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테스트 - 스탠퍼드대학교 인생변화 프로젝트
월터 미셸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심리/서평] 「마시멜로 테스트」 운명은 별에 새겨지는가, DNA에 새겨지는가?



 

 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때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운명은 별에 새겨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만약 그것이 유전자에 새겨진다면?". 운명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으로 이미 정해져 있어 바꿀 수 없는 일을 의미한다. 「마시멜로 테스트」가 궁금해 했던 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제력이 과연 운명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과연 자제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인가, 만약 그렇다면 내 유전자는 자제력을 가질 수 없는 유전자인 것인가? 우리는 삶의 곳곳에서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매우 큰 각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제력을 키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무척 중요하다. 운명과 관련된 영화 중에 어렸을 때 봤던 <기사 윌리엄>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영화의 내용이나 배우는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딱 하나 기억에 남는 주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미천한 신분으로 기사의 자리까지 오르며 보여 준 '운명이란 바꿀 수 있다' 라는 주제였다.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더 오래 기다린 유아원생들이 약 12년 후 청소년이 되어서는 좌절 상황에서 더 많은 자제력을 발휘하고 유혹에 덜 굴복하며 더 강한 집중력을 보여준다. 또한 지능이 더 높고 더 자립적이며 자신감과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도 더 강하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짧게 기다렸던 아이들만큼 몸과 마음이 허물어지지 않으며, 당황하거나 흐트러지거나 미성숙한 행동방식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미리 생각하고 더 많이 계획하며, 동기를 부여받으면 목표를 더 잘 추구한다. 그뿐 아니라 집중력도 상대적으로 높고 논리에 대한 대응과 이용 능력이 더 우수하며, 차질이 생겨도 곁길로 샐 가능성이 적다.

P. 32 


 모든 해답은 1960년대 스탠퍼드대학교 부설 빙 유아원에서 진행된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시작됐다. 마시멜로 테스트는 선택이라는 딜레마를 주고 반응을 관찰하는 아주 간단한 실험이다. 예를 들어 즉시 누릴 수 있는 한 가지 보상(한 개의 마시멜로)과 15분 정도 먹지 않고 기다려야만 얻을 수 있는 더 큰 보상(두 개의 마시멜로) 사이에서 선택을 하도록 하도록 말이다. 이 테스트를 기본으로 다양한 변화를 주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실험은 뜨거운 충동 시스템과 차가운 억제 시스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간단히 설명하면, 눈 앞에 보이는 유혹을 현재의 초점에 맞춰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맛을 음미하는 등의 생각으로 뜨겁게 받아 들이면 그 유혹은 거절하기가 힘들고, 미래의 초점에 맞춰 눈 앞에서 치워버린다든가 다른 재밌는 생각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차갑게 받아 들이면 그 유혹을 거절하기가 쉽다는 결과다. 또한 충동을 억제하는 힘은 노력과 연습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내용도 빠지지 않는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제력을 발휘하기 위한 핵심 전략을 '지금'을 차갑게 하고 '나중'을 뜨겁게 하는 것이다. 눈앞의 유혹을 시간 · 공간상으로 멀리 밀어버리고 멀리 있는 결과를 마음속 가까이 가지고 오면 된다.

P. 301 


 책을 통해 자제력은 별이나 DNA에 새겨진 게 아니라 노력을 통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인간의 힘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자제력을 발휘해야 할까? 사실 우리나라 사람은 자제에 관해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는 사람이다. 수십 년을 참아가며 공부를 하고 그렇게 또 수십 년을 참아가며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 지금의 행복을 유보한다고 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일에는 충동 억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어떤 남자가 의사에게 찾아가 이유를 알 수 없이 몸이 아픈 것에 대해 물어본다. 오래 살고 싶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의사는 술을 하는지, 담배를 피우는지, 여자 친구는 있는지, 취미는 있는지, 삶은 즐거운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남자가 전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의사는 왜 오래 살려고 하는지 되물으며 이야기는 끝났다.

 과식이나 담배, 음주와 같이 명백하게 비참한 결과가 예정되어 있는 충동이라면 참아야 하는 게 당연하겠지 그 외의 충동은 우리가 억제 했을 때 받을 보상이 보장되어 있는가에 대해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나의 자제력이 별이나 DNA에 새겨진 게 아니라 나의 노력에 새겨져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인간 본성의 핵심은 가변적인가 아니면 불변적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사다. 어떤 이들은 자제력과 의지력, 지능 등의 특지을 타고난 불변의 특성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교육적 개입으로 EF와 자제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실험적 증거를 접하면, 장기적 차이를 낼 가능성이 별로 없는 단기적 영향으로 해석한다. 타고난 자질이므로 바꿀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반면 어떤 이들은 같은 연구 결과를, 우리가 변화에 열려 있고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DNA 제비뽑기가 아니라 스스로 공들여 만들어나갈 수 있는 무엇이라고 믿는 것이다.

P.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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