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회사후배인 준프로가 빌려주었던 책이다. 이 책을 상당히 흡인력 있게 읽었다. 박진영은 노래도, 작곡도, 춤도, 공부도 잘하지만 글도 잘 쓰는 듯. 다만 좋은것도 있지만, 구원파 느낌이 나는 부분이 있어서 살짝 마음이 무거웠다. 책을 빌려준 회사후배 말에 의하면 크리스챤들이 더 비판적인 리뷰를 하는 경향이 있고, 본인처럼 크리스챤이 아닌 사람들은 오히려 좋은 느낌을 받는 경향을 리뷰에서 느꼈다고 했다. 그 말 듣고 내가 너무 한쪽으로 포커스를 둔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던 책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나 역시 책의 내용을 편견없이 보았다면 더 받아들일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든다. 얼마전 친구의 밴드에서 그 친구의 리뷰를 읽으며 든 생각이다. 그래서 재작년 읽은 책을 이렇게 올 해 짧게 나 역시 리뷰를 남긴다는.


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왜 태어난지도 모른 채 태어나,
왜 사는지도 모른 채 살다가,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죽기 때문이라는것이다.
7p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죽음에 1년 가까워지는것인데, 이게 과연 축하할 일인가? 생일 축하 노래는사실 ˝죽을 날 1년 더 가까워졌습니다. 죽을 날 1년 더가까워졌습니다˝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사실을 외면하고 서로 축하하고 축하받는다. 나는 몇년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성경이라는 책에서 내가 찾던해답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책에선 이 비정상적인마음을 미친 마음‘이라고 표현해놓았다.
(…) 곧 인생의 마음에는 악이 가득하여그들의 평생에 미친 마음을 품고 있다가후에는 죽은 자들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라.
-전도서 9장 3절
9p

난 내가 구원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성경이다르게 보였다. 성경의 모든 내용이 나와 하나님 사이의이야기란 것을 알았다.
102p

생각해보니 끝이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 중에하나만 주어지지 않았어도 나는 성공하지 못했을 텐데, 왜내 성공이 내 노력만으로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이정도 일을 당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112p

우리사고의 체계를 무너뜨려야만 이해할 수 있다.
1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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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료이자 후배인 조이팀장님이 빌려준 책이다.
이 책을 일게 된 스토리가 좀 긴데...

작년 말 조이팀장님이 무언가 문장 작성할 때나 누군가를 설득할 때 조리있게 말을 전달하고 싶고, 올해는 좀 또박또박 좋은 소리 싫은 소리 구분안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얘기를 문자로 한 적이 있었다 (실제 여러 사람의 상황을 두루 살피는 성향이라, 내 생각엔 좋은 말로 토닥거리는 게 그분의 장점이라 생각하나, 본인은 아쉬운 점이라 생각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 역시 스피치나 글쓰기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없다는 자수를 했었고, 대신 작년 읽은 책 중에 문장이 간결하고 설명이나 설득을 잘하는 비문학 책을 추천했었다. 그 때 추천했던 책이 조승연 작가의 <시크하다>, 신수정 작가의 <일의 격>, 오건영 작가의 <부의 시나리오> 3권이었다. 조승연 작가의 경우 설명과 설득을 잘 하고 강연을 보면 말도 잘하지만, 똑똑함과 따뜻함을 느껴서, 따라 말하고 싶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신수정 작가의 경우 케이티 부사장, 그룹장 출신으로 영업적이지 않은 분이고 (심지어 임원이 골프도 안치시고 !) 집돌이신데, 그 자리까지 가게 된 내용이 이해될 만큼 글의 깊이가 있었고, 일에 대한 소신이나 설득, 논리가 블로그나 책에 잘 녹아 있다는 느낌이었다. 오건영 작가의 경우 비경제전공이나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쉬운 언어로 풀어주시고, 경력을 신한은행이나 ips에서 쌓으시면서 삼프로 유튜브 등에서 정말 탁월한 논리를 펼쳤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세 권을 추천하고 나서 조이팀장님 역시 유시민 작가의 책은 알아보고 있고, 강원국 작가의 <대통령 글쓰기>란 책을 읽었는데 다시 한 번 읽겠다라는 내용을 얘기했었다. 무언가 필요한 말, 쉬운 어휘, 간결한 글쓰기, 효과적인 전달력 등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내용이라 빌려주겠다고 했었다. 이렇게 말 잘하기, 글쓰기 프로젝트 아닌 프로젝트가 시작 되었다. 그리고 올 초 이 책을 받았고, 조금씩 나누어 읽다가 드디어 2월에 완독!
(이 책을 읽게 된 스토리가 이렇게 길구나 !)

실제 이 책을 읽어 보니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지 잘 나와 있다. 그런데 너무 방법이 많다 보니까, 오히려 처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버거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글을 잘 쓴다는 건 곧 말을 잘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잘 말하고 잘 쓰려면 결국 잘 생각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생각만 하고 쓰지 않으면 결국 쓸 수 없다는 것.



