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페이퍼 K 페어에서 두잇프레스 소윤님과 함께 크루로 부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평소 모든 취미에 관심이 있는 나였기에, 소윤님의 책을 첫 번째 현장 독자로 읽는 기쁨을 누렸다. 책은 재봉틀 취미를 가지게 된 초보 이야기를 담았다. 재봉틀을 전혀 모르는 내가 읽으면서도 찬찬히 읽을 수 있는 난이도의 책이라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글의 분위기가 은근 귀엽고, 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데도 친절하다. 재봉을 강의하는 책은 아니나 기본적인 것들을 잘 꼬집어 정리해 준 장면들을 읽었다.

🧵 읽다보니 모든 취미는 비슷한 단계를 밟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망설이며 시작하다가, 하나씩 수행물이 나오면 장비에 눈이 띄고, 좋아서 괴로운 경험과 느낌을 갖다가, 계속 좋아할 것인지 놓게 될 것인지를 지나는 것 같다. 계속하게 될 때에는 초급에서 중급 비슷한 정도는 되어 있지 않을까. 꼭 취미만 그런가. 운동도 공부도 관계도 그렇다. 그래서 그런가. 재봉에 관련한 이야기가 아무것도 몰라도 지루하지가 않다.

🧵 전부터 바이올린 취미나 음악을 취미로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내가 뭐라고 음악을 취미로 쓰나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유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나의 창작 활동을 계속 생각하게 되니, 작가님이 써 둔 책의 마지막 페이지 내용처럼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든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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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나는 당근마켓에 잠복했다. 양심상 중고 재봉틀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 P22

여기에 직접 만든 결과물을 좋아하는 ‘만드는 사람‘으로 서의 기질, 그리고 조금 피곤하더라도 타협하지 못하는 꼼꼼함과 완벽주의가 더해지겠지. 이것이 앞으로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브랜드이자 결국은 내가 아닐까. - P103

매일 SNS에는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수많은 재봉 도구와 부자재 광고가 넘쳐날 거예요. 처음에는 모두 탐나 보이겠지만, 시 간이 흐르면 알게 될 거예요. 그것들이 꼭 반드시 엄청나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부디 화려한 유혹에 흔들리지말고 그 돈을 아껴서 다양한 원단을 골라 마음껏 원하는 재봉을 하시기 바랍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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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어깨로 처마 아래서 비를 피하며 ‘지겨 워‘와 ‘미안해‘ 사이를 오갔을 현권의 마음. 그 마음만은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 P35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신다면 그렇게라도 하세요
엄포를 놓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 예선이 결혼을 없던 일로 하자고 했을 때, 석용은 혼란스러있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그게 진짜로 네가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해."
그건 진심이 아니라 엄포를 놓은 거였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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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 P9

사람은 고통을 떨쳐 버릴 줄 아는 한에서만 행복하니까, 그리고 쾌락이란 종종 행복보다는 불행을 가져다주므로, 에피쿠로스는 다만 신중하고 절제된 쾌락들만을 요청한다.
- P14

모든 것이 서로 이야기되는 세계에서 가장 쉽게 가질 수 있는 동시에 가장 치명적이기도 한 무기는 바로 폭로다.
- P16

그 사진은 세계 전체에 유명해졌고, 에이즈 환자와 입맞춤하는 뒤베르크의 사진보다 훨씬 더 유명해졌는데 이는 죽어 가는 한 아이에게 죽어 가는 한 어른보다 더큰 가치가 있는 까닭이다.
- P24

만약 당신이 어떤 대중적 갈등에 개입하여 어떤 가혹한 처사에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박해 받는 사람을 돕고자 한다면 당신이라고 어찌 이 시대에 춤꾼이 아닐 수 있거나 혹은 춤꾼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어요?
(뱅상이 퐁트벵에게 이의를 제기) - P28

이 정도로 합리적으로 구성되고 측량되고 구획되고 계산되고 가늠된 이 공간 어디에 자발성을 위한 ‘광기‘
를 위한 자리가 있으며, 어디에 광란이 있고, 어디에 욕정의 맹목이, 초현실주의자들이 우상화한 그 ‘미친 사랑‘이 있고, 어디에 자아의 망각이 있단 말인가? 사랑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만들어 낸 몰이성의 그 모든 미덕, 어디에 그것들이 있단 말인가? 아니다, 그것들이 여기서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 P44

너무 열이 차면 묘미가 덜한 법이다. 환락을 좇아 내닫다가 이에 선행하는 그 모든 감미로움을 흐려 버리고 마는 것이다.
- P46

실존 수학에서 이 체험은 두 기본 방정식 형태로 나타난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
- P48

실존이 갖는 각각의 새로운가능성은, 비록 그것이 극히 있음 직하지 않은 일일지라도, 실존 전체를 탈바꿈시키는 까닭이다.
- P51

선택되었다는 감정은 예를 들면, 모든 연애 관계에 나타난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 정의상, 공덕 없이 받는 선물인 까닭이다.
- P59

우울한 긍지. 바로 이렇게 우리는 그 체코 학자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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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뜰이었거나 혹은 누추한 시장어귀였다 하더라도, 그때 우리가 보았던 해... 앙상한 가지에 걸려 있던, 그 작은 오렌지 같던 태양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눈부시지 않았다 해도, 그것이 내 삶에 주어진 사랑의 전부였 다는 생각이다. - P192

인생이 힘든 것은 예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나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결국길고 긴 이 이야기도 복습에 불과할 뿐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금의 나도 중얼거린다. 있는 힘을 다해 복습을 하는 이 순간에도 인생은 흐른다. 흘러, 간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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