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나는 당근마켓에 잠복했다. 양심상 중고 재봉틀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 P22

여기에 직접 만든 결과물을 좋아하는 ‘만드는 사람‘으로 서의 기질, 그리고 조금 피곤하더라도 타협하지 못하는 꼼꼼함과 완벽주의가 더해지겠지. 이것이 앞으로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브랜드이자 결국은 내가 아닐까. - P103

매일 SNS에는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수많은 재봉 도구와 부자재 광고가 넘쳐날 거예요. 처음에는 모두 탐나 보이겠지만, 시 간이 흐르면 알게 될 거예요. 그것들이 꼭 반드시 엄청나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부디 화려한 유혹에 흔들리지말고 그 돈을 아껴서 다양한 원단을 골라 마음껏 원하는 재봉을 하시기 바랍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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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어깨로 처마 아래서 비를 피하며 ‘지겨 워‘와 ‘미안해‘ 사이를 오갔을 현권의 마음. 그 마음만은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 P35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신다면 그렇게라도 하세요
엄포를 놓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 예선이 결혼을 없던 일로 하자고 했을 때, 석용은 혼란스러있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그게 진짜로 네가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해."
그건 진심이 아니라 엄포를 놓은 거였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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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 P9

사람은 고통을 떨쳐 버릴 줄 아는 한에서만 행복하니까, 그리고 쾌락이란 종종 행복보다는 불행을 가져다주므로, 에피쿠로스는 다만 신중하고 절제된 쾌락들만을 요청한다.
- P14

모든 것이 서로 이야기되는 세계에서 가장 쉽게 가질 수 있는 동시에 가장 치명적이기도 한 무기는 바로 폭로다.
- P16

그 사진은 세계 전체에 유명해졌고, 에이즈 환자와 입맞춤하는 뒤베르크의 사진보다 훨씬 더 유명해졌는데 이는 죽어 가는 한 아이에게 죽어 가는 한 어른보다 더큰 가치가 있는 까닭이다.
- P24

만약 당신이 어떤 대중적 갈등에 개입하여 어떤 가혹한 처사에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박해 받는 사람을 돕고자 한다면 당신이라고 어찌 이 시대에 춤꾼이 아닐 수 있거나 혹은 춤꾼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어요?
(뱅상이 퐁트벵에게 이의를 제기) - P28

이 정도로 합리적으로 구성되고 측량되고 구획되고 계산되고 가늠된 이 공간 어디에 자발성을 위한 ‘광기‘
를 위한 자리가 있으며, 어디에 광란이 있고, 어디에 욕정의 맹목이, 초현실주의자들이 우상화한 그 ‘미친 사랑‘이 있고, 어디에 자아의 망각이 있단 말인가? 사랑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만들어 낸 몰이성의 그 모든 미덕, 어디에 그것들이 있단 말인가? 아니다, 그것들이 여기서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 P44

너무 열이 차면 묘미가 덜한 법이다. 환락을 좇아 내닫다가 이에 선행하는 그 모든 감미로움을 흐려 버리고 마는 것이다.
- P46

실존 수학에서 이 체험은 두 기본 방정식 형태로 나타난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
- P48

실존이 갖는 각각의 새로운가능성은, 비록 그것이 극히 있음 직하지 않은 일일지라도, 실존 전체를 탈바꿈시키는 까닭이다.
- P51

선택되었다는 감정은 예를 들면, 모든 연애 관계에 나타난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 정의상, 공덕 없이 받는 선물인 까닭이다.
- P59

우울한 긍지. 바로 이렇게 우리는 그 체코 학자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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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뜰이었거나 혹은 누추한 시장어귀였다 하더라도, 그때 우리가 보았던 해... 앙상한 가지에 걸려 있던, 그 작은 오렌지 같던 태양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눈부시지 않았다 해도, 그것이 내 삶에 주어진 사랑의 전부였 다는 생각이다. - P192

인생이 힘든 것은 예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나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결국길고 긴 이 이야기도 복습에 불과할 뿐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금의 나도 중얼거린다. 있는 힘을 다해 복습을 하는 이 순간에도 인생은 흐른다. 흘러, 간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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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결국 단파 라디오와 같은 것임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모든 연애의 90%는 이해가 아닌 오해란 사실을... 무렵의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스무 살이었고, 좋든 싫든 연애의 대부분을 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이였다. - P14

삶은 보다 복잡하고, 드러나지 않은 비밀로 가득한 것이겠지만... 나란히 선 부부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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