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하계 환승터미널 구멍가게
배인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평점 :
은하계 환승터미널 구멍가게
배인경 장편소설 / 해피북스투유
*어서 오세요, 그쪽 손님은 어느 행성에서 오셨나?
돌연, 대한민국에 생겨난 제44 은하계 환승터미널
봉천동 소상공인 원동웅 씨, 환승터미널 구멍가게 주인이 되다!
"나도 평범하진 않지만, 당신네 은하계 사람들은 정말 이상해."
차별로부터 평생 도망쳐 온 원동웅 씨.
자신이 평범해 보일 정도로 너무 다른 은하계 사람들로부터
차별과 맞설 수 있는 온기 어린 손길을 건네받는다.
---------------------------------------------
은하계가 나오고 외계인이 등장하는 소설이
이렇게나 감동적으로 다가올줄은
책을 편 초반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처음에 크게 한탕 하고싶어서 알박기를 한 주인공과
책을 다 읽고났을때의 주인공은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아픈부분들이
책 속의 외계인들의 모습에 녹아 표현되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불편하기도,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우리의 주인공 원동웅씨가 있다
외계인들의 아픔과 상처를
무심한듯 투박한 말투로 툭툭 내뱉듯 이야기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행동으로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동웅씨
그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지구라는 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그가 어릴적부터 차별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래도 다문화라는 말이 어느정도 익숙해졌지만
처음 우리나라에서 다문화를 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았다
그 안에서 그들이 느꼈을 차별어린 시선들이
얼마나 차갑고 날카로웠을지...
그렇게 엄마와 도망치듯 살던 곳을 떠난 동웅씨에게
환승터미널 구멍가게는 유일하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안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생김새를 가진 외계인들을 만나며
동웅씨는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극복해나간다
*p115
떠돌아다닌다는 건 어쩌면 삶을 오롯이 짊어지고 다니는 것과 같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삶 자체가 짐이 되는 것이기도 했다.
*p258
원동웅 씨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쩐지 알 수 있었다. 이방인으로서 이 땅에서 살아가며 그가 수도 없이 하고 싶었던 말. 도와줘요. 칭칭 싸맨 손님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p297
한글과 '외계'의 언어들이 뒤섞인 간판을 단 가게를 보며 원동웅 씨는 불현듯, 자신이 더 이상 투자도, 성공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간판은 꼭 자신 같았다. 외계인이고, 한국인이고, 지구인이고, 또 그냥 사람인 자신. 그리고 그런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에서 그는 계속 살아갈 것이다.
떠돌이들이 한 곳에 길게 머무르지 못하도록
무료 탑승권을 제공하고 온 몸에 문신처럼 새겨넣은 바코드,
하층민들로 취급되는 특정 별의 외계인들,
인공지능을 이식해서 되살리 외계인,
세대간에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외계인들..
책에 나오는 다양한 외계인들의 상황들을 보며
그것이 그저 책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니기에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에 실재하는 문제들이기에
더 집중하고 공감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도 우리와 다른 모습을 한 누군가에겐 외계인이 될 수 있듯이
나와 다름을 이상하고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그저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수 있는
그런 인간적인 따뜻함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