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 부루부루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16
후나자키 요시히코 지음, 니시무라 이쿠오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어렸을 때부터 조기 교육을 받으며 영어로 자기소개쯤은 거뜬히 해내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그들의 나이쯤이었을 땐 어땠나. 남들보다 잘하는 일이라곤 주위의 누구보다 리코더를 잘 불고 철봉을 잘했던 것밖에 없었다. 나에게 행복을 줬던 자랑거리들은, 사자왕 부루부루처럼 세월이 흘러 미래가 현재로 되는 ‘그것’이 찾아오자 오히려 고통을 안겨줬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리코더는 대학 진학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가장 쓸모없는 악기가 되었고, 철봉은 이력서 특기란에조차 넣지 못하는 무가치한 일이 되었다.

내가 남들보다 우월한 건 하나도 없을지도 몰라. 난 가장 불행한 사람이야, 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이런 고민은 나이를 구별하지 않고 무한 경쟁을 요구하는 요즘, 어떤 사람이든 하나둘씩 가지고 있는 고통이다.

 

 그래서 우린 더욱 부루부루에게 깊은 공감할 수 있다. 세월이 흘러 언덕만한 덩치와 통나무 같은 주먹, 날카롭게 번뜩이는 송곳니를 잃어버린 부루부루가 느낀 좌절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슬픔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깊은 공감을 제외하고라도 부루부루는 충분히 빠져들 수 있을 만큼 좋은 그림책이다. 우스꽝스러운 문체와 그림,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는 문장의 반복은 아이들이 책데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데 굉장한 효과로 작용한다.

 마치 고전 그림책 생쥐와 사자를 연상시키는 등장인물의 구성, 사자에게 달라붙어 죽그릇을 비운 모습 을 훔쳐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함축적인 주제가 느껴져 어른들에게도 의미 구성적인 부분에서 철저하게 제구실을 한다.

 이런 책이 바로 0세부터 100세까지 남녀노소 읽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감동을 하고 교훈을 느껴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주제를 담았으니 인생에서 최고의 그림책으로도 뽑힐만하다.

 

 남보다 뛰어난 것을 잃어버린 부루부루가 앞으로 느낄 행복은 무엇일까?

그건 부루부루가 끓인 작고 볼품없는 죽이, 남들과 나누는 마음을 가졌을 때 생기는 변화를 통해 보여준다.

 주먹과 송곳니처럼 나눌 수 없는 가치보다, 나눠줄수록 더욱 널리 퍼지는 사랑이야말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라는 걸 보여준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는 전혀 다르다.

 자격증이나 공모전에 매달려서 스펙을 쌓는 일만이 행복을 보장해주는 티켓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인들. 그리고 하굣길에서 조차 친구들을 외면하고 영어 단어장을 손에 끼고 있는 우리 아이들.

이들에게 사자왕 부루부루를 통해 진정한 행복이 뭔지 느낄 수 있게 하고 감동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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