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力사전 - 세상을 읽는 힘
김동주 지음 / 종합출판(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인문력 사전」생각 주머니 비틀기

 

 

 

 사람마다 각자의 생각 주머니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은 말캉말캉, 모양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유연한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의 것은 금속과 같이 단단하고 굳건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 주머니는 외부의 변화나 지식의 유입을 통해 변하게 된다. 강한 인상과 맞부딛칠 수록 변화는 무쌍하다. 유연했던 주머니는 베베 꼬여 자국과 흉터가 남을 수 있고, 단단했던 주머니는 큰 충격을 받은 듯 부셔져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 주머니란 꽤 변태적인 것이어서 부셔지거나 흉터가 남는 꽤나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더 해줘! 더 해줘! 라며 오르가즘이 담긴 비명과 신음을 내뱉는다. 그만큼 우리의 두뇌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과 통렬한 비판, 신선한 위트를 즐긴다. 평소와 다른 무엇을 경험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일탈을 꿈꾸는 이유고 책을 읽는 이유도 된다.

 

 「인문력 사전」은 여태껏 인문 서적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구성에 새로운 지식을 담아냈다. 'ㄱ' 부터 'ㅎ' 까지 사전 형식을 차용해 단어에 대한 현대 사회를 풍자, 위트, 독설 등을 담아냈다. 이러한 인문 내용과 배열형식은 이미 100여 년 전에 미국작가 앰브로스 비어스가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악마의 사전」을 통해 시도한 것이라고 한다. 단어 하나에 담긴 새로운 사고방식,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유머, 직설적인 독설, 위트 넘치는 풍자는 새롭게 맛볼 수 있는 달콤한 두뇌적 유희임이 틀림없었다. 

 


 

 「인문력 사전」은 꽤나 냉소적이고 공격적이다. 또한 여자에 대한 일관된 부정적 인식은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 '사전'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곳곳에 위트가 넘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 고질병으로 남아있는 편견과 편협한 사고방식, 고정관념을 꼬집어 속 시원히 말해주는 우리의 '마음 속 주둥이'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머리 속으로 느끼고 있어도 함부로 입 밖으로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나의 생각 주머니 관통하는 사전의 무차별적인 지식 공격으로 다가온다.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사전'이 서사적인 구성을 띄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첫 장부터 순서대로 끝가지 읽기엔 부족한 감이 있지만, 시간이 틈틈이 비었을 때 마치 명언을 읽듯 한 단어, 한 페이지 씩 읽어 정신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엔 충분하다. 혹은 단어에 대한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을 때, 인터넷 검색창을 대체해 줄 수 있는 책이 되리라. 

 이 '사전'은 잠깐의 시간동안 화장실에서 읽기 좋은 책인만큼, 오래 머물러 썩어갈 지경에 이른 생각과 시각을 배출하기에 좋은 변기 같은 책이다.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 현대레알사전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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