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티칭 Animal Teachings -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다
돈 바우먼 브런 지음, 임옥희 옮김, 올라 리올라 그림 / 머스트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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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티칭」판타지 티칭 


 

 

 

 

 

판타지 티칭

 

대학생 때 선배한테 새끼 고양이를 한 마리 받았다. 애교도 별로 없고, 방 안 이곳저곳 발톱 자국을 남기는 고양이였지만 나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기며 사랑을 듬뿍 줬다. 특히 애완동물 한 마리를 구심점으로 가족이 하나의 궤도에 휩쓸려 어울리는 모양새는 썩 괜찮은 조화였다. 하지만 안이했던 지식으로 병에 걸린 고양이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결국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했고, 생명을 책임지는 무게감을 절실히 느꼈다. 고양이만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애완동물이 주는 것이었지만 삶의 교훈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동물이 주는 가슴 벅찬 감동으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방송인 지상렬씨가 보신탕을 안 먹게 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왕래가 잦던 친척들이 저마다 보신탕 집을 하나씩 운영하고 있어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를 먹는다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낄 수 없었고 시시비비를 가릴 줄 아는 나이가 된 이후에도 뭐가 옳은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개를 잡아먹는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인간의 친구로서 개를 인정하느냐는 어려운 문제이므로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지상렬씨는 어떤 계기를 통해 후자를 선택한 모양이었다.

 어느날 보신탕을 만들기 위해 펄펄 끓는 물에 개를 집어넣었는데 미처 숨이 끊기지 않은 개가 솥을 박차고 나왔더란다. 그런데 그 개는 자신을 잡으려면 주인에게 달려가 낑낑 거리며 머리를 부비고 꼬리를 쳤다고 한다. 물론 식용으로 쓰는 개가 실제로 저런 맹목적인 충성심과 사랑을 뿜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가슴을 망치로 때리는 듯 벅찬 감동이 밀려오는 건 사실이다. 다른 동물과 비교하기 힘든 개의 인간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은 동물에게서 받을 수 있는 지혜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동물이 가르쳐 주는 인생의 모든 지혜, 이런 슬로건을 달고 있는 「애니멀 티칭」에서 나는 이런 감동적인 일화를 기대했다.

 

이 책에 실릴 동물의 목록을 뽑고 난 후, 어느 날 아침이었다. 종달새 한 마리가 창틀을 끈질기게 쪼아대며 나와 남편을 깨웠다. 남편이 쫓아냈지만 고집스러운 그 종달새는 다른 창문으로 날아가서 다시 쪼아댔다. 그 순간 내가 목록에서 종달새를 제외했으며, 이 새가 책에 실리기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당장 실행에 옮겼다. 그러자 종달새는 다시는 창문을 쪼지 않았다. 그 후 종달새를 연구하던 중, 종달새가 새로운 시도에 영감을 주고 창조력을 북돋우며, 변화의 지혜를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 189

 

세 사람만 모여도 그 안에 스승이 있다고 한다. 그와 같이 작은 집단, 그리고 나와 같은 인간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하는데 하물며 나와 다른 세상을 사는 동물들에게선 얼마나 배울 점이 많겠는가. 동물들은 인간과 다른 오감으로 살아간다. 그들이 느끼는 세상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우리는 그들을 통해 미지와 조우할 수 있고 새로운 감각을 익히며 사고와 의식을 넓힐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인간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과 소통하고 배울 수 있다면 동물원에서 맨몸으로 만세를 외치며 돌아다닐만큼 기쁜 일일 것이다.

 

동물의 지혜에 마음을 여는 순간, 우리의 일부가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사람이 맺는 본질적 관계를 경험한다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자연 세계와 동물이 주는 선물에 대한 인식이 깊어질것이다. 동물과의 유대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공통의 언어를 기억해내며, 의식적으로 삶의 축제에 참여한다면, 우리는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스승, 안내자, 멘토, 친구, 그리고 동반자로서, 동물은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기억하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P. 7

 

하지만 아쉽게도 「애니멀 티칭」에서 내가 원하던 군밤같이 따듯한 일화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에선 동물들의 기본적인 특징, 성격, 상징들만이 판타지처럼 소개돼 있을뿐이다. 마치 동물 백과사전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개가 너무도 추상적이어서 철학적이게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그 감동은 플라톤의 철학만큼 어렵다. 그들을 아는 것만으로, 책으로나마 보는 것만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작가의 어긋난 착각일 것이다.

 

밤이 되면 재규어는 깊은 어둠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재규어는 다른 존재의 생각을 들을 수 있으며, 우리 또한 같은 능력을 갖도록 도와준다. 또한, 내적 지각을 신뢰하며, 그것이 진정한 것임을 이해하게 한다. 재규어는 말수는 적지만 분별력이 있어서 혼란 속에서도 일정한 패턴과 통로를 찾아낸다. 우리 또한 자기 자신과 본인이 가진 통찰의 힘을 신뢰하라고 조언한다.

대담한 재규어는 우리가 꿈이나 그림자 세계, 혹은 낯선 영토와 같은 어둠 속에서 앞을 보게 한다. 그리고 강도 높은 집중력으로 정신적인 지각능력을 활성화하고 힘을 발휘하여, 우리가 공포를 누르고 자신감을 얻게 한다.

P.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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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티칭

작가
돈 바우먼 브런
출판
머스트비
발매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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