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세계 - 2023 북스타트 선정도서 보림 창작 그림책
이미나 지음 / 보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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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그림책이다. 그림 속 늑대가 홀로 사슴을 쫓던 상황이 그랬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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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늑대에 매료되어 늑대에 관한 책들을 끌어 모아 읽었던 적이 있다. 이미 한 시즌 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늑대에게 묘하게 끌린다. 그래서일까. 늑대를 그린 이미나 작가의 <조용한 세계>는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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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보면, 세 마리의 늑대가 나오지만 책장을 넘겨 보면, 한 마리의 늑대가 외로이 끈질기게 수사슴을 쫓고 있다. 어쩌다 무리지어 다니는 늑대가 홀로 남게 되었을까. 책에서 언뜻 언급되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읽는 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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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작가의 <조용한 세계>를 눈 내리는 밤에 보았다면, 아마도 창가 너머 하얗게 내린 골목을 홀로 걷는 늑대를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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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거친 붓터치와 책 속 가득 채운 하얗고 푸른빛의 색감에서 늑대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 번 이 책을 쓱 읽고 넘어가진 말았으면 한다. 읽을 때마다 좇는 늑대와 쫓기는 사슴의 팽팽한 추격전 속에서 자연의 섭리와 뭔가 모를 찡한 마음이 새롭게 그려 지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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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세계, 아마도 모든 것이 끝난 뒤의 상황을 두고 지어진 제목이 아닌가 싶다. 목적은 이루고 난 뒤 해냈다는 성취감만 있었을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정적과 어둠이 주는 허탈감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늑대가 바라 본 조용한 세상은 어땠을 지. 이도 읽는 이마다 다르게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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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늑대는 푸른 눈의 늑대였다. 블루아이, 단박에 떠오른 이름이다. 토이 세이들러의 <맏이> 속 주인공 늑대의 이름이다. 블루아이가 이미나 작가의 그림책 속에서 살아난 느낌이랄까. 블루아이도 어쩌다 홀로 남게 된 늑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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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은 늑대는 다시 무리로 돌아 갔을까. 아니면 블루아이처럼 홀로 떠돌게 되었을까. 이것도 독자의 몫이다. 상상의 여백을 주는 게 좋다. 상상꺼리가 많은 책은 다시 펼칠 재미가 있다. <조용한 세계>가 그랬다. <조용한 세계>를 읽을 때는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조용한 때를 골라 담담하게 읽었으면 한다. 책이 주는 여운을 오랫동안 묵직하게 간직하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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