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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옆 철학카페 - 세네카부터 알랭 드 보통까지, 삶을 바꾸는 철학의 지혜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12월
평점 :
[인문/서평]「도서관 옆 철학카페」이 책 한번 마셔보세요

'책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 개인적으로 무척 즐겨 보는 편이다.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은 계속 이어져 나갔으면 하고 바라는 시리즈 중 하나다. 「파이 이야기」로 유명한 얀 마텔이, 캐나다 수상에게 책을 추천하는 편지를 모은「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는 책에 대한 글을 쓰는 최고의 롤모델이 됐다. 「아주 특별한 독서」는 평소에 무척 재밌게 읽은 책이 많이 소개되어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북큐레이터라는 직업으로 개인의 기호에 맞춰 책을 추천하는 직업도 있는 모양이다.
「도서관 옆 철학 카페」도 위에 언급한 책들과 같은 '책을 소개하는 책' 의 범주에 들어 가는 책이다. 책의 가장 뒷면을 살펴보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의 목록이 나오는데, 철학적인 이야기가 담긴 꽤 높은 수준의 책이 많고 저자는 그에 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눈다. 책을 소개하거나 '책을 소개하는 책'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과연 저 책이 나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사람의 독서 취향은 정말 가지각색이라 내가 재밌게 읽고 친구에게 강력 추천하며 빌려 준 책이 심드렁하게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빌려주는 게 미안할 정도였던 책이 친구의 찬사를 받으며 금의환향 할 때도 있다. 선천적이나 후천적으로 길러진 취향 탓에 내용에 관한 해석을 달리 하는 것이 호불호를 가르기도 한다. 「도서관 옆 철학 카페」의 저자도 본인만의 철학적인 해석을 오해(?)하는 독서라고 귀엽게 애교 부리며 독자에게 슬며시 자신만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모든 이해는 오해다." 라는 니체의 말은 이때 빛을 발한다. 어떤 책을 읽건 나는 지은이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부터 헤아리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눈앞에 놓인 문제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지를 가늠할 뿐이다. 나에게 철학은 현실의 문제를 싸워 이기게 하는 '무기'여야 한다.
P. 5
내가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재미다. 재미는 다른 사람의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만의 해석이 바탕이 됐을 때 이루어지고는 한다.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 중에 책을 보고 잘못 이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독서를 꺼려 하는 사람이 꽤 많다. 소설이나 시를 읽고 문제를 풀며 정해진 답을 맞춰야 하는 잘못된 교육 방식에서 벌어진 비극이다. 「장미의 이름」을 쓴 움베르토 에코는 "화자는 자기 작품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 화자가 해석하고 들어가는 글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이라는 것은 수많은 해석을 창조해야 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소설 뿐만 아니라 모든 책이 그렇다. 한 권의 책을 100명이 읽으면 100가지 해석이 나오고 그 중 어느 하나 정답인 것이 없고 정답이 아닌 것이 없다. 「도서관 옆 철학 카페」의 저자가 내놓는 철학적인 해석도 역시 정답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해석 중 하나다.
젊은이들은 현재에 살기 어렵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탓이다. 반면, 나이 든 이들은 과거를 곱씹으면서 현재를 날려버리곤 한다. 현명하게 나이 든 사람만 오롯이 '현재'를 누린다.
P. 274
「도서관 옆 철학 카페」은 책을 매개로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연속이다. 독서 모임 같은 것을 생각하면 좋다. 독서 모임을 한번이라도 참여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꽤 재밌다. 특히 내가 재밌게 본 책에 관해 이야기 할 때는 노래방에서 한번 붙잡은 마이크를 놓치 않는 꼴불견처럼(?) 말하고 싶은 내용이 산더미다. 「도서관 옆 철학 카페」에 나오는 책에 대해 저자가 말하고, 또 나의 해석도 말하는 즐거운 소통의 시간이 된다. 책은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매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책은 쌍방향 매체다. 저자가 책을 보며 이런 이야기를 한 것처럼 나도 「도서관 옆 철학 카페」를 보며 내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책으로 써냈다는 점과 그렇지 않았다는 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도서관 옆 철학 카페」는 제목 그대로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느낌이 나는 책이다. 커피 향에 감각이 되살아나고 그 맛에 행복을 느끼게 된다(난 커피를 못마시지만...). 어디선가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 책 한번 마셔보세요".
P.S '~해볼 일이다' '이럴 때 ~책을 읽어 볼 일이다' 등의 문장 전개가 너무 많이 반복된다. 저자의 글쓰기 습관 같은 데 조금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인간은 자신을 직접 바라보지 못한다. 나를 보는 다른 사람의 표정에 비추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안다.
P. 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