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 장자가 묻는다 후 엠 아이 Who am I 시리즈 1
명로진 지음 / 상상비행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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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누구냐 넌」웃긴 사람 장자

 


 

누구냐? 넌! - 
명로진 지음/상상비행



 

 

 내가 다닌 대학의 문예창작과 학생들은 연령대가 참 다양했다. 빠른 년생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에 취직한 아들을 두신 어르신까지, 폭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전부 내 동기들이었다. 그 중에서 나보다 5~6살 정도 많은(정확한 나이가 기억나지 않는다) 래퍼가 있었다. 홍대 클럽에서 공연도 하고 앨범도 내는 진짜 래퍼였다. 그 형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동과 태도로 많은 동기들과 선배들의 빈축을 샀다. 

 그 형의 여자친구가 정말 놀라웠다. 미모도 몸매도 성격도 학벌도 굉장히 훌륭한 여자친구였다. 도대체 이토록 훌륭한 여성이 왜 이런 형과 사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다른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할까? 그 여자친구는 연세대 철학과를 다니고 있었다.

 철학이라는 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학문일까? 그 누나는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한 최초의 인물로 자리 잡고 있다. 

 

 

 성질 급한 이가 배로 강을 건너고 있었다. 갑자기 뭔가가 배 뒤에 쿵! 하고 부딪혔다. 그는 몸이 기우뚱하며 물에 빠질 뻔했다. "도대체 뭐야?" 하고 돌아보니 어디선가 빈 배가 떠내려 와 그의 배에 부딪힌 것이었다. 그는 곧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아 노를 저었다. 얼마를 가다 보니 또 다른 배가 와서 부딪혔다. 그 배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성질 급한 이는 상대를 보고 비켜 가라고 소리쳤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않자 두 번 소리쳤고, 두 번 소리쳐 듣지 않자 이번에는 온갖 욕을 섞어 가며 화를 냈다.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화를 내는 까닭은 무엇인가? 앞의 배에는 사람이 없었고 뒤의 배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산목>

 

 P. 20 

 




 철학에 관련된 책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그저 재미있는 말장난이구나 하고 읽었을 뿐, 철학에 대해 특별한 인식을 가지진 못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은 관심이 간다. 바로 장자다. 2,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훌륭한 성인으로 이름을 남긴 이 사람이 꽤 웃기다. 영문 모를 소리만 늘어놓기 보다는,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스스로 이해시키는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농담 따먹기도 능숙하게 해내시는 분이다. 자유롭고 가볍다. 동양철학자 중 가장 이름값이 높은 공자를 질투하는가 싶더니만 공공연하게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철학이란 무겁고 재미없으며 지루하고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개똥같은 것일까? 장자 이분이 말하는 게 철학이라면 철학은 최소한 재미도 줄 수 있는 학문이다. 

 

 

 당연히 유학자들은 장자를 이단으로 본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공자뿐 아니라, 공자를 해석한 남송 학자 주희까지도 신처럼 모셨다. 그들은 주희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고 해서 이교도처럼 여겼다. 사문난적이란 교리를 어지럽히고 주희 사상과 어긋나는 언행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하물며 공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상종을 할 수 없는 존재로 생각했기에 장자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배척했다. 연암 박지원 같은 일부 사대부만이 장자에 대한 글을 썼을 뿐이다.

 나는 이렇게 상상해 본다. 공자와 장자가 만난다면? 위대한 두 성인 사이에는 아마도 이런 대화가 오고 가리라.

 

 장자: 세상이 하도 어지러워서 제가 공자 형님을 소설 속의 인물로 등장시켰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난 척하는 선비들 좀 깨달으라고요.

 공자: 응, 잘했네, 허허허.

 

 P. 145 

 


 

 「누구냐? 넌!」의 저자 명로진 씨도 아마 장자의 이런 매력에 빠져 이 책을 썼으리라 본다. '아니, 이토록 재밌는 철학을, 이렇게 웃긴 사람을 모르다니!' 하는 생각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명로진 작가는 글쓰기에 대한 책을 많이 내신 분이라 책으로나마 몇번 접한 적이 있는데, '글은 쉽고 재밌게' 라는 모토로 글을 쓰시는 분이다. 웃긴 사람(장자)에 대해서 쉽고 재밌게(명로진의 글쓰기) 쓰니 어찌 재밌는 책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청소년을 거쳐 성인이 된 이들 가운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에이, 권장연령 청소년을 내가 읽을 순 없지'. 장자 그분께서 그런 말을 한다면 아마 이렇게 말을 하지 않을까. 

 

 장자: 우주에서 보면 다 똑같은 티끌인데 뭘 얼마나 더 안다고 빼시는가. 그냥 읽으시게. 하하하.

 

 

 우리 마음이 굳어져서 우리가 스승을 섬기듯 그 굳은 마음을 따른다면 세상에 스승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똑똑한 사람은 물론이고 개나 소나 다 스승이 있다고 하겠지. 

 마음은 원래 변덕스러운 것. 그러니 그런 변덕스런 마음으로 뭐가 옳고 뭐가 그르다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얼마나 말이 안 되느냐고? 그건 마치 오늘 월나라를 향해 떠난 사람이 어제 그곳에 도착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 있을 수 없는 일을 있을 수 있다고 우기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하하.

 

 오호, 저 순발력, 역시 장자 선생님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십니다그려. 그런데…… 듣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구만 리를 날아가는 붕새와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열자 이야기 있잖아요. '있을 수 없는 일을 있을 수 있다고 우기기'는 장자 선생님이 먼저 시작하신 거 아닌가요? 하하하.

 

 

 

 

누구냐? 넌! - 
명로진 지음/상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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