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대로도 좋아 - 해다홍의 일상공감 에세이툰
해다홍 지음 / 미디어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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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서평] 「그냥 이대로도 좋아」 기록이라는 특별한 주문


 


 짐 캐리가 열연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트루먼 쇼>는 배우의 역량은 물론 '나의 일상이 전세계 생중계 되고 있다' 라는 약간 중2병스러운 설정이 무척 참신하고 철학적이어서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 독특한 세계관을 바라보며 한 가지 들 수 있는 의문은 과연 평범한 남자의 일상이 전세계 생중계 될 정도로 콘텐츠적 가치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내가 느끼기에 나의 일상은 무척 반복적이어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일상이 곧 재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재적으로 마음에 들어왔다. 에세이도 의외로 일상을 다룬 에세이가 재밌다. 무언가 가르침을 주려하고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는 에세이는 부담스럽기만 하고 재미도 없다. 딱히 마음 속에 와닿는 것도 없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도 부담없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책을 배우기 위해 읽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책은 첫 번째로 재밌어야 읽을 수 있다. 해다홍의 일상공감 에세이툰 「그냥 이대로도 좋아」​도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이지만 담백하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페이스북 '좋아요'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엄만 어떻게 그렇게 버티고 살았어?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

  "나도 미리 알았다면 못 살았을 거야."

P. 51 


 사람은 자신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을 통해 본인의 존재를 확인한다. 해다홍의 「그냥 이대로도 좋아」​를 보고 있자면 그런 존재에 대한 느낌을 확실하게 받는다. 나만 세상 살이에 힘든 줄 알았더니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구나, 하는 위로를 받는다. 힘든 세상에서 나와 같이 각자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사람 역시 있구나 하는 생각에 별 것 아닌 일인데도 마음이 벅차다.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없을 때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건 재밌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사람이 혼자서 살 수 없다는 말은 물리적인 능력 이외에도 이렇게 정신적인 연결 고리가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다.


 말로 다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기엔 글이 최고인 것 같다.

P. 176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된 그림 일기가 매일 똑같아 보이진 않는다.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쳇바퀴만 도는 것 같은 착각에도 인생은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었다. 일기로 하루하루를 기록한다는 건 내 일상이 특별해지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다. 기억하려하면 일주일 전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일기에 기록된 내 삶은 분명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내 안에 쌓여 있다. 내 인생에 아무런 특별한 일이 없을 거 같은 기분이 들 때, 나 정말 이대로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해다홍의 그림 일기는 이대로도 좋다는 응원을 해준다. 


 나는 내 인생을 0.001% 시청률의 드라마라 비유하고 싶다.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쨌든 주인공이니까. 웅장한 배경음악을 깔면 스스로 머쓱해질 때도 있고 역할에 심취하기엔 심심할 정도로 평범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난 언제나 중심에 있다. 가끔 본인이 타인의 드라마에서 엑스트라인 것 같아 우울해질 때 오로지 나만 연출할 수 있는 드라마로 돌아오자.

 P.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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