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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파(pha) 지음, 한호정 옮김 / 동아시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서평]「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인생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
니트족이란 용어를 아시는지? 니트족이란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의 앞글자를 딴 'NEET'와 무리, 집단, 그런 사람을 뜻하는 '족'의 합성어다. 네이버 사전을 인용하면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직업 훈련을 받지도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무리를 뜻한다. 여기까지 알아본 니트족이라하면 인생의 패배자가 연상되며 무엇에도 의욕없이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니트족이 늘어난다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건 아닌지하는 걱정마저 든다.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은 반사회적 성향에 독서를 권유하기 곤란한 책이 되는 셈이다.

빈둥빈둥하게 사는 방법의 핵심은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소소한 돈벌이와 친목이다. 상업적인 블로그를 지향하며 글만 조금 끼적거려도 직장인의 월수입은 쉽게 따라잡는다! 라거나 하는 허황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니트족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인생의 소중한 가치에 근접해 있는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출산이라든가 여행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런 일들을 포기한다면 아득바득 치열하게 일하며 살지 않아도 나름 소소하게나마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생활방식을 전하려 한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마라' 라는 오래된 진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고방식이다.

이 책은 어쩐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닮았다. 「월든」에서 문명사회에 대한 회의감을 보여줬다면 이 책은 경쟁사회에 대한 의문을 보여준다. 불멸의 고전이 될 「월든」과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을 절대적 가치로 비교하기엔 아주 큰 격차가 있지만, 우리는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느낄 수 있다는 주제는 분명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쳇, 속편한 소리 하고 있네. 일 안 하면 어떻게 살려고 하지?'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위해 아래 인용문을 첨부 했다. 꽤 긴 편이지만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라 반드시 전하고 싶다.
멕시코의 어느 어촌. 해변에 작은 배가 떠 있었다. 멕시코인 어부가 작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왔다. 물고기들은 정말 싱싱했다. 그것을 본 미국인 여행자가 물었다. "싱싱한 물고기로군. 잡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소?" 그러자 어부는 "별로 긴 시간은 아니오." 하고 대답했다. 여행자가 "좀 더 그물질을 했다면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았을 텐데, 거 아쉽군."이라고 말하자, 어부는 이 정도면 자신과 가족들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라고 말했다. "그럼, 나머지 시간에는 도대체 뭘 하고 지내시오?" 하고 여행자가 물었다. 어부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 자다가 또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지요. 돌아오면 아이들하고 놀아주고, 아내와 시에스타(더운 지방 사람들이 점심 무렵에 즐기는 낮잠ㅡ옮긴이)를 즐기고, 밤이 되면 친구들이랑 한잔 하고, 기타를 치고, 노래도 부르고…. 뭐 그러다 보면 하루가 가지요." 그러자 여행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어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딴 사람으로서 당신에게 충고하겠소. 잘 들어두시오. 당신은 이제부터 매일 좀 더 오래 물고기를 잡는 거요. 그래서 남는 물고기를 파는 거요. 돈이 모이면 커다란 어선을 사시오. 그러면 물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요. 그 돈으로 어선을 두 척 세 척 불려가는 거요. 그래서 대형 어선단이 만들어질 때까지 가는 거요. 그럼 그때부터는 중개상에게 물고기를 팔 필요가 없소. 당신 자신의 수산물 가공 공장을 세우고, 거기에 물고기를 공급하는 거요. 그때쯤이면 당신은 이런 작은 촌구석을 벗어나서 멕시코시티로 이사를 가고, 로스엔젤레스, 뉴욕으로 진출하게 될 거요. 당신이 맨해튼의 오피스빌딩에서 기업을 지휘하게 될 거란 말이지." 어부가 물었다. "그렇게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겠소?" "20년, 아니 아마 25년쯤은 걸리겠지요." "그러고 나서는 어떻게 되오?" "그러고 나서? 그때는 정말 굉장해지는 거죠." 하고 여행자는 씩 웃었다. "이젠 주식을 팔아서 당신은 억만장자가 되는 거요." "그래서?" "그런 다음 은퇴해서, 해변 옆 작은 마을에 살면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푹 자다가, 깨면 낚시나 좀 하다가, 아이들하고 좀 놀아주고, 그러다 아내와 시에스타도 즐기고, 밤이 되면 친구들과 한잔하고, 기타를 치고, 노래도 부르며 사는 거지. 어떻소? 멋지지 않소?" P.16 |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은 교토대 출신의 일본인이 쓴 책이다. 그런고로 작가가 말하는 니트족의 환경이 국내 사정과는 다른 면이 있어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돈을 아끼는 방법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소소한 생활비를 벌어들이는 방법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야 우리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니트족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이다. 왜 일하면서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가, 아득바득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행복은 굴러오지 않는 것인가, 어쩌면 훗날의 안락한 생활을 미뤄두고 있는 건 아닌가. 삶과 행복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이 이 책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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