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가 그렸어
김진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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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서평]「딸바보가 그렸어」우리를 키우는 행복에 전염된다


 

딸바보가 그렸어 - 
김진형 지음/소담출판사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

 언젠가 반려자에게서 이런 질문을 듣는다면 나는 아무 거리낌없이 "딸이 최고!" 라고 외칠 수 있다. 혹시나 자신을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이 아닌지, 하고 의심하는 아내에게 나는 정말 딸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다가 아들이 태어나면 아내에게도 태어난 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걱정이라면 걱정이다. 아들도 좋고 딸도 좋지만 역시 딸이 최고다(?).

 대한민국 결혼한 남자, 그 중에서 딸을 가진 아빠의 숫자만큼 존재한다는 바로 그 딸바보 아빠들! 아직 결혼하지는 않았지만(여자 친구도 없지만...) 나도 예비 딸바보 중 한 명이다. 웹서핑을 하는 도중에도 '딸바보' 키워드와 관련된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놓치지 않고 전부 챙겨 본다. 그러니 어찌 「딸바보가 그렸어」​를 그냥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손가락, 발가락 모두 열 개씩 이상 없네요! 산모도 건강하세요! 축하드려요!

 바로 그날, 우리도 태어났다. 엄마로 그리고 아빠로

P. 67 

 

 「딸바보가 그렸어」​는 교육청과 굿네이버 등에서 연재한 딸바보 그림을 한데 묶어 출판한 포토에세이다. 나는 어떤 책을 보든지 간에 독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재미를 최우선으로 뽑는데 「딸바보가 그렸어」​는 태생부터 그 조건에 부합하여 태어난 책이다. 작가가 개인적인 기록과 기념의 의미를 담아다고 해도, 웹툰(이라기 보다는 그림이지만)의 특성상 재미가 없으면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에 웹에서 인기 있는 일상툰을 보는 것처럼 보는 내내 낄낄 거리며 웃을만큼 충분한 재미를 담고 있다. 특히 작가의 재치와 센스가 눈에 띈다. 표지만 봐도 익살스런 그림체와 딸, 아빠, 엄마의 개성이 잘 담긴 몸짓, 대화로 이 책이 어떤 느낌의 포토에세이인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아내의 몸은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나의 어깨도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등과 같은 부분은 작가의 세련된 감각과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이담에 커서 세상이 네게 등을 돌려도 혼자 힘으로 목 가누었던 것을 잊지마라. 힘내! 아가야.

P. 120 


 「딸바보가 그렸어」​를 보고 있으면 마치 있지도 않은 내 딸과 나의 생활을 보는 것처럼 흐뭇한 일명 '아빠 미소'가 절로 나온다. 아내가 임신 했을 때, 출산할 때, 딸이 점점 성장할 때 등 어떻게 보면 누구나 당연하게 거치는 과정 하나하나가 특별함이 되고 행복이 되는 장면들에 새삼 감격한다. 행복한 시간이 너무 아쉬워 그 행복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마음 속 어딘가에 항상 초조한 마음을 담아둘 때가 있다. 이 행복이 언젠가는 끝나겠지? 계속 잡아 둘 수 없을까? 어떻게든 행복을 간직하고 유지하고 싶어서, 어떤 행동이든 해야겠기에 그리고 그리다보니 이런 책이 탄생한 게 아닌가 싶다. 아이에게나 가족에게나 이런 책이 얼마나 특별한 기념이 될까? 우리들의 딸처럼 예쁜 책은 행복을 뿌리고 다닌다. 작가의 말대로 육아는 아이를 기르다, 라는 뜻도 되지만 나 아(我)자를 써서 나를 기른다, 라는 뜻으로도 통한다. 그런데 아(我)에는 또 다른 뜻도 있다. 바로 우리다. 육아는 아이를 기른다는 뜻도 되지만 우리를 기른다, 라는 뜻도 된다. 나도 우리의 행복을 기를 날을 기대하고 있다. 


 아빠, 달팽이는 왜 저렇게 느려요? 등에 항상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잖아...

 그럼, 저 짐을 버리고 가면 되잖아요. 살다 보면 크든 작든 짐 하나씩은 짊어지고 살 수밖에 없거든...

 느리게 가도 괜찮아요? 그럼... 달팽이는 느리지만 자기 사는데 아무 지장 없어...

 달팽이처럼 느려도 꾸준히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 됐으면 해

 - 아이의 질문에서 배웠어

P.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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