 편집자들의 코멘트까지. 왠만한 A to Z는 이 한 권 안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거기다 역자분이 실제로 도이씨가 진행하는 톰즈박스 그림책 워크숍에서 만든 그림책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그림책이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확실하게 와닿는다.

저자분이 일본 분이다 보니, 아무래도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책 사례가 일본 동화책이다. 그리고 일본 특유의 아스트랄함이 녹아있는 동화책도 몇몇 소개되고 있긴 하지만, 평소에는 잘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동화책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 그리고 번외처럼 그림 작가님 다섯 분도 소개하고 있는데, 100% ORANGE나 아리야 료지 같은 경우는 궁금했던 작가님있던지라 개인적으로 좋았달까.

한 권의 그림책이 탄생하기까지는 최소한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 듯 하다. 그만큼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고, 창작자로서의 고민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그림책들이 새삼 대단하게끔 느껴지기도 하고ㅋㅋㅋ 오늘은 서점에서 그림책을 좀 사재기해볼까, 하는 생각도 절로 든다. 언젠가 태어날 조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나도 그림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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