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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시스터 3 - 출생의 비밀 벽장 속의 도서관 8
시에나 머서 지음, 심은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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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와 올리비아 자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벌써 3권이 나왔네요. (짝짝짝!) 예쁘장한 표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장마다 아이비와 올리비아, 아이비의 남자친구 블렌던 그리고 사진기자 워너비인 친구 소피아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어요. 왠지 한 편의 하이틴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강한 시각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 하이틴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3권에서 뱀파이어 잡지인 뱀프 화보 촬영을 하는 아이비와 올리비아의 모습이 정말 그랬죠.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영상으로 보았다면 정말 압권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들 만큼 꽤 임팩트 있는 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매 권마다 새로운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는 느낌입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쌍둥이 자매였다는 것이 밝혀지더니, 3권에는 자매의 친부모에 대해서 나옵니다! (두둥!) 사실 뱀파이어인 아이비와 인간인 올리비아가 쌍둥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설정이었는데요, 그 비밀을 풀 열쇠가 이번 편에서 밝혀집니다. 두 사람이 인간과 뱀파이어인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날 수 있는 이유는! (두둥!) 바로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이기 때문이지요.

신문기사에서 친어머니의 죽음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어떻게 입양되었나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친아버지의 정체를 눈치채고 맙니다. 친아빠는 멀리 있지 않았지요. 바로...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우선 넘어가고, 올리비아를 멀리하면서도 은근한 애정이 어린 시선은 바로 그런 이유였기 때문이겠지요. 혈육은 속일 수 없다는 거겠죠?

하지만 두 자매에게 더 큰 시련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아이비가 유럽으로 이사를 가는 것인데요,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이라는 머나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지게 된 두 자매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다음 권이 벌써 기대됩니다! (남자친구인 블렌던이 쿨했던 것은 참 의외였죠! 지금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매에게 부모님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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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그리고 수컷 : 오페라 카르멘과 함께 하는 성 이야기
주석원 지음 / 세림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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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 놓인 《엄컷 그리고 수컷》을 보고 어머니가 물으셨다. "이건 무슨 책이니?"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오페라 카르멘으로 여, 영어공부하는 책입니다!!!" 어머니의 표정이 굳어졌다...


딱 봐도 표지가, 제목이, 문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뻔한 거짓말을 했을까? 뭐, 나 스스로 책에 대한 이해도가 무지하게 낮아서가 첫 번째 이유. 그리고 대충 펴본 페이지에 영어와 해석과 오페라 카르멘인듯한 일러스트가 있어서 오해한 것이 두 번째 이유.


하지만, 이 책을 실제로 읽어보았을 때는 상상했던 것과는 좀 많이 달랐다. 작가소개를 읽어보니 '오페라를 좋아하는 한의사가 쓴 성(性)에 대한 책'이라는 해석이 나오던데, 이 예상은 얼추 맞아떨어졌고. 그리고 카르멘을 위주로 쓰여진 책이 아니라,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카르멘은 이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돋구는 에피타이저 겸 디저트 역할을 한다고 보는게 더 정확할 듯 싶다.


음,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내가 이때까지 보았던 19금(에 가까운) 책들 중에서 가장 수위는 높다. 단어들이 직설적이고... 일반 회화 및 소설에서도 잘 드... 등장하지 않는 어휘들이 많이 나오지. (그것도 엄청난 빈도로) 하지만, 우리나라의 관습 아닌 관습처럼 돌려서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대놓고, 까놓고 이야기하다보니 성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사례도 깨알같고 재미있다! 자궁이 없는 (다른 기관이었나?) 아프리카 소녀가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복부를 칼로 찔리고 임신한 사건이라던가, (웃긴 사연은 아닌데 너무 웃었어;;;) 한의원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라던가. 하는,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사례라. 이해가 120% 정도로 잘 되었다는 장점!


