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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힘
샘 카펜터 지음, 심태호 옮김 / 포북(for book) / 2013년 8월
평점 :
[서평] 「시스템의 힘」뒤죽박죽 하루의 조각모음

땅딸막한 키에 콧수염을 가진 배우가 연신 넘어지고 과장되게 행동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배우는 기어코 기계 속까지 들어가 톱니바퀴와 맞물려 돌아가기까지 한다. 이 장면은 오랫동안 산업 혁명의 반대편에 선 채 회자된다. 바로 콧수염의 대명사 찰리 채플린이 나오는 <모던 타임즈>의 한 장면이다.
중학교 사회 시간, 이 영화만큼은 꼭 봐야한다며 수업 시간을 할애하며 보여줬던 사회 선생님에게 꽤 감사한다(내가 과연 이때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손수 찾아서 감상할 기회가 있었을까?). 영화 못지 않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메카였던 소란스런 교실 안에서 나는 꽤 진지하게 영화를 감상하고 있었다. 흑백영화처럼 진지하고 무성영화처럼 조용히.
인간의 기계화와 시스템에 의한 통제를 아주 인상적인 코미디로 보여준 <모던 타임즈>는 시스템화에 대한 통념을 탄생시켰다. 통제란 개통제란 괴물은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먹어치우고 예술성을 해치는 무시무시한 악의 존재다. 반복적인 일상에서의 해방을 바라고 치명적인 일탈을 꿈꾸는 것 모두 통제가 가지고 온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통제가 없는 삶을 살면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할 것인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 지겹고 따분한 일상! 이렇게 말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자. 행복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것에서 오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의 한순간 한순간을 통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여기서 우리는 만사의 근원에 접근하게 되는데) 우리가 개선하고 유지해야 할 우리의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_샘 카펜더 「시스템의 힘」49P
샘 카펜더는 「시스템의 힘」을 통해 정반대되는 개념을 말한다. 오히려 정확히 시스템화된 통제로서 우리의 삶이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이론은 이렇다. 우리의 삶이 한 장의 스냅 사진이라면 통제에서 벗어나 풀밭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음주를 즐기는 단 한 장면이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지만, 삶은 길고 지속적인, 멈출 수 없이 재생되는 동영상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즐기기'가 끝나면 정확히 시스템화 된 교통과 복지, 교육 안에서 인생은 안락과 평안을 누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샘 카펜더는 어느날 문득 깨달은 시스템의 힘에 대한 인지로, 15년간 링거를 꽂은 환자처럼 근근이 유지해오던 전화응답 서비스회사 센트라텔을 유기적인 시스템화하고 그 결과 미국 최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우리 사회는 99%로 시스템화 되어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깨달음이 큰 도움을 준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사회 안에서 우리는 왜 불행한 것일까?
1960년대가 막을 내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만성적인 절망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기에 우리가 어리석고 자기밖에 모르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는 것도 그리 놀랄 일도 안디ㅏ. 오늘날, 우리는 선조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부를 누리며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의 삶은 혼란스럽고, 왜 우리는 불만에 가득 차 있을까? 이상하지 않은가?
_샘 카펜더 「시스템의 힘」 47P

우리의 삶이 비이상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바로 스스로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샘 카펜더는 자신의 회사인 센트라텔을 시스템화로 크게 성장시켰으며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 그대로 적용하여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비단 기업의 운영 체제만이 아닌 개인의 삶에도 시스템화는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 하루하루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내가 하루에 투자하는 나의 에너지와 비례해서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행복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쳇바퀴돌 듯 저효율적인 행복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시스템은 그런 에누리 없는 행복의 조직을 (인체나 삶, 기업) 정리해주고 일시적인 혼란이나 신체적, 정신적 슬럼프가 찾아오더라도 안정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생을 시스템화' 라고 하는 데 거부감을 가질 수 있겠다. 우린 이미 빅브라더와 <모던 타임즈>에 익숙해졌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냥 뒤죽박죽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깔끔하게 정리한다고 생각해보자. 언제든지 안정된 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마치 큰 거목과 같은 집이 있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 아닌가?
조각모음을 하듯 하루를 정비하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시스템화. 지금 나에게 필요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