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한 걸음, 자신의 새로운 말,
이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너무 중얼대는구나. 이렇게 말만 너무 많이 하니까,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 일도 하지 못하니까 지껄이기만 하는 거다.」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날 그는 ‘믿기지 않겠지만‘ ‘믿을수 없겠지만‘ ‘믿기 싫지만‘ ‘믿을 수밖에없었지만‘이란 말을 거듭했다. 그와 헤어지고돌아오는 길에 너는 믿음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무언가를 온전하고도 완전하게믿는 게 과연 가능할까. 얼마나, 어디까지 믿어야 믿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 P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고, 내 발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아저씨는나를 보자마자 딱 멈추더니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아저씨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그 앞에 도착하자대문이 활짝 열리고 아저씨의 품에 부딪친다. 아저씨가 팔로 나를 안아 든다. 아저씨는 한참 동안 나를 꼭 끌어안는다.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요일 이른 아침, 클로너걸에서의 첫 미사를 마친 다음 아빠는 나를 집으로 데려가는 대신 엄마의 고향인 해안 쪽을 향해 웩스퍼드 깊숙이 차를 달린다. 덥고 환한 날이다.
- P9

얼마 동안 맡아달라고 하지?
원하는 만큼 데리고 있으면 안 되나?
그렇게 말하면 돼? 아빠가 말했다.
당신 하고 싶은 대로 말해. 어차피 늘 그러잖아.
- P15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 P17

"비밀이 있는 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아주머니가 말한다. "우린 부끄러운 일 같은 거 없어도 돼."
"알겠어요." 나는 울지 않으려고 심호흡을 한다.
아주머니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넌 너무 어려서 아직 모를 뿐이야."
- P27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 P28

그런 다음 머그잔을 물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온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 P30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 P69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속을 스친다. 벽지에 그려진 남자아이, 구스베리, 양동이가 나를 아래로 잡아당기던 그 순간, 길 잃은 어린 암소, 젖은 매트리스, 세 번째 빛, 나는 내여름을, 지금을, 그리고 대체로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
박진희 (지은이), 앤의서재 2024-06-16, 208쪽, 에세이

#남자가많은곳에서일합니다 #박진희 #인터뷰 #커리어 #진로고민 #앤의서재 #신간

🍊 제목보다는 표지의 서브제목 격인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란 문구가 책의 내용을 명확하게 한다. 그래서 그 밑의 여덟개의 직업군을 보니... 죄송하게도 전혀 여성 직장인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도 여덟 군의 직업군 중 하나 정도는 대중매체로라도 들어보지 않았을까 하며 손가락으로 직업군을 더듬으며 내려갔으나 단 한 명도. 심지어 어떤 직업은 젊은 사람이 있다는 것도 (전통 가마 도예가), 어떤 직업은 존재조차 (군 암호보안 전문 군무원) 몰랐다. 나의 무지와 편견을 일단 인지하고 책을 열었다.

🍊 이 책은 건설현장 조경 관리감독을 포함한 희귀한(?) 직업군의 여성직장인을 인터뷰한 에세이집이다. 현실적으로 비주류인 인터뷰집이라니. 그리고 요즘 세대, 지역, 자산에 따른 갈등이 최고조를 찌르는 지금 젠더 갈등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까봐 조마조마(?)해 하며 책을 읽어나간걸 조심히 고백해본다.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가인 그들, 내가 모르는 영역에서 인터뷰까지 한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

🍊 누군가를 인터뷰한다는 것. 보여주고 싶은 면만을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에 뻔하고 감동도 없는 경우를 많이도 봐왔다. 그러나 너무나도 보여주고 싶은 진심이라면 감동어린 에세이 같은 느낌도 기승전결도 납득된다. 내가 느낀 진심은 이런 것이었다. 여성이 없는 곳의 여성 전문가의 삶을 읽고 들었더니, 거기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소명을 가진 전문가,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였다. 읽다보면 여성이나 다소 젊은 세대 같은 특정군이 아닌 보편적인 감동을 주는 사람을 만난 다. 그러다가도 여성을 포함한 소수의 그룹이 누구더라도 (반대로 여초직장의 남성이나, 기타 수 많은 소수의 예) 더 많은 보편성이 확산될 수 있도록 특수한 그룹을 응원하게 된다.

🍊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즈음 나오는 저자의 ‘어디에나 존재하는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제언‘ 다섯 가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쉽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성숙과 성장을 위해 고민할 말이다. 여성을 위한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저자의 제언은 여성 대신 공동체가 고민을 해야하는 다른 그룹을 넣어도 좋다. 여성을 인터뷰한 책이지만 결국 진심이고 자기일에 전문가인 개인,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생각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