심지어 교미하는 동안 먹이 공급이 떨어지면 교미하다 말고 암컷이 달아나 버린다고 한다(이럴 수가!). 수컷 또한 계산이 확실하다. 교미를 마쳤을 때 아직 남은 먹이는 수컷이 다시 회수해 간단다(오 마이 갓!). 또, 형편없는 먹이를 제공하는 제비 갈매기는 금방 채이고 만단다(쯧쯧).


그리고 깨알같은 재미를 또 주는 것은 군데군데 들어간 작가의 사견. 굳이 따지자면 이 책의 분류는 설명하는 글에 가까울 텐데 감정을 마구마구 실어서 쓰셨다. 비꼬고 싶은 건 충분히 비꼬고, 두려울 것 없다, 내키는 대로 쓰겠다, 라고 정말 감정이 실려있어서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읽고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쩌면 구X애라던가 우리에게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 지식이 박혀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바로잡는 하나의 측면에서 이런 책이 나온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조금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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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Sex & Sensibility
한승억 지음 / Socks Puppets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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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짝 보기에는, "이거, 완전 야한 책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 혼자 카페에 앉아서 미친듯이 키득대면서 읽다가, 재미있다고 친구한테 전화했는데 "야, 이 미친X아!" 소리 들은 책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냥 한 번 짚고 가고 싶은 것은) 분명히 목차 부분에는 소제목이 하나하나 다 쓰여 있는데, 본문이 시작되면서 부터는 소제목이나 내용의 분류(구분)가 상당히 모호하다. 사진이나 그림으로 나뉜 듯(?)도 하지만, 이 부분이 끝났다는 느낌이 석연치 않은 건 어쩔 수 었다.

구어체의 말투를 구사했다는 뒷페이지의 저자의 말처럼, 흐름 자체는 상당히 매끄럽게 잘 흘러가는 것은 매우 좋았다. 몰입해서 재미잇게 읽었으니까.

난 우리집에서 자란 것 치고는 (아, 어머니가 보시면 상당히 노하실 수 있겠는데?) 상당히 개방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소 보수적인 편이라 상대적으로 이 책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 사람이 꽤 많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개방적이고 오픈 마인드로 글을 쓰고, 또 성을 바라보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봤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속궁합 문제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들이 생각 외로 많다고 한다. 영화였나, 드라마였나... 어쨌든, 관련해서 카운셀러도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 실제로도) 부부면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요 책이 그런, 자질구레한 쪽의 카운셀링을 꽤 포함하고 있다. 뭐, 물론 내가 봐도 "아... 이건 좀 나라도 용납하기 힘들듯..."이라는 포인트는 있기는 하지만. (결혼해서 남편이 '그러자'고 하면 난 욕지꺼리와 싸대기를 갈겨주며 이혼하자고 할 것 같아... -_-)

재미있는게 또 (ㅋㅋㅋ) 이상적인 남녀의 키 차이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배꼽을 대고 섰을 때 여자의 코가 남자의 입술에 닿이는 정도. 그 정도 차이가 딱 좋다고. 그리고 40점 짜리 남자와 60점 짜리 여자가 만나 서로의 합이 100점을 만든다던가 (물론 이런 식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하는 사소한 묘사들이 꽤 좋았다.

그대가 여성이고, 다소 노골적인 성표현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다면 한 번은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하지만, 자칫 사람들에게 선물하기에는 다소 위험이 있을듯. 나는 오늘도 내 베스트 프렌드에게 변태로 찍혀버렸다. 얘가 정색했어, 막... 월요일에 만나서 수습해야하는데,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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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s 2010-05-0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저자입니다.
윗트있는 서평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책을 처음 출판한 저자로서 판매보다는 서평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서평이 한 줌 올라올 때마다 호기심의 눈으로 열심히 보는 중입니다.
수필은 개인철학의 나열이라서 동조에 큰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각설하고.... 서평, 너무 즐거웠습니다.

