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라비아 콜롬비아! - 커피 향을 따라간 호또리아 가족의 생활연극기
이재선 지음 / 효형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서평]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왜 콜롬비아여만 했을까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 
이재선 지음/효형출판


 반복되는 일상이란 소소한 행복을 지탱하는 소중한 원동력이긴 하지만 낯선 곳이 주는 신선함과 일탈적 쾌감도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원동력이다. '콜롬비아'라는 낯선 곳은 어쩐지 활기가 느껴진다. 어렸을 때 기쁜 일이 있으면 목구멍에서 간혹 터져 나온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 이라는 정체모를 감탄사의 영향이었을까? 혹은 한때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손꼽히던 축구 선수 팔카오(지금은 박지성 선수가 활약했던 맨유에서 뛰고 있지만 성적이 부진하다)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콜롬비아=팔카오 혹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한 하메스 로드리게스(현재 호날두가 있는 레알에서 활약중)로 대변됐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풍경을 그려보면 활기차게 공을 차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각나는데, 보통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은 「아싸라비아 콜롬비아」​에서 커피향을 따라 콜롬비아로 향했던 이재선씨 가족처럼 향긋한 커피향을 떠올리는가보다. 이래서 사람과 여행은 재밌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나는 커피를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아마 해외 축구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도 나처럼 축구 선수들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 좁은 나라 안에서도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저 먼 곳 콜롬비아의 사람들은 얼마나 낯선 느낌을 줄까? 콜롬비아와 그곳의 삶의 방식에 대해 기대가 생기는 책이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면 오늘과 똑같은 내일이 온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 때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P. 5 


 「아싸라비아 콜롬비아」​는 연극 배우로 일하던 이재선 씨가 가족과 함께 무작정 콜롬비아로 떠나 그곳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업이 연극 배우라서 그런지 생활 하나하나에 희극적인 요소가 있어 보는 재미가 있고, 문체 또한 딱히 나무랄 데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체다. 다만 정말 정말 아쉬운 점은 책에서 이렇다 할 방향성이 없다. 모든 책은 하나의 방향과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각 장은 무수히 많은 화살표로 최종적으로 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 하나의 책을 읽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그 화살표들이 가르키는 방향에 도착하는 일과 같다. ​왜 콜롬비아여야만 했을까? 커피향을 따라 갔다고는 하지만 이상하게 콜롬비아로 간 이유와 동기가 뭉뚱그려 흐지부지 넘어가는 기분이다. 아마 본인도 확실하고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그냥 떠난 듯한 느낌이다. 사람은 가끔 나중에야 알게 될 이유 모를 행동을 하곤 한다. 문제는 작가 본인도 모르는 콜롬비아행을 독자들이 알리 없다는 것이다. 독자는 이 책을 보며 무언가 선명한 목표를 찾기보다는 하루 하나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 시트콤을 보는 기분이다. 요즘은 시트콤에도 하나의 줄기가 있다. 과거 큰 인기를 모았던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살펴보면 하루하루 '재미'에 초점을 둔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야기의 큰 줄기를 놓치지 않고 전개해 나갔다. 그 방향성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다. 


 방향성이니 주제의식이니 하는 생각은 떨쳐버리고 재밌는 연극을 본다는 기분으로 책을 바라본다면 「아싸라비아 콜롬비아」​는 꽤 즐거운 희극이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며 내가 바라볼 수 없는 곳에서도 벅찬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격적이기 까지 하다. 내가 사는 삶의 방향만이 옳은 길이 아니라 그들이 가고 있는 삶의 방향도 또 다른 길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나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주인공이 있다. 그 다양성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철학적인 교훈을 느낄 수 있는 책,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도전적인 여행의 즐거움을 주는 책 「아싸라비아 콜롬비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