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명로진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베껴 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좋은 글 쓰는 꼼수

 

e-book을 통해 읽은 책입니다. 페이지가 종이책과 다를 수 있습니다.

 

 책 제목부터 조그만 꼼수가 들어 있다. 베껴 쓰기에 관한 정보와 지식이 방대하게 담겨 있으리라 생각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정보가 담겨 있긴 하지만 총 30강 중 단 1강만을 차지한다. 다만 각 장의 끝에 훌륭한 작가들의 글을 실어 베껴 쓰기 교본으로 엮어 놨다. 이는 베껴 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이라는 제목에 '난 속인 적 없는데?'라고 변명 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작은 꼼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베껴 쓰기 교본과 베껴 쓰기에 관한 1개 강의을 제외한 29개 강의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작가가 몇 해 동안 성인들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얻은 노하우를 적어 놓았다. 1강을 볼까? 1강의 주제는 행갈이와 들여쓰기의 중요성이다. 이것만 해도 확연히 숨통이 트이는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어쩐지 꼼수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어느정도의 합법적인 꼼수는 살아가며 편의를 주는 중요한 일 중 하나다. 특히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한두 가지의 꼼수가 '승리'를 챙기기 위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확실한 효과가 있는 꼼수를 내 지식으로 만들어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때, 그건 곧 노하우가 된다. 「베껴 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은 치밀한 이론이나 단단한 원칙보다는 쉽고 재밌게 활용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말한다.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먼저 줄 바꾸기를 해야 한다.

 '속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글쓰기에 대한 원칙을 배우고 글을 더 잘 쓸 수 있다는 선전 문구에 속아 책을 집어 들고 보니 처음하는 이야기가 줄 바꾸기를 해라? 차라리 좋은 필기구를 사라구 하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해한다. (중략) 

 글쓰기의 기본은?  '예쁘게 쓰기'다. 글씨를 예쁘게 쓰라는 말이 아니다. 문장의 처음 칸은 비우고, 세 줄이 넘어가면 되도록 줄 바꾸기를 하라. 의미에 따른 줄 바꾸기가 아닌, 길이에 따른 줄 바꾸기를 하란 말이다. (중략)

 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일까? 우리 글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닐까? 우리 글을 읽어 줄 사람을 위해 쓰는 것 아닐까? (중략)

 줄을 바꾸는 것도, 문장의 첫 칸을 비우는 것도, 모두 읽을 사람을 위해서다. 형태를 바꿔주면 읽기 훨씬 편하다. 

P. 16

 

 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베껴 쓰기 교본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반을 버리는 것과 같다. 베껴 쓰기는 과거에서부터 내려오는 훌륭한 독서의 유산이다. 한자 한자 모든 역량을 쏟아 기록한 책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과정은 글을 쓰는 사람의 필수 코스가 됐다. 책에선 직접 손으로 노트에 베끼는 수작업을 강조했다. 반드시 '손'으로 해야 하나?

 예전이야 타자가 발명되지 않았고, 발명된 후에도 익숙하지 않은 작가들은 직접 원고지에 글을 쓰곤 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 웬만한 기성 작가들조차 컴퓨터를 통해 저술 활동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호흡과 리듬을 읽는 과정을 컴퓨터로 하는 게 맞는 일 아닐가? 굳이 힘들여 수작업으로 베껴 써야 하는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베껴쓰기에 관해 항상 품고 있었던 의문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꽤 많을걸? 이런 의문은 아래의 인용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소설가이면서 영문학 교수인 스티븐 골드베리는 <글쓰기 로드맵>에서 말했다.

  "즐겨읽는 책에서 두 쪽을 필사해보라. 먼저 펜으로 옮겨 쓴 다음 컴퓨터 키보드로 입력해보라. 베껴 쓰기는 천천히 한다. 구두점 하나까지 원본 그대로 베껴야 한다. 이 연습의 목적은 저자가 의도한 정신적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는 데 있다. 글쓰기를 음악으로 생각한다면 그리 이상한 행동이 아니다. 교향곡을 직접 작곡하는 게 아니라 대가의 작품을 음표 하나하나 그대로 되살리는 것이다. 이런 기계적 학습은 세포에 기억을 심으려고 암호를 각인하는 것과 같다. 한 번 베끼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과정에서 매력을 느꼈다면 계속해 보는 것도 좋다. 여러 작가와 여러 장르의 글을 베껴 보라. 

 사람들은 '나도 J. K. 롤링1처럼 쓰고 싶다'고 말한다. 롤링처럼 쓰고 싶다면 먼저 롤링의 글을 베껴라. 마법처럼 당신 앞에 문이 열릴 것이다.

P. 43

 

 글쓰기에 지름길은 없다고 하지만 어느정도의 쉬운길, 효과적인 길은 베껴 쓰기로 알려져 있다. 그 이상의 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조언으로 도달할 수 없는, 혼자서 가야만 하는 경지가 아닐까? 그 경지에 도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뭘까? 

 그래. 이제 베껴 쓰기 좋은 글도 얻었다. 베껴 쓸 노트도 충분하다. 몇 가지 노하우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마치 가장 중요한 절정이 후반부에 나오듯, 「베껴 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의 후반부의 내용에서 작가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역량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작가는 꾸준해야 하고 일상적인 인내심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베껴 쓰고 밥 먹듯이 메모해야 한다. 놓치기 쉬운 기본적인 요소들을 일상적으로 행해야 한다.

 

 기업사 전문작가 유귀훈은 그의 저서 <유귀훈의 기록노트>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글쓰기의 재료는 무엇일까? 우리의 경험과 생각이다. 생각은 매일 오전 11시에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길을 가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떠오른다. 이때 스쳐가는 생각을 잡는 법은 단 하나, 적어놓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적어 놓기 전까지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메모해라. 메모를 모아야 기록이 되고 기록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된다. 스콧 피츠 제럴드, 앤 라모트, 조지프 헬러 같은 유명한 작가들도 늘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놓기 위해서다. 아이디어는 적어놓지 않으면 3분 뒤에 도망간다.

P. 288

 

 '시'라는 특수한 장르를 제외하고는(쓸 생각도 없다) 전부 해댱되는 기본 원칙이다(물론 시인들도 항상 열심히 공부하지만 다른 작가들에 비해 나태한듯한 이미지는 나만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특출난 재능이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겠다. 거북이처럼 단단한 노력이 작가를 만든다.

 며칠 전 다녀왔던 국제도서전에서 보았던 조경란 작가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하지 말아야할 것'이라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나에게 재능이 없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배고픈 골방 블로그 바로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