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지구의 마지막 밤이라면, 누구 어깨에 기대 있고 싶어?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의 계절 앤솔러지에서 탄생한 박에스더 작가의 장편소설로 장르적 틀 속에서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우주시대라는 SF적 설정과 영혼과 육체의 분리라는 독특한 세계관 그 안에서 싹트는 첫사랑, 정체성을 섬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지구에 남겨진 육체들은 강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지만, 미래와 영은 서로를 만나며 금지된 감정을 조금씩 마주하고 흔들림의 정체를 찾아간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의 해답을 탐색하는 여정을 통해 결국은 나답게 살고 싶다는 결론을 만나게 된다. 미래는 지구와 우주를 오가며 종말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는 단순한 파국이 아니라 오히려 끝이 다가올수록 삶의 의미와 인간과의 연결선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미래와 영이 불확실한 상태,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나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나 역시 진짜 나를 찾는 것이 늘 숙제이다. 이 소설은 명확한 해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천천히 흔들려도 괜찮다고, 그 속에서 자신을 잊지 말라고 위로해 준다. 소다 거품처럼 금방 사라질 것 같은 순간들이 어쩌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풍성한 소다 거품같이 청량하고 여름처럼 씁쓸한 감성의 이 소설처럼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내 감정과 선택을 통해 나만의 시간을 살아내야겠다. 🗨️ SF 장르가 낯선 사람이거나, 복잡한 감정과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섬세한 감정 표현과 서정적인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사랑해요. 여기서부터 제 평생까지.”2021년 코로나 팬데믹 한겨울, 은우는 친구들과 술 취한 사람을 연행하던 중 손가락에 화상을 입은 채 파출소 앞에 서 있는 류남을 만난다. 신분증도 없이 위태로운 류남의 모습에 은우는 사촌 누나인 척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며칠 뒤 은우는 눈 쌓인 놀이터에서 눈에 덮인 채 기진맥진 한 류남을 다시 만난다. 100년 뒤 미래에서 시공간을 헤매다 길 잃은 21살 청년이라는 충격적인 류남의 고백과 몸 곳곳의 상처들, 고통스러운 과거 이야기들은 어느새 은우의 삶 속에 스며든다.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랑을 멀리하던 은우와 류남의 기묘한 동거는 조금씩 은우의 마음을 열어가고 류남은 2년만 버티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은 2년 후 끝난다. 그리고 마치 꿈처럼 다시 은우 앞에 나타난 류남,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누군가에게 간절히 닿고 싶은 마음과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상처들을 절제된 문장으로 그려내어 은근하게 와닿는 이 소설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비현실성 속에서 현실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인 감정선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팬데믹으로 모두를 고립시켰던 시기에 누군가의 작은 말 한마디가 견디게 하는 힘이 되고 버티며 살아낸 시간을 보상해 주는 것 같다. 잔잔한 문장 속에 여운이 오래 남아 시간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타임슬립 소재의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영화 <시간 달리는 소녀>와 비슷한 결의 소설이라 오랜만에 설렘을 느꼈다. 시간 여행의 신비함보다는 서로의 상처에 다가가는 두 사람의 기적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소설, 로맨스 판타지로 모자란 감성도 채워진 것 같다. 🗨️ 잔잔하지만 감정 깊은 소설을 좋아하거나 코로나 시절의 답답함과 고립감을 정리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동반자로 안내견의 하루를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려내 어른, 아이 모두가 꼭 읽어야 할 그림책.이제부터 언니는 나의 보호자.나는 언니의 보호자예요.안내견 학교에서 배운 대로 앞을 보지 못하는 언니와 함께 산책을 나가는 안내견의 일상이 담긴 그림책이다. 공사 중인 길을 지나가거나 불법 주차된 차, 점자블록 위에 설치된 간판 등 특히 주의해야 할 장애물도 많지만 안내견은 보호자의 눈이 되어 잘 걸어 나간다. 그러나 마트나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함께 들어가지 못하는 순간을 맞을 때도 있다. 아직까지 현실은 안내견과 보호자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며 안내견의 인식과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보호자의 눈이 되어 함께 걷는 안내견의 일상에서의 소소한 기쁨과 동시에 마주하는 어려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우리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이자 신뢰의 동반자이다. 이 그림책은 안내견의 시선에서 동반자를 바라보고 단순히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준다. 불편한 통로, 길 위의 장애물 등 안내견과 보호자에게 제약이 되는 상황을 보여주며 배려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든다.안내견은 노란 조끼를 입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상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들의 역할이 갖는 무게와 의미를 생각해 보고 사회의 보이지 않는 관계와 배려, 권리의 문제를 들여다보며 우리의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그림책을 보고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할 수 있는 배려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트위터를 통해 라틴어의 매력을 전해온 젊은 라틴어 연구자 라티나 씨와 로마를 배경으로 한 만화, 에세이로 이름을 알린 예술가 겸 작가 야마자키 마리의 라틴어 한 문장 배우기.고대 로마의 라틴어 격언 중 65개의 문장을 선택하여 각 라틴어의 원문, 발음,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함께 풀어낸 책이다. 단순한 명언 모음집이라기보다는 살아있는 언어와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린 사유의 정수라는 인상이 더 강하다. 라틴어 격언이 단순히 멋스러운 문구가 아니라 왜 이 문장이 고대 로마에서 왔는지 그 맥락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주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려준다. 두 작가의 대화체로 이루어져 인터뷰 현장에 직접 나가 강연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더 많은 격언이나 라틴어 원문을 많이 접하고 싶다면 조금 아쉬울 순 있겠지만 오히려 65개 문장으로 한정되어 기억하기 쉬운 것 같아서 더 좋았다. 라틴어 발음, 음차 표기가 있어 라틴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친절한 구성의 책이라 언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명언 속에서 깊은 메시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나만의 라틴어 문장을 얻는 즐거움과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Esse quam videri — “보이는 것보다는 존재하라”Carpe diem — “오늘을 즐겨라”Amor fati — “운명을 사랑하라”🗨️ 삶의 전환점에 있거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말의 힘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낸 수정빛 작가의 에세이.다정한 말은 단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나를 일으키고 지켜줄 수도 있다. 나 자신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 또한 외부의 인정이나 칭찬보다 나 스스로를 살리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다정한 에세이다. 완벽하지 않은 나이기에 흔들리는 나를 인정하고 그럼에도 괜찮다고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용기를 준다. 나에게 던지는 다정한 말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늘 내가 한 말, 내가 들은 말과 같은 일상의 언어에 집중하며 그 속에서 고 소중한 순간들에게서 오늘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참 매력적인 제목의 에세이, 나를 '살리는'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말, 내 삶을 이어주는 말이라는 느낌을 준다. 감성 에세이로 잔잔한 위로와 일상의 사색이 필요하다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