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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을 끊는 식사법 - 3개월 만에 17kg 뺀 의사의 체험
니시와키 슌지 지음, 박유미 옮김 / 솔트앤씨드 / 2014년 12월
평점 :
[건강/서평] 「당을 끊는 식사법」 밥이 건강에 안 좋다고요?

건강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충격인 내용이 많다. 이 책은 제목부터 충격적이다. 「당을 끊는 식사법」. 표지에는 절반을 잘라 낸 밥공기가 그려져 있다. 수천 년 동안 주식으로 삼았던 밥을 끊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바로 어제 「물로 10년 더 건강하게 사는 법」의 서평을 쓰면서 얘기한 것 같지만, 건강을 생각할 때 가장 우선으로 해야 될 건 운동보다 식사법이다. 운동은 '한다', '하지 않는다'의 선택지라도 있지만 물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것에는 선택지가 없다. 모든 사람이 먹거나 마셔야만 살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미 2,500년 전에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라며 음식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의학 드라마 등을 통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접해본 적이 있다면 그가 의학 분야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 대강 짐작할 수 있는데, 그런 위인조차 약보다는 음식을 우선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병원을 자주 찾고 또 오래 입원한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 식습관이 무너지고 불균형한 생활이 몸을 망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얼마나 '약'에 의존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제 약보다는 매일 먹는 음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프랑스의 미식가였던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은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뜻인데, 적어도 우리 몸은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P. 32
「당을 끊는 식사법」에서 제안한 당 끊기 식사법은 특히 현대에 무척 필요하다. '밥'을 끊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했을 때 그럼 그동안 주식으로 밥을 하루에 세 번씩 식사 때마다 먹고도 건강한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라고 되물을 수 있다. 예전에는 상관없었지만 오늘날에서 당을 끊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현대에 들어 놀라울 정도로 개선된 생활의 편리함이다. 예전에는 2~3시간을 걸어 학교에 가는 일이라든지, 우물물을 길어 식사를 준비하는 등의 엄청난 활동량 덕에 몸의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에어컨 같은 냉난방 시설이 없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현대에는 운동 선수와 같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정도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칼로리를 제대로 소모하지 못하고 섭취한 음식의 대부분이 체지방으로 축적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건강을 챙긴다고 생각하며 먹고 있던 균형잡힌 식사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있었다니! 책에는 이밖에도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이제 치킨 마음껏 먹어도 되겠다!)나 채소 주스, 현미에 대한 위험성 등 정신을 번쩍 뜨이게 할 정도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어제 읽었던 「물로 10년 더 건강하게 사는 법」에서 읽은 '과일에는 수분이 많으니 많이 먹어라' 라는 주장에 「당을 끊는 식사법」에서는 '과일에는 당이 엄청 많으니 먹지마!' 라고 반박하니 무척 곤란했다.
처음에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의 원인'으로 알려진 계기는 1913년에 러시아의 의학자 니콜라이 아니쉬코프가 발표한 실험 결과가 발단이 되었다. 그 실험이란 '토끼에게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는 먹이를 주었더니, 대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어 동맥경화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의 문제점은 토끼는 초식동물이라는 점이다. 초식동물은 동물성 지방인 콜레스테롤을 이용하지 못하며, 따라서 소장에서 콜레스테롤을 완전히 흡수한다. 그에 반해 인간을 포함한 육식동물은 콜레스테롤 흡수를 소장에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토끼 실험을 인간에 적용한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
P. 117
책에는 주식인 밥(당)을 끊는 대신에 주로 육류를 통한 단백질 섭취로 식사를 할 것을 권한다. 고기를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니 무척 혁신적인 다이어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먹었던 당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과 간략한 조리법, 식단 등이 친절하게 나와 있어 정말 당을 끊는 식사법을 해볼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참 좋다. 잠깐 별개의 이야기로 빠지자면 일본의 책은 이렇게 간결하고 핵심에 빨리 근접해서 읽기 편한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 책에서 많이 보이는 쓸데없는 미사여구와 정보 등을 통해 분량을 늘리는 경향보다 훨씬 좋다.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마라」책을 보면 우리나라 출판계는 성형 중독에 빠져 있다며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만 신경 쓴다는 비판을 읽었는데 일본의 책을 읽으면 확실히 그 점을 느끼게 된다.
다시 「당을 끊는 식사법」으로 돌아오자. 당을 끊는 식사법은 확실히 설득력도 있고 접근성도 있지만 과연 이렇게까지해서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맛있는 음식 먹기'에 대해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은 있지만 '밥'이나 '과일' 자체가 먹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나는 이유식과 젖을 먹던 때를 빼더라도 약 27년을 '밥을 먹어야 속이 든든하다' 라는 생각으로 살아 오며 하루에 한 끼는 반드시 밥을 먹었는데 하루 아침에 주식을 바꾸라니 받아 들이기 어렵다. 아마 나와 같이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무언가 파격적인 삶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 책에서 언급하는 '당을 끊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질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면 실생활에 적용은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 우리가 평생을 주식으로 바라 본 '밥'에 대한 새로운 의식 그 자체는 참신하고 좋았다. 아마 정신 건강에는 이로웠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