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디자인, 레이아웃과 내용이 모두 마음에 드는 책은 정말로 흔치 않은데, 최근 들어 읽은 책들은 두 가지 고루 갖춘 팔방미인 같은 책들이 많았다. (최근에야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해서 그런 걸까?) 이 책도 그중의 하나로 뽑고 싶은데, 꽤 많은 양의 잘 찍은 사진이 글과 어우러져 잘 정돈되어 있달까. 작은 챕터 한 장, 한 장이 웰메이드 잡지의 코너를 보는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좋다. (물론, 작가님의 소장품을 훔쳐보는 재미도 있다ㅋ)
이 책은 패션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저자 자신의 색깔이 짙게 반영된 삶, 일상에 대한 짤막짤막한 글과 사진을 담고 있다. 일종의 라이프 로그, 에세이에 가깝다고나 할까. 나이 들어서 옷을 멋스럽게 스타일링하는 팁이라던가, 식료품을 보관하는 요령이라던가, 손님상에 다과를 예쁘게 내는 방법 등. 일상에서 자신의 스타일, 그러니까 취향이 짙게 묻어 나오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내용은 남편과 저자 본인이 죽었을 때, 집에 있는 물건들이 가야 할 곳의 번지수를 정해놓은 폴더에 대한 이야기인데. 평소에 소장품들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때그때 폴더에다가 "철제 새장 모양 액자는 A에게"라는 식으로 정리를 해두는 거다.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나의 죽음 뒤의 물건의 정리에 대해서 좋은 팁을 얻었다고나 할까.
적지 않은 원숙한 나이에서 우러나오는 정제된 삶의 스타일이, 그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뿐이지만. 사실 이건 작가님의 취향이니까ㅋ 작가님처럼 멋진 취향을 완성해나가려면 나도 이렇게 하나씩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나가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그래! 결심했어! 나도 마이웨이로 나만의 취향의 세계를 확고하게 만들어가겠어ㅋ (야심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