카즈마 2010-05-04 22:02   좋아요 0 | URL
이효!!! 제 서평을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고맙습니다! :D
저도 책을 굉장히 즐겁게 읽었던 터라, 다음에는 또 어떤 책을 쓰실까 기대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좋은 책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인류사에 큰 공헌하신겁니다!!!
 
소통이 인맥이다 - 능력 있는 사람은 모두 실천하는 일류 인맥 관리법
시마다 아키히코 지음, 박금영 옮김 / 앱투스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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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6, 28th book of 2010.

47가지 인맥을 늘리는 method,

 

'클립'이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회사'. 아무래도 저자는 이 분야에 업을 둔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지?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얼마 되지 않은 시간동안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그거다. '클립', 글쓴이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 원하는 사람, 그 일에 적절한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것을 아예 업으로 삼는 이 사람의 '자질구레한 팁'.

 

뭐, 딱히 책을 읽으면서 "오, 정말 획기적인 방법인데? (반짝) 다음부터 써먹어 봐야지!" (...) 이런건, 없었다. 약간 자기계발서 분야의 책들처럼 47가지 중에서 3~4가지의 조금 독특해 보이는 것들과 어떻게 보면 모두 하나로 일관되는 메시지들.

 

그러니까, 이런거 아닌가? "Keep in touch, if you think this people is remarkable." (오랫만에 영어 쓰려니까 이상하지만ㅋ) 첫 만남이 이뤄진 1주일 이내에 다시 가벼운 점심식사를 권한다던가, 쓸모없어 보여도 그 사람의 명함을 버리지 말아라, 4~5년 후에 다른 곳에서 재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There is no useless relationship. Do not throw away any business card." 요즘만큼 쓰잘데기 없는 인간관계를 정리해야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적도 없긴 한데, 이런 명함정리를 그나마 참게해 준, 고마운 책이라고 해줘야하나?

 

약간은 헤드헌터스러운 직업이지만, 글쓴이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관계'의 소중함을 더 빨리 깨달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러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는 거였을 거고. 나는 꽤나 관계에 있어서는 수동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 지금의 눈 앞의 사람이 10년 뒤에 어떤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 지 모르는 거니까.

 

그런데, 우리는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걸까? 모르기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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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유
이시다 이라.이사카 고타로 외 지음, 신유희 옮김 / 해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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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정상적인 연애나 사랑'에 대한 것은 없는 우리 이사카 코타로씨. 《투명한 북극곰》은 뭐랄까, 그 특유의 미스테리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이건 연애라기 보다는..."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역시 사실. 달달한 느낌보다는 역시 이사카 코타로, 라는 느낌. 오히려 이름 몰랐던 다른 작가들의 새로운 발견이 즐거웠던 단편집.

 

남성 작가들의 달달한(?) 연애 이야기를 담았다는 단편 모음집으로 6작가의 6가지 색이 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나카타 에이이치의 《모모세, 나를 봐》와 혼다 다카요시의 《Sidewalk Talk》, 꽤나 좋았다는 느낌.

 

나카타 에이이치의 《모모세, 나를 봐》는 레벨 2의 노보루가 레벨 99의 미야자키 선배와 재회(?)하면서 어찌어찌 일어나게 되는 얽히고 설킨 관계의 실타래.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척하는 어린 가짜 연인들이 자라나는 모습. 마음이란, 어쩌면 그렇게 움직이는 거 아닐까?

 

"바보 같으니. 몰랐으면 좋았을 거라니, 그런 소리 말아. 얼마나 멋진 일인데."

"하지만……."

"소중한 일이잖아. 난 부럽기만 하다."

"이런 일이 멋지다고……?"

"그래. 소중히 여겨야 할 일이야."

