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사춘기를 거쳤지만 그 때와 지금 사춘기는 다르지 않을까. 사춘기. 지나고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인가. 혼돈 만큼 가능성도 큰 시기이다. 이걸 그 때 알아채기 힘들다는 게 문제지만..바람의 사춘기. 청소년 시집이다. 청소년이 쓴 것은 아니고 작가가 청소년의 마음으로 쓴 시이다. 3부로 구성된 시들의 시선은 내면에서 외부로 옮겨지고 있었다. 마치 사춘기 아이의 마음처럼 말이다..요즘 청소년 시집들은 한 편의 이야기처럼 구성된 것들이 많다. 읽기는 편하지만 시는 아무래도 서정성이 우선이 아닐까 싶어 아쉬운 점이 있다..<바람의 사춘기>. 이야기도 있지만 서정적인 시들이 보인다. 어렵지 않은 비유지만 읽을수록 보이지 않던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시라는 게 원래 곱씹을수록 제 맛이 우러나지 않는가..몇 편의 시에 마음이 턱하고 부딪혔다. 문은 다 열어도 정작 사춘기 아들의 마음을 문을 열지 못하는 열쇠공의 이야기. 내가 나에게 미안해 한 적이 있는가. 태풍에 쓰러진 얼기설기 뻗은 은행나무의 뿌리가 그랬다..사춘기 아들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어쩌면 내가 열쇠수리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도 나에게 미안해 할 게 많은데, 제대로 용서를 구한 적이 있었는가.마주한 시간이 있었는가. 땅 속 길을 찾아 헤매고 다닌 뿌리가 무색하게 쓰러져 버린 은행나무를 보며 내가 뿌리 내리고 있는 것들을 살펴 봤다..아이에게 <바람의 사춘기>를 건냈다. 글쓰기가 주춤한 아이에게 다시 너의 사춘기를 <바람의 사춘기> 속 시처럼 남겨 보면 어떨까 물었다. 아이의 사춘기가 실루엣처럼 남지 않길 바라는 바람에 물었다. <바람의 사춘기>는 봄바람처럼 따듯하고 짧고 강렬한 아름다운 사춘기에 대한 한 편의 기록이고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