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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보고 싶거든 - 간절히 기다리는 이에게만 들리는 대답
줄리 폴리아노 글, 에린 E. 스테드 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그림책/서평] 「고래가 보고 싶거든」 나도 모르는 사이 다가올 그리움

 | 고래가 보고 싶거든 -  줄리 폴리아노 글, 에린 E. 스테드 그림, 김경연 옮김/문학동네어린이 |
주인을 잃고 길에서 정처 없이 헤매고 있는 강아지를 볼 때면 꼭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말한 선배가 있다. 그 후로 나에게 무언가 기다림이란 '길 잃은 강아지'와 같은 이미지로 남아 있었는데, 세월이 조금 흐르고 보니 사람도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무언가를 그리워 하며 산다. 집을 혼자 보고 있던 아이는 굴 따러 간 엄마를 그리워 하기도 하고, 굴 따러 간 엄마는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가에 잠든 아이를 그리워 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지해야만 살 수 있는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그리움을 가지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고, 기다림을 바라보는 이야기다.
그림은 꼭 잔잔한 바다처럼 평화롭고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진다. 소년은 그곳에서 고래를 기다리고 있다. 고래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이후로 인류에게 이룰 수 없이 거대한 꿈 같은 존재였다. 소년이 고래를 그리워 하는 뚜렷한 이유가 나오지 않아도 우리는 어쩐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세상 모든 게 헤어진 연인과 겹쳐 보이는 것처럼 소년은 모든 그림이 고래로 보인다. 등대가 놓인 고래 모양의 방파제. 하얀 고래를 꼭 닮은 구름. 심지어 펠리컨의 입 모양 마저도 고래로 보인다. 매 장면 시원하고 간결한 색감의 그림에는 아름다운 시처럼 기다림과 그리움이 흐른다.
바다 근처에 살아본 적도 없고, 고래는 더더욱 본 적도 없어 고래가 보고 싶었던 적은 없지만, 고래를 기다리는 소년의 모습을 보면 꼭 지나온 삶과 앞으로 있을 삶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그렇게 간절히 그리고 그리다 보면 소년은 고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덧 고래는 가까이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말고, 지치지 말고, 한눈 팔지 않고 있다 보면 숙명처럼 기다려 온 그리움의 끝이 보일 수도 있다. 만약 앞으로 고래가 보고 싶어진다면 이 책을 다시 한번 꺼내어 볼 참이다. 많은 그림책을 봐왔지만 이토록 마음을 꽉 채워주는 책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