"그런 바보 같은 일이 또 어딨겠어!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사는 게 백 배 나아!"
"난 알고 싶어. 네가 느끼는 지금의 감정을 말야. 태어나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 감정을. 아직 난 몰라. 언젠가 나도 그런 병에 걸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때 가서, 지금 내가 참으로 무지한 어린애였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후회하고 경멸하고 싶어질 만큼 괴로울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런 감정을 알고 싶어."
"거울을 봐. 우리가 그딴 걸 알게 되면, 돌아오는 건 파멸밖에 없어! 네가 말하는 그 감정은 괴물이나 마찬가지야! 가슴속에서 제아무리 날뛰어도 우리 같은 부류의 인간에겐 어쩔 수 없는 일일 뿐이라고!"
"나도 알아. 하지만 그 괴물, 올 테면 오라지. 너도 부디 그 괴물을 죽이지 말아. 그건 소중히 다뤄야 하는 거야."

 

《뚫고 나가자》 같은 경우는 조금 기묘한 내용이기는 했지만, 중간중간에 마음에 드는 구절이 많았다. 계산적인 연애를 어쩌면, 하고 있는 (이름의 존재감이 없는) 오노와 순진하고 냄비요리를 잘 하는 사카모토, 그리고 성격은 나쁘지만 천성이 나쁘지만은 않은 기도씨.

 

그때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어 그것을 여기 적어보려 한다.

 

그것은 나의 의지나 각오와는 전혀 상관없는, 단순한 감각이었다. 무척 기분 좋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감각. 그것은 갑자기 내게 내려와 놀랄 만큼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었다.

……그저 애정을 키워나가고 싶다는 바람.

 

그런 감각이 내려앉았을 때, 처음에는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렇게 느낀 이상, 다른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조금씩 소중하게 키워나가자고, 커지거나 짙어지는 것이 아니어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키워나가자고, 그렇게 계속 바라는 것만이 애정의 교환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온 세상을 떠도는 기브 앤드 테이크 속에서 나는 앞으로도 무언가를 이루려 들겠지. 아무리 신중하게 임해도 나의 나태함이나 욕망은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말 것이다. 그리고 여러 번 내 자신에게 실망할 테지. 그렇게 때문에 언제까지고 기억해 두고 싶었다. 보름달 아래, 그녀를 통해 내게 온 아름다운 감각을 영원히 기억해 두고 싶다고, 나는 기원했다.

 

마지막 작품이었던, 《Sidewalk Talk》. 사실 읽으면서 뭔가 상당한 '반전'을 기대했던 것, 부정하지는 않겠다. 어떻게 보면 그저 순조롭게, 서서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그런 흐름이다. 그래도 무엇인가 애뜻한 감정,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무엇인가를 건드리는 느낌. 그런 간질간질한 사랑이라는 것,

 

이 여자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그 점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웃으면 오른쪽 뺨에만 생기는 볼우물. 다소 건방져 보이는 웃음. 생각에 잠길 때면 윗입술을 개무는 버릇. 그 모든 것을 잃게 된 사실을 언젠가 애석하게 여길 날이 올는지도 모른다.

 

ㅡ후각을 주관하는 것은 대뇌의 구피질이야. 그리고 구피질 양쪽에 해마라는 것이 있는데, 이 해마가 기억을 주관하지.

ㅡ그래서?

ㅡ그러니까…….

스무 살의 그녀가 웃었다.

ㅡ후각은 오감 중에서도 기억과 가장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야.

ㅡ흐음, 그게 뭐?

ㅡ그게 오늘 향수를 뿌리고 온 이유란 말이지. 넌 앞으로 이 향수 냄새를 맡을 때마다 오늘 일을 떠올리게 될 거야. 네 머릿속에서 언어로조차 변환되지 않는 가장 시각적인 감정을 떠올리지 않겠냐는 말이지.

엷은 시트로 몸을 감싼 그녀가 아직 색을 띠지 못한 아침의 하얀 빛 속에서 수줍은 듯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내게는 기적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쌓여온 작은 기적들이 모두 이곳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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