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평점 :
'평범한 교사, 소년원에 가다' 이 한 줄의 책소개가 책에 대한 기대를 하게 했다.<소년을 읽다>는 소년원에 파견 간 국어 교사가 소년원 소년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시를 외우며 지낸 시간의 기록이었다. 책을 읽을수록 어쩌면 세상에서 더이상 기대하지 않는 소년원 속 아이들에게 기대를 하게 됐다.
온몸 가득 문신을 새기고,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날리고, 듣기 불편한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꿈을 꿀 수 있는, 우리가 조금은 너그러워도 되는 소년들이었다. 죄에 대한 책임은 따라야 한다. 다만, 실수를 만회하고 단단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줘야 한다.
기가 막히게 재밌는 이야기도 문체가 빛나는 책도 아닌데, 한 번 잡으면 쭉 읽힌다. 뭉클하다. 엄마여서 더 그랬을까.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로 잊혀지지 않아야 하는 '우리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여서 책을 읽을수록 아렸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영혼의 뿌리까지 어쩌지 못하게 병든 존재는 아니었다. 말간 얼굴과 순진한 마음의 곁까지 돌이킬 수 없게 파괴되고 망가지지는 않았던 거다.' (본문 13)
베틀하듯 쏟아내는 알바 경험에서, 고된 노동으로 굵은 손마디에서, 일 끝내고 마시던 믹스커피 한 잔의 맛을 되뇌이던 소년들의 모습에서, 먹고사는 것에 급급할 수 밖에 없었던 녹녹치 않았을 소년들의 삶을 옅볼 수 있다. 아직는 사랑 받고 자라야 할 소년들에게 사회는 참 너그럽지 못했구나. 어른으로서 미안했다.
소년원에서 나온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전보다 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소년원이 아이들의 삶에 큰 낙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안다. 이런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만나자는 말이, 색 하나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파란색은 9호, 연두색은 10호로 수감원 방번호로 읽는 모습이 그래서 더 아프다. 사회도 이 소년들을 소년원이라는 필터를 통해 볼 것이다. 이 필터가 소년들이 살아 온 날보다 더 세상을 살기 힘들게 만들겠지.
우리는 이 소년들의 이야기를 되도록이면 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 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 기회를 가질려면 사회가 보다 유연해야한다. 유연성과 너그러움은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버리면서 생기지 않는가. 이 책을 한 권 읽는다고 소년원 소년들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없애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생각하게 된다.
'시간에도 농도가 있다. 어떤 시간은 묽은 채로 주르르 흘러, 지나고 나면 흔적이 없다. 어떤 시간은 기운이 깃들어 찐득하다. 질고 끈끈하다. 그런 시간은 삶에 굵고 뜨거운 자국을, 원래의 모습과 달라진 흔적을 남긴다. 좀처럼 잊지 못하게 마련이다. 오늘을 통과한 아이드릐 영혼에는 어떤 자국이, 흔적이 그려졌으려나. 앞 전과 다른 무늬가 아로새겨지지 않았을까. 내 마음에 들려 왔다.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는 소리.'(본문 36)
소년원의 소년들도 누군가가 따뜻한 마음으로 책 한 권 읽어주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앞에 진정한 위로와 보살핌을 받았더라면, 소년들의 말처럼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눈으로라도 돌을 던지지 말고, 2년간의 소년원 생활를 마치고 나가는 명구를 따뜻하게 누군가 알아줄 수 있다면, 소년들의 삶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소년들이 시를 외우던 마음이 사회에 나와 부디 쓸모없는 마음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