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서평 ]「마음 담은 글씨」 지금 품고 있는 감정 멋글씨로 표현해보세요

마음 담은 글씨 -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캘리그라피 책, 박병철의 멋글씨 가이드북
박병철 지음 / 샘터사 / 2015년 4월

[디자인/서평 ]「마음 담은 글씨」 지금 품고 있는 감정 멋글씨로 표현해보세요

 글씨가 예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편지 쓸 때 그랬다. 편지에 담아내려고 했던 건 인생에서 느낀 가장 애틋한 마음이었다. 글씨가 괴발개발이었다. 키우던 고양이가 편지를 쓰던 내 주위을 어슬렁 거리더니 기어이 편지지에 발자국을 찍어버렸다. 괴발개발 글씨에 진짜 '괴발'까지 찍혀버린 편지가 됐다. 심각하게 고민했다. 나는 고양이 발자국이나 예쁘지 못한 글씨 때문에 편지에 담은 내 마음이 퇴색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요즘은 손글씨 쓸 일이 드물어 그런 감정을 느낄 일이 별로 없겠지만, 예쁜 글씨에 대한 욕심은 보통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마음 담은 글씨」를 좋게 본 이유도 역시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마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만약 제목이 '예쁜 글씨', '예쁜 글씨 쓰기'와 비슷했다면 아마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멋글씨(캘리그라피)를 잘 쓰는 방법이나 기술보다는 글씨를 통해 어떻게 마음을 전달하고 표현할 것인가가 이 책의 핵심이다. 책에는 잘 쓰인 멋글씨의 본보기가 무척 많이 담겨 있는데 이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감각적이고 생동감 있는 멋글씨를 보면 마치 기발한 아이디어나 신기한 현상을 보는 것처럼 탄산 같은 놀라움이 터져 나온다. 그 감정은 힘껏 흔들었다가 뚜껑을 딴 캔콜라와도 비슷했다. 표현에 대한 감탄이었다.

 우리 곁에는 이탈리아 평론가 리치오도까뉴도가 '제 7예술 선언'으로 정해놓은 예술 외에도 수많은 예술이 존재한다. 꿈이라든가 얼정과 같은 글자의 느낌을 온전히 살려 멋글씨로 표현해 내는 것은 훌륭한 예술과 같았다. 특히 '콩닥콩닥', '부릉부릉'과 같은 의성어나 의태어는 보기만해도 무척 재밌다. 사람의 마음은 정말 놀랍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고 또 안심했다. 굳이 멋글씨에 관심이 없더라도 '표현'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