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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룸북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교양/서평]「독학」세상에서 가장 외롭지 않은 공부

 | 독학 -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이룸북 |
나는 무언가를 배울 때 주로 독학을 하는 편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무엇을 배우거나 하는 일은 잘 하지 않는다. 대인 관계를 무척 귀찮아 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와 만났을 때 그 사이에 큰 물결처럼 솟구치는 어색한 공기와 억지 웃음, 가식적인 행동 등에 질린다. 타인 앞에서 드러나는 외적 인격인 나의 페르소나에 역겨움을 느낄 때도 있다. 혼자 즐기는 취미가 좋아 독서를 하고 혼자 배우고 익히는 게 좋아 필연적으로 독학의 길을 가고 있다. 앞으로도 삶의 한 방식으로 계속될 독학이기에 「독학」의 내용에 궁금증을 가지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독서로 어휘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또 다양한 논리나 논술의 살아 있는 형식을 책에서 배우기 때문에 현실에서 부딪히는 일의 구조나 짜임을 통찰하기 쉬워진다. 이는 동시에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침착하게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P. 100
따지고 보면 모든 공부가 독학이기는 하다. 스승이나 선생을 두어 가르침을 받아도 분명 혼자 이해하고 생각해야 될 때가 있다. 하다못해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연습이라도 혼자 해야 한다. 낚시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스스로 낚시를 해봐야 한다. 그래서 독학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책상이나 서재를 정리한다든지 통근 시간을 이용한다든지 어떤 특정 음악을 듣는다든지 하는 기술론이나 방법론 보다는 주로 독학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서술했는데, 이게 누구나 거치는 평생 공부에 큰 기반이 될만하다.
만약 근처에 제대로 된 도서관이 없다면 얼른 이사를 가야 한다. 그건 그 지역의 행정이 비인간적이라는 증거다.
재정이 파탄 난 유바리 시는 도서관을 폐관하려고 했는데, 시 운영자들이 그런 비인간적인 감성을 갖고 있기에 하찮은 유원지를 만들어 재정을 엉망으로 만든 것이다. 가건물을 시청으로 쓰는 한이 있더라도 도서관과 병원, 학교만큼은 충실하게 운영하는 것이 비인간적인 행정이다.
P. 196
공부라는 말에 벌써부터 진저리가 날 수도 있다. 우리는 학습과 공부를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책의 내용 중 가장 공감 했던 내용은 학습과 공부의 구분이다. 학습은 '흉내 내는 일' 이다. 아직 글을 쓰지 못하는 아이가 교본의 글자를 흉내 내어 쓸 때 그것을 학습이라고 한다. 우리가 일평생 공부라고 생각했던 일들 거의 전부가 학습이다. 빛나는 청춘의 대부분 시간을 투자한 수능 공부도 학습의 일종이다. 「독학」에서 추구하는 공부는 바로 모든 일에 탐구하며 스스로를 단련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자기 변혁이다. 억지로 하는 학습이 아니고,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는 주도적인 공부다. 세상 모든 책이 스승이 되고 또 다른 내가 나를 가르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롭지 않은 공부가 바로 「독학」이다.
'독학'이라는 말은 너무 고독한 느낌을 준다. 혼자 묵묵히 책상을 마주하고 있는 음침한 인상까지 갖게 한다. 하지만 독학의 독이란 고독하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정한 스승은 두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것들을 스승으로 삼는다. 게다가 근방에 있는 시원찮은 교사를 스승으로 삼는 게 아니라 진짜 최고 수준의 스승을 두는 게 독학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고 수준의 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다.
P.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