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EBS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제작팀 지음 / 해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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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서평]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인생을 위한 발판




 2010년 9월 G20 정상회의의 마지막 날 재밌는 장면이 연출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폐막 연설을 마치고 한국 기자들에게만 질문권을 줬다. 개최국 역할을 훌륭히 해낸 한국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고 하나의 특권이었다. 우리 기자들은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결과는 중국 기자의 질문을 끝났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익숙하지 않았던 한국 기자들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못하고 중국 기자에게 그 권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G20의 대미를 장식한 10분 남짓의 간담회 동영상은 '오바마 한국 기자'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 기자들은 대체 무엇을 했는가? 하고 질타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이런 현상은 비단 기자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질문 부재 현상은 대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 강의실 대부분의 모습에서 토론과 같은 상호작용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경청과 필기만이 가득하다. 배움의 전당 대학에서조차 질문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질문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내 안의 탐구욕과 학구열이 만들어낸 궁금한 물음이 아닌 남이 정해놓은 답을 찾기에만 연연하고 있는 것 같다. 밑바닥을 치고 있는 독서율만 보더라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많은데 사람들은 질문을 만들어내는 책을 읽지 않는다. 잘 나가는 책은 학습 만화나 자기계발서가 거의 다다. 


 문제는 우리 인생도 '질문 부재'와 같이 누군가 정해 놓은 답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내놓은 답이 오답인지 정답인지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는 대학에만 가면 행복할 줄 알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학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대학이 탐구보다는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행복이라는 목적을 위한 대학이라는 수단이 어느새 대학이라는 목적을 위해 불행이라는 수단을 동원하는 일로 바뀌고 말았다. 정말 이대로도 괜찮을까?


 나는 대학 생활을 무척 즐겁게 한 편이다. 강의도 정말 유익했고 캠퍼스 생활도 무척 재밌었다. 가슴 설레는 연인도 만났었고 지금까지 연락하고 왕래하는 선후배도 생겼다. 내가 이렇게 즐거운 대학 생활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과 같이 대학을 위한 경주마로 키워지던 도중 의지가 약해서였든 경쟁에 뒤쳐져서였든 어쨌든 나는 입시라는 전국민적 대회에서 중도이탈을 했지만 누구보다 보람차게 대학 생활을 했다. 그때 배웠던 독서와 글쓰기는 인생의 한 지표가 되었고 지금도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금도 대학을 위해 밤을 지새우는 어린 학생들이 있다. 그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는지,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대학을 가려 하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왜 대학을 가는지 물음에서 더 나아가 왜 인생을 사는가에 대한 물음까지 나아가기 위해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가 새로운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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