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고 싶은 날 - 신현림의 라이팅북
신현림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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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서평] 「글 쓰고 싶은 날」 글에 사무치고 싶다, 나만의 것을 쓰고 싶다



 

글 쓰고 싶은 날 - 
신현림 지음/마로니에북스

 


 예쁜 표지의 시집은 피하라는 말이 있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 사이에서 횡횡하게 떠도는 이 조언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표지는 책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분홍 꽃잎이 휘날리는 등 과도한 감정을 강요하는 표지는 내용도 오글거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을 두고 흔히 감상적이다,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신현림의 라이팅북 「글 쓰고 싶은 날」은 신현림 시인이 어릴 때부터 노트 20여 권에 옮겨 적고 그린 문장과 그림 중 볼만한 것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일종의 신현림이 권하는 문장, 그림인 셈이다. 특히 시가 많이 실려 있어 시집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투박한 표지에 비해 속지는 알록달록 아주 어여뻐 읽을 맛이 난다. 잠깐, 예쁜 시집은 피해야 됐던 게 아닌가?! 「글 쓰고 싶은 날」은 '시집'과 '신현림 시인'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어 이런 걱정 없이 편한 마음을 갖고 읽었다. 과하게 화장하거나 꾸며 오히려 처절하게 보이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그림을 전공하기도한 신현림 시인의 미적 감각이 이렇게 예쁜 책을 만든 걸까? 특히 신현림 시인이 만든 노트처럼 문장을 베껴 쓸 수 있게 마련된 필사 페이지는 가지각색이라 유난히 돋보인다.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어.

 외롭고 두려웠어.

 아베 고보의 글을 써봤어.

 조금씩 나는 털실처럼 따스해졌어.

 외롭지 않았어.

 자꾸 쓸수록 나는 즐거웠어.

 어때,

 같이 따라 써볼까.

P. 26


 예쁜 속지에 담긴 내용 또한 마치 진귀한 돌에 알알히 박힌 보석처럼 빛난다. 시인의 눈은 보통 사람의 눈과 다르다. 신현림 시인의 감성으로 본 세상과 그 감성으로 만들어낸 시는 그녀의 '시', '예술', '세계'의 거리를 줄여준다. 특히 책 초반에 나오는 무분별한 끼적임, 낙서는 이 책에서 가장 설레는 곳이다. 시인다운 표현이 가장 생생하고 어렵지 안헥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무척 좋다. 마치 아름다운 결말을 맺는 이야기처럼 낙서와 시, 산문, 그림을 지나 모든 감각과 감성이 모여 끝내 신현림 시인의 대표 시 20편이 등장하는 구성은 탁월하다. 책을 이루어내는 기가막힌 기승전결 구성! 가끔 어떤 시집은 구성과 목차, 시의 배치, 순서로도 하나의 시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 역시 훌륭한 예가 아닐까? 지금의 신현림 시인을 만든 토양과 재료, 영양분을 감상하고 아름답게 핀 '신현림'을 감상하는 책, 「글 쓰고 싶은 날」이 된다.

 제목 '글 쓰고 싶은 날'은 나를 무척 흔든다. 지금 신현림을 만든 노트 20여 권처럼 나도 오로지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 어쩌면 나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블로그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창조, 문장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예술이 그렇다. 글이 그렇다. 이 책을 보면 글에 사무치고 싶다.


 언어란 그리 쉽게 지워질 수 없는 살아있는 육체의 일부다.

 P.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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