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아이에게 스토리가 필요하다 ㅣ 멘토솔루션 진로 가이드북 1
박인연 지음 / 이답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교육/서평] 「내 아이에게 스토리가 필요하다」 스토리가 똑같은 끔찍한 세상
"가! 가란 말이야! 너 만나고 되는 일이 없어!"
당시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전지현 씨가, 역시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정우성 씨에게 낙엽을 던지며 이런 말을 했던 CF를 기억하는가? 이 음료 광고는 엄청난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당시 사회에 대중적으로 스토리텔링의 힘을 부각시키는 아주 결정적인 마케팅으로 떠올랐다. 스토리는 사람을 몰입하게 하고 설득을 돕는다. 감명 깊은 소설을 읽었을 때 깊이 공감하는 이유도 바로 스토리에 있다. 설레는 첫사랑에 대해 아무리 설명한다 한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한 번 읽어보는 것만 못하다. 소나기처럼 찾아와 나를 흠뻑 적시고 간 첫사랑 이야기는 스토리 외에는 대체 할 수 없는 공감과 이해 그 무엇임이 틀림없다.
「내 아이에게 스토리가 필요하다」에서 스토리를 강조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으로도 스토리의 중요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종합 전형이 늘어나는 입시 제도에 발 맞추기 위해서는 더욱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며 더 나아가 공부만 잘하는 '기계'가 아닌 공부도 잘하는 '인성'에 스토리는 꼭 필요하다.
2015년 대학입시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수능 최저 등급이 없어지면서 일반고에서 내신 4등급이었던 학생이 한양대학교에 5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이 학생은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일까?
이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자폐아 친구가 왕따를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선생님도 미처 신경 쓰지 못하고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이 학생이 제일 먼저 자폐아 학생의 짝이 되겠다고 손을 들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친구를 따뜻하게 돌보며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고, 대화를 하고, 놀이와 운동을 함께했다. 학생과 자폐아 친구의 이야기는 그대로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었고, 결국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합격했다.
P. 74
어느덧 대한민국 공통의 목표가 된 입시와 취업에서도 스토리는 무척 중요하다. 시험 성적이 높거나 특정 자격증을 딴 사람은 얼마든지 똑같은 조건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은 절대 대체할 수 없다. 사람의 인생은 전부 다르기 때문에 나의 스토리를 갖기만 한다면 나는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 된다. 그렇다면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최우선이다. 좋아한다면 어떻게든 그 일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다. 우린 이미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유명한 고전 문학을 통해 '좋아함'은 죽음으로도 막지 못한다는 교훈을 알고 있다. 나의 인생이 무엇을 좋아할지 깊이 고민하고 답을 내릴 수 있다면 그에 따른 스토리와 성적은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스토리'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한 사람의 역사이자 이야기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르듯, 한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는 한 사람이 가진 기질과 소질(우리는 이것을 역량이라 부른다), 인성, 성향, 이 모든 것이 바탕이 되어 쓰여진다. 따라서 어느 한 사람도 같은 스토리를 가진 사람은 없다. 내 아이의 모든 성향을 무시하고 천편일률적인 방법과 방향으로 아이를 맞춰나가는 순간, 그 아이는 삶의 역사와 이야기를 잃어버리는 아이가 되고만다.
P. 25
요즘 아이들은 평생 공부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무 교육에 쉽게 지친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조기 교육이다 선행 학습이다 뭐다 하면서 잔인한 채찍을 휘두르는 어른들의 탓이 무척 크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 라는 물음에 "일단 공부를 해보고 진학을 하게 되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라는 부모의 대답은 아이들의 인생과 행복에 대한 또 다른 무책임함이 아닐까. 어렸을 때 살이 키로 가니까 더 많이 먹으라는 소리나 대학 가면 남자 친구 생긴다는 이야기만큼 신빙성 없는 이야기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공부를 하는 건데 공부를 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니 주객전도에 이런 좋은 예가 또 없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대학은 보내 놓아야겠다 라는 부모님의 초조한 사랑과 마음이 담겼지만 이는 인생이라는 우울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온 세상의 이야기가 전부 똑같다면 어떻게 될까? 소설도, 드라마도, 영화도, 스포츠도, 정치도, 사랑도 말이다. 상상만으로 끔찍하지 않은가? 아이만의 스토리에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입시만을 위한 공부를 시킨다면 마치 복제인간처럼 똑같은 생산과정을 거친 스토리를 양산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