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맛 - 음식으로 탐사하는 중국 혁명의 풍경들
가쓰미 요이치 지음, 임정은 옮김 / 교양인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서평]「혁명의 맛」음식으로 알아보는 중국의 서사


 


 배가 넘치도록 가득 찬 느낌을 받을 때가 아니면 섣불리 책을 펼칠 수가 없었다. 「혁명의 맛」​에서 언급되는 음식과 요리의 과정에 대한 묘사가 무척 세심하고 뛰어나서 매번 읽을 때마다 침을 꼴깍, 하고 삼켜야 됐다. 음식의 이름도 낯설고 재료도 도대체 무슨 재료를 말하는 건지 알쏭달쏭한 요리를 보면서도 어디선가 그 요리의 향이 느껴지고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누군가 옆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이 선할 정도로 이 책은 무척 투명했다. 가쓰미 요이치의 오랜 중국 요리 연구는 이런 맛있는 책을 탄생시켰다. 


 프랑스 요리와 함께 세계 2대 요리로 꼽히는 중국 요리는, 중화 요리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무척 가까우면서도 실제로 중국의 요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오묘한 거리감이 있다. 이는 일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일본인 저자 가쓰미 요이치는 일본에서 흔히 알고 있는 중국 요리와 중국 본토에 있는 요리에 대해 자세히 술회하며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세상에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요리를 따라가다 보니 사람이 나오고 사람을 따라가다 보니 국가가 나온다. 「혁명의 맛」​은 음식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중국이라는 하나의 나라를 알아보는 흥미로운 문화사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오랜 연구 끝에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하며 역사서에 큰 획을 그은 시오노 나나미가 떠올랐다. 가쓰미 요이치의 글에서도 「혁명의 맛」​에서도 그정도의 역량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나의 분야에 미쳤다, 정도의 표현밖에 할 수 없을정도의 오랜 집중과 몰입이 아니었으면 고이지 않았을 그 지식의 수준에 감탄했다. 마치 무협지에

서 한 가지 기술을 극한까지 갈고 닦아 최고수의 자리에 오르는 지존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의 지식으로 요리된 중국의 서사, 그 역사의 흐름에 도저히 저항할 수 없이 휩쓸려 나를 중국 한복판에 놓아버리고 왔다.


 책의 마지막 장, 추천사를 보면 '중국 요리의 미궁을 탐험하는 쾌락' 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중국 요리를 얘기할 때 미궁이라는 단어만큼 어울리는 단어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중국 요리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지만 미궁에는 그 속에는 빠져들만한 길이 있고 반드시 출구도 있다. 나도 수많은 중국어와 한자에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광대한 중국 요리의 범위는 길을 헤매는 일조차 즐거움으로 남겨뒀다. 중국 요리는 그렇게 나에게 혁명의 맛으로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