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눈물
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 프롬북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학교의 눈물」아이들이 눈물을 배운다 

 

 난 지금 26살이다. 결혼을 해서 자녀를 가지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 그저 먼 훗날의 일만으로 남은 나이가 아니다. 가끔씩 언젠가 다가올 미래를 꿈꾸며 많은 불편한 현실과 마주했을 때 해답을 찾아내보려 애쓰곤 있지만 쉽지 않다. 여유있는 경제력, 배우자와의 갈등, 부모님 봉양 등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지만 자녀의 교육만큼 혼란스러운 문제가 없다. 

 나는 과연 내 자녀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 선행 학습에 대한 반복적인 수업은 도저히 풀 수 없는 5차 방정식처럼 얽혀버렸고, 개성과 특성을 무시한 일괄적인 교육은 지켜보기만 해도 나의 색(色)을 잃어버릴 것만 같이 무섭다. 또한 서로에게 상처만을 안겨주는 왕따 문제에 대한 적절한 선도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큰 의문이 남는다. 과연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학창 시절의 추억이 남을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청소년 문제는 그냥 싸우면서 크는 거라며 묵과하고 지나치기엔 너무 잔인한 게임이 됐다. 맞지 않기 위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역할 바꾸기 게임이 되어 가고 있고, 공포로 지배하는 친구들 사이의 모습과 선생님, 부모님 앞에서 공부 잘하고 성실한 모범생의 모습 중 어느게 진짜인지 가려내야만하는 진실 게임이 되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가해 학생은 일진은커녕 학교에서 늘 피해를 당하는 부류의 아이였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 역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다가 스스로 자퇴를 한 경우라고 했다. 동병상련의 우정을 나누던 두 아이가 어쩌다 비극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된 걸까? 법원에서 가해 학생의 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니는 거의 얼이 빠진 사람처럼 법원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P. 44

 

「학교의 눈물」은 3부작으로 방영된 SBS스페셜 학교의 눈물을 옮긴 책이다. 방송에 미처 내보내지 못했던 이야기, 못다한 말들, 영상이 아닌 글로서 전달할 수 있는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여러가지 생각거리 가득한 요소들이 가득 차 있지만 그 중 가장 소름끼쳤던 사실은 내 아이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왜 난 그동안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일까? 내 아이만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이 가해자가 되던 피해자가 되던 그들의 마음 속이나 눈에서 눈물이 가득 찰 진실이다. 우리의 유일한 미래가 되고 더도없는 희망이 될 아이들에게 학교는 눈물밖에 가르치지 않는다. 

 판사들 사이에선 굵직한 사건도 없고 격무에 비해 보람을 찾기 힘들어 한직으로 여겨진다는 소년부에서 그를 천직으로 여기며 직접 쉼터를 만들어 운영할 만큼 청소년 문제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분이 있다. 천종호 판사다. 「학교의 눈물」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심각한 청소년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의 저서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지 않는 건 어른들의 책임이다. '먹통전화, 불통전화'라는 비난을 받던 117 학교폭력 신고전화의 한 가지 예만 보더라도 우리가 개선하고 인식해야될 문제들은 사방에 널려있다. 교실이라는 사각의 링에서 수건으로 땀을 닦아 줄 사람은 바로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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