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 -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한비자의 가르침
하야시 히데오미 지음, 이지현 옮김 / 전략시티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인간관계/서평]「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의, 인, 이, 무엇을 택할 것인가


 


 

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 - 
하야시 히데오미 지음, 이지현 옮김/전략시티


 책을 읽으며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생각이 많이 났다. 「몬스터」는 '사람은 뭐든지 될 수 있어' 라는 주제로 구동독의 인간개조 실험에 휘말려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남매의 모습을 그린 만화다. 만화이기는 하지만 그 구성과 연출, 전개가 무척이나 훌륭해 많은 사람에게 인정 받은 작품이다. 「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도 이와 비슷한 주제 의식을 가졌다. 사람은 이(利)를 취하기 위해 들키지 않으면 악마라도 될 수 있는 이런 본성을 잘 통제하고 활용하여 경영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영 방법이 적힌 책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런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는 의(義)나 인(仁)을 중요시하는 요즘 추세에서 특히 색다른 빛을 발하고 있다.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에 오히려 귀가 솔깃하다.


 그러므로 현실은 나쁜 놈들이 득세하는 세상임을 직시해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식으로 위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힐링의 숲으로 도피하려 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그렇다고 당신도 나쁜 살마이 되라는 뜻은 아니다. 현실을 냉청하게 바라보며 누가 나쁜 놈들인지 간파하여 그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이들을 장악하여 내 편으로 만들라는 얘기다.

P. 7 

 

 인간의 본성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경영에 활용하는 전략은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하나였던 한비자에게서 시초를 찾는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현대 경영에 맞춰 이를 적용 하고 그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책에는 한비자의 삶을 추적하고 거기서 힌트를 얻는 등의 전개를 가지는데, 한비자의 삶이 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된다. 왕의 아들이지만 서자로 태어나는 바람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 처하고, 왕의 아들이라는 점을 노리고 그에게 접근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이가 많으니 그는 자연스럽게 사람의 겉마음과 속마음을 구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떤 사상가라든지 시인, 화가와 같은 예술가가 타고 자란 고향의 풍토와 불우하거나 풍족했던 가정 환경에 따라 후에 펼치는 예술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사람에게 있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재밌는 단상이 되었다. 사람을 믿지 말고 이해 관계에 충실해야 된다고 주장한 한비자가 친구를 잘못 믿어 최후를 맞이하는 부분도 무척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였다(사람이 죽은 걸 재미있어 하디니...).


 '군주의 우환은 사람을 믿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주장하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라는 끈을 과감히 버릴 것을 충고했던 한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해 최후를 맞았다.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니,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P. 60 


 인간의 본성에 관해 책의 내용이 꼭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과 악의 경계에서 본인의 주체성을 결정짓지 못하기 때문에 이 사람을 잘 통제 하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이득을 위해 움직일 때 가장 큰 효율이 나오는 것일까?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다. '관을 만드는 장인은 사람이 죽기를 바란다' 라는 대목은 특히 마음이 아팠고 그게 사람의 본성이니 관 만드는 장인을 욕할 수 없다는 생각에 또 마음이 아팠다. 

 현실에서 모든 사람이 이득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는다. 눈앞에서 명백하게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사람은 의나 인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그게 바로 사람의 다양성이다. 그리고 그 일이 훗날 더 큰 이득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이 가장 발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는 들키지 않았을 때 악마가 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자비한 악플에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이미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 또한 들키지 않았을 때 악마가 되기에 최적의 조건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의를 따를지, 인을 따를지, 이를 따를지 그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도 인간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감했다. 인간은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래서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선과 악을 규정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선한 사람만이 아니라 악한 사람과도 사귈 수 있는 도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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