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 조선의 책과 지식은 조선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을까?
강명관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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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백과사전과 교과서의 재미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 
강명관 지음/천년의상상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책을 좋아했다. 접근이 쉬운 소설에게 먼저 호감이 갔을 뿐이지, 글자가 나란히 배열되어 인쇄된 모든 것에 호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에 대해 알고 싶어지듯 책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해졌다. 책은 한 사람 이상이 널리 전하고 싶거나, 후대에 남기고 싶을만한 가치를 언어로써 종이에 옮겨놓은 것이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출판된 것이 아닐까. 비록 '조선시대'라는 한정이 붙긴 했지만 책을 매게로 발전해온 지식의 역사를 속속들이 보여주겠노라 하는 의지를 담아냈다. 

 

 

 언어가 음성에 머무른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성대의 떨림으로 만들어진 음파는 시간 속에서 소멸한다. 음성은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는다. 이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문자가 탄생했다. 문자는 언어를 공간에 고정시킴으로써 음성의 시간적 제약에서 탈출한다. 명확히 한계 지을 수는 없지만, 이 고정물이 일정한 형태를 가지면 그것을 우리는 책이라 부른다.

 

 P. 12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목차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정보와 지식을 담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방대한 자료와, 역사적 사료는 두 페이지에 한 개 꼴로 수록되어 있을 만큼 수가 많다. 흔히 책에 대해 알고 있었던 상식을 깨부수는 지식은 물론, 전혀 알지 못하고 그저 자랑거리 삼아 이야기하던 으쓱함을 무너뜨리는 비수도 꽂혀있다(최초의 금속활자가 부끄러운 사실이 될 수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이 같은 내용으로 앞으로 4권의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니 '책'이란 가치에 조금 더 경외심이 생길 정도다. 

 

 

 따라서 금속활자인쇄술이 도입되었다 해도 그것은 목판인쇄를 대체할 수 없었다. 대량 인쇄물을 빠른 속도로 찍어내기란 여전히 불가능했다. 결과적으로 말해 아주 적은 수량의 책만 금속활자로 찍어냈으니, 조선의 금속활자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활자로 인쇄된 선본은 극소수의 몫이었다. 뒤에 '서적의 유통' 문제와 관련해 다시 다루겠지만, 이는 중앙 관료의 몫이거나, 아니면 돈 많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P. 106

 

 

 

 읽을수록 정말 방대하고 전문적이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는 너무 백과사전스럽게 전문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으며, 옛날 교과서처럼 지루하다. 스쳐가면서라도 들어보지도 못한 조선시대 여러 기관의 이름과 많은 사료와 인용은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우리는 좋아하는 이성을 만났을 때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거지, 공부하고 싶은 게 아니지 않는가. 이 책은 '책'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양과 질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지만, '책'에 대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냐고 물어본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요즘은 교과서도 재밌게 나온다. 책에 대한 어지간한 애정이 아니라면 정독은 불가능한 책이 아닐까. 잠깐잠깐 꺼내서 참고삼아 읽는 정도밖에 활용할 수 없을 것 같다. 

 

 

 정약용의 저작은 참으로 중요하지만 사실 당대 민중에게는 그 존재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지식인 내부에서도 정약용의 방대한 경학 연구물을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아주 가까운 극소수 지인들 사이에서만 겨우 읽히는 정도였다면,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닐 것인가? 

 책의 존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의 유통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1만 권의 서적이 저 음습한 장서고에 유폐되어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다면, 그 1만 권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P. 26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 
강명관 지음/천년의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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