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B끕 언어 : 비속어, 세상에 딴지 걸다
권희린 지음 / 네시간 / 2013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서평]「B끕 언어」제대로 된 비속어 쓰기 (e-book)


  B급 언어란 권희린 저자가 지칭하는 비속어를 뜻한다. 흔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뽀록, 꽐라, 쪽바리 등의 친근한 언어 말이다. 권희린 저자가 현직 국어 교사이니만큼 비속어는 나쁩니다 사용하지 맙시다 같이 딱딱하고 교과적인 내용이 들어 있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비속어를 무작정 비난하는 내용은 없었다. 

 

 책은 B급이 가져다 주는 매력에 대해 말하며 시작한다. B급 정서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예로 드는 설득은 꽤 납득이 간다. 비속어가 만약에 세상에서 금지된다면 '비속어방'과 같은 업종이 유행할지도 모른다는 재밌는 상상을 곁들어 비속어의 존재를 인정한다. 때때로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고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쿨한 친구 같은 B급을 무작정 배척하지 않는다. 

 다만 그 어원을 살펴보고 그 뜻에 맞게끔 사용하자는 것이다. 예전에 티비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어로 욕이 쓰여진 티셔츠를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바보같이 멋있다며 입고 다니던 사람들을 본적이 있다. 그들은 전파를 통해 공개적으로 웃음거리가 됐지만, 우리나라 욕도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에 따라 어감에 따라 무작정 쓰거나, '욕'이라는 일관된 형태로 사용하지 않도록 정확한 뜻을 새겨놓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교양을 갖추어야 할 자리에서 대체할 수 있는 언어도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꽤 요긴할 수 있다.

 남녀의 성행위에서 유례된 '빼도 박도 못하다' 라는 표현이나 잘차려진 밥상이라는 뜻의 '차반'에 개를 붙여 개가 먹는 밥상, 즉 대변을 가르키는 뜻의 '개차반' 등의 표현, 단어는 뜻을 알게되어 재밌어지고 사용의 유무를 판단하기에 적절한 도움을 준다. 

 

 


 

 언뜻 사전과 같은 형태로 전개될 모양을 띄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비속어에 담긴 저자의 재밌는 에피소드,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곁들어져 있어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한 달 동안 이루어진 교원평가, 그 찜찜한(?) 상자를 열어보면 기분이 썩 좋을 리 없다. 이게 수업 평가인지 인기 투표인지 외모 평가인지 구분 못하는 참 수준 떨어지는 고딩들이 몇몇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내 교원평가 자료에는 외모에 대해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쭉 읽어나가면서 속으로 '내가 뭇느 연예인이니, 내 외모가 무슨 상관이니, 나 그냥 이대로 살게 내버려둬, 그래도 우리 엄만 내가 젤 예쁘댔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즈음,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띵~ 하는 느낌을 들게 하는 글이 나타났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선생님 수업 잘 듣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쓰시는 '거지같다' 는 표현은 안 하셨으면 해요. 저희 집이 정말 가난한데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뜨끔하고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P. 56

 


 

 전체적으로 에세이 형태로 전개되어서 그런지 읽다보면 문득 책의 방향성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대체 저자는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정체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아마 저자도 그런 비슷한 염려를 했는지 '비속어가 만약에 세상에 없다면' 이라는 제목의 에필로그로 정확히 마무리를 지어주고 간다.

 비속어란 것은 대체로 감정적인 표현들이 많기 때문에 마음 속에 쌓인 것들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다. 굉장히 긍정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사용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B급이란 A급보다 친근하고 익숙하며 때론 활력이 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우리가 B급의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A급보다 재밌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럼 삶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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