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나와 너무잘 맞고,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던 사람과 시간을 더 보내게 되지만, 나중에는 나와 다른 점들을 계속 발견하고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그런데 종희와 일영의 관계는 서로에게서 비슷한 점만 보면서 끝없이 확장하다가, 결국 서로의 ‘다름‘이 큰 골을 만들게 된 관계죠. 
- P168

성> ‘두 사람이 경험하는 시차‘라는 말이 멋지네요! 우리는 같은 일을 겪어도 필연적으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어쩔 수 없는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면 매끄럽게움직이는 것 같던 관계도 조금씩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는것 같아요. 일영에게 종희의 전화가 ‘감정 쓰레기통‘이되는 걸 견디는 일이었다면 종희에게는 그저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일이었던 것처럼요. 
- P169

고통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낙관론자가 될 수도 없으면서 그 고통이 무의미하다고 단언하는 비관론자도 될 수없는 처지인 거죠. 그 극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그상실을 끌어안고 살고 있는 셈이에요.
- P178

타인에게도 지키고 싶은 신념과 방향성이 있고, 그게 내 것에 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외로잊고 살 때가 많아요.
- P188

노력으로 회복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게 되어서 한계에 다다른 인연에 대해서는 쉽게 포기하는 편인 듯해요.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이 변하면 그 관계가 다시 이어질지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을 조금 열어둔 상태이죠.
- P198

외딴섬이라고 생각했던 모두가 실은 우주 안에서 하나로 얽혀 있다는 사실에, 그리하여 어쩌면 나와 초월적으로 얽혀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는 상상으로.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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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로이면서 홀로이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방황하다가 중앙도서관의 지하 식당이라든가 홍보관의 클래식 음악 감상실이라든가 학생회관의 생활도서관 즈음으로내 생활반경을 정해두었다. 
- P152

놀랐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정신이 멍한 와중에도 내가 아니라 소진이 그 소식을 먼저 알았다는 사실을 질투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 P157

 "사랑해야지, 살아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해야지." 나는 소설 속 어딘가에 쓸 말을 생각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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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가 있었어. 한 마리..…."
놀란 순이가 용이를 바라보자, 용이가 드문드문 말을잇습니다.
"그래서...... 강했던 거야... 새끼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럼, 육발이가...... 엄마 호랑이였어?"
- P60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내가 무엇을 위해 이국땅에 와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지.
- P88

지금 논바닥에는 일본군도 호랑이 마을 사람들도 없습니다. 그냥 사람들만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쓰러진 벼를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 P119

어머니, 돌아갈 곳이 없다면 보이지 않는 길로 가겠습니다. 
- P145

어머니께서 쳐내지 않고 살려 주신 그 마른 나뭇가지에 복숭아가 수없이 많이 열렸듯, 제가 살리는 그 한 생명으로부터 우리 일본이 해친 것만큼 새 생명이 다시 태어나기를 바랄뿐입니다.
- P146

"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띄엄띄엄 말을 잇는 용이의 얼굴이 깊은 외로움을 머금고 있습니다.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 P195

"순이 씨,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 나라에와서 전쟁을 해서 미안합니다. 평화로운 땅을 피로 물들여서 미안합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당신을 짓밟아서 미안합니다. 순결한 당신의 몸을 찢고, 그 아름다운 두 눈에 눈물 흘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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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영감 수집에서 디깅이란 단순히 어떤 지식을 얻고자 조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저 나 자신을 위해 더 애쓰는 마음을 연습하는 것이다. 이렇게 노력하는 마음의근육은 관성에 젖어 흘러가는 매일에서도 나를 선명하고 단단하게 만들고 의식들 사이를 유영하며 내 안을 들여다보는 힘을 길러준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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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귀찮아서 살 수 없겠다. 귀찮기보단 버겁다.
안녕 안녕. 남은 사람들은 뭐 정신병이 없다면 그대로 쭉사시면 됩니다. 이해하지 마세요. 이해되면 정신병자.
- P12

다섯째. 오랜만에 마시는 커피, 마포대교든 양화대교든고층의 우리 집 창문이 제일 확실하겠지만 나름의 배려.
집값과 남은 이들의 삶.
- P13

나는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힘든 티를 내고 싶었던 것뿐이었나보다.
- P18

물 한 방울도 묻지 않고 투신 실패.
- P19

나의 치매 전문 병원 체험기라고생각하며 견디고 있으련다.
- P24

나는 내가 아주 아파서 힘들었으면 좋겠어요. 아픈데 그게 내 탓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아픈 삶. 나에게 삶이 얼마 남지 않아서, 자살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어 오히려 평화로운. 노력으로 나을 수 없는 병에 걸린 삶이란.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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