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의 힘보다 망각의 힘이 더 무섭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간다. 나도 요샌 거기 정말 그런 동산이 있었을까, 내 기억을 믿을 수 없어질 때가 있다. 그 산이 사라진 지 불과 반년밖에 안 됐는데 말이다.
- P7

나는 오빠에대한 헤어날 길 없는 육친애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나 느낄것 같은 차디찬 혐오감이 겹쳐 오한이 있을 때처럼 불안하고 불쾌했다.
- P16

앞날을 걱정하는 건 태평성대에나 할 짓이다. 전시에는 그날안 죽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걸 모르면 그걸 아는 자의 짐이 되기 십상이다.
- P23

우리는 서로 이끌리면서도 경계하고 있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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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른이 됐어."
그런 날이 있다.
어릴 적을 채웠던 싱그러운 풋풋함은 조금 옅어졌지만, 그 지난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게 되는 날. 어른이 되어 가는 나의 나날에 그들이 섞여있는 걸 느끼는 날.
- P102

"한자리에 오래 반짝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성장하는 이는 그게 성장인지 모른다. 그저 그러는 중이라고 믿을밖에. 들을 때마다 속에서 무언가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컥함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주길 바란다. 먹먹하고 막힌 것 같을 때 올려다볼 수 있는 위로를 걸어둔 채로.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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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 사람들에 비해 자유롭다. 하지만 풍경 밖에서하는 관찰과 부감은 그저 부유하는 일이다. 낙엽이나 먼지 같다.
- P13

가까운 일을 잊고 먼 시절의 일을 또렷이 기억한다는 알츠하이머병의 시계는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걸까? 그 시계는 환자의 일생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제일 선명하게 가리키는 걸까?
- P18

외국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타자일 수 있다는 생각. 모두가 서로의 타자가 되어버리면 아무도 오메라시의 터널을 이야기하지 않을 거란 생각.

- P34

어느 날 아주 사소한 일에 피로를 느껴 퇴사를 결심했다. 작은 물 한 방울로 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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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신‘이라는 별명에 대한 가장 좋은 해석은 ‘다정하다‘이고 가장 악의적인 해석은 ‘헤프다‘이다. 나는살면서 그 두 문장을 8대 2의 비율로 듣곤 했는데 나쁜말쪽이 훨씬 힘이 세다.
- P10

사랑은 돈처럼 아이러니하고 불공평하게 주어진다.
- P10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내내 어떤 집단이나 모임에만 속하면 그곳에서 애인이 생겼다. 그런 포지션은 언제나 나밖에 없었다. 
- P10

잘 안 될 거라는 시그널이 발밑에 수북한데도 자꾸만 이상하게 잘될 거라는 믿음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파랑새 같은 낙관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이 전부 나 같았고 그래서 좋았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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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늘 기도하며 걷고 있지만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 P94

부질없는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애쓰고기대지 않기 위해 힘써 버티던
초라해진 나를 들키지 않으려 했던
그런 내가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길 위에 섰던 것이다.
- P42

하루하루 잘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날그날 예정한 마을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날들입니다.
- P54

매일 왜 걷고 있는지 생각한다.
기도하는 시간이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마음에 가득 차오르던 이유를 모르는 분함과 미움이 걷다 보면 녹아내리는 것을 느낀다.
용서와 화해의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 P62

그래 나는 외로운 사람이지.
보고 싶은 나의 소중한 사람들 곁에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이지.
- P71

길을 잃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며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단정히 해가며
하루하루 그렇게 가는 것이다.
오롯이 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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