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

야구 선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공을 칠 수 없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도 딱 하나다. 욕심 때문이다. 잘 쓰려는 욕심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든다.
- P13

앞서 욕심이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글에 관한 대통령들의 욕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떻게 쓰느냐‘ 와 ‘무엇을 쓰느냐‘의 차이다. 어떻게 쓰느냐,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멋있게 있어 보이게 쓸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다. 그러나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글의 중심은 내용이다.
- P16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애초부터 글쟁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 쓰면 된다. 맞춤법만 맞게 쓸 수 있거든 거침없이 써 내려가자. 우리는 시인도, 소설가도 아니지 않은가.
- P17

다음으로, 상대가 있는 경우다. 그때에도 세 번 정도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이 사안에 대한 내 생각은 무엇인가? 두 번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생각, 어떤 입장일까? 세 번째, 이 두 가지 생각을 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
- P26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잘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두 대통령의 글쓰기 힘 역시 생각에서 나왔을 것이다. 정보는 널려 있다. 따라서 글감은 많다. 구슬을 꿰는 실이 필요하다. 그 실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바로 생각이다. 생각이 글쓰기의 기본이다.
- P27

몇 가지만 명심하면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이것저것 다 얘기하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음식점도 뭐 하나를 똑소리 나게 잘하는 집을 잘 기억하지 않는가. 감동을 주려고 하지말자. 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힘을 빼고 담백해지자.
- P68

기조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데, 간단히 말하면 글의 ‘‘‘분위기‘ 라고 할수 있다. 예를 들면 광고에서 말하는 톤&매너 one Manner서 ,, 영화나 연극에서 얘기하는 무드, 패션에서의 스타일, 음악의 음조, 회화의 색조같은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이번 경찰의 날 연설문은 격려야, 질타야?‘
‘돌아오는 광복절 연설문은 밝게 갈 거야, 무겁게 갈 거야?‘
‘무역의 날 연설은 비장함이야? 축제 분위기야?‘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기조 잡기다.
- P70

기조는 크게 보면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바로 논리적 접근과 정서적 접근이다.
- P71

기조에 따라 전달 형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할 것인지,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할 것인지, 연설을 할 것인지, 아니면 편지 형식으로 부드럽게 전달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한미FTA 체결과 관련해서도 기조가 설명인지, 설득인지, 호소인지, 아니면 반박인지에 따라 발표하는 형식이 달라졌다. 기조에 따라 문제도결정된다. 강건체와 우유체, 간결체와 만연체, 건조체와 화려체 중에적합한 문체를 고르게 되어 있다.
- P72

칭찬 쪽으로 정한 경우에도 일방적으로 칭찬만 하면 오히려 의례적으로 들릴 수 있다. 주된 기조로 80%, 그렇지 않은 쪽으로도 20% 정도를 안배하는 게 좋다.
- P74

글에만 기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도 기조란 게 있다. 성격일 수도 있고, 성향일 수도 있다.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었을 때, ‘어떤‘에 해당하는 게 기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마디로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기조 잡기는 어려운 것이다.
- P74

‘한 줄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자료 부족 때문이다. 누구나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만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소설가 김훈은 글쓰기의 최소 원칙이란 책에서 좋은 글의 조건을 이렇게 말했다. ˝정보와 사실이 많고, 그것이 정확해야 되며, 그 배열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여기서 절반이 자료찾기와 관련이 있다. 많고 정확한 정보와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 P75

글은 자신이 제기하고자 하는 주제의 근거를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해보이는 싸움이다. 이 싸움은 좋은 자료를 얼마나 많이 모이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자료가 충분하면 그 안에 반드시 길이 있다. 자료를 찾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때로는 애초에 의도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쪽으로 글이 써지기도 한다.
- P75

그냥 버려지는 자료는 없었다.
어떤 자료는 두 번 세 번 읽어서 완벽하게 숙지했다. 중요하다 싶은 자료는 한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어려운 자료는 본인 것으로 만들어 새롭게 재가공했다.
- P77
김대중 대통령의 자료에 대한 애착에 대한 내용이다. 자료가 넘쳐나는 지금. 언제라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자료에 대한 귀한마음이 줄어든게 아닌가한다. 나만해도 무역자료, 기술자료를 모아도 숙지는 안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중으로만 미루고 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참고하는 것을 꺼려할 필요는 없다. 그 글을 보면서 상상하고 변형하고 살을 붙여나가면 된다.
- P80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다섯 가지다.
첫째, 글을 쓸 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둘째, 하고자 하는 이야기 간의 분량 안배를 위해서다.
셋째,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누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넷째, 앞에 나온 얘기가 뒤에 또 나오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다.
다섯째, 전체적인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 P83~84
글의 구조(아웃라인, 골조)가 필요한 이유

또 하나. 노 대통령이 자주 썼던 방식 중에 이런 것도 있다. 총론이있고, 그 아래 각론이 있다. 총론에서 전체를 요약해준다. 그러고 나서 각론에서 하나씩 다시 애기하는데, 그 하나의 각론 안에도 총론과 각론이 있다.
- P85

사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애초에 계획한 대로 최종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첫 줄부터 짜놓고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때론 백문이 불여일작이라 하지 않던가.
얼개를 짜고 글을 쓸지, 글을 쓰면서 얼개를 짜나갈지는 글 쓰는 사람의 선택에 달렸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글을 쓰면 될 것이다.
- P88

˝무엇무엇이 필요하다고 죽 나열해놓고, 하나씩 하나씩 설명한다든지, 받아치고 되친다든지, 그런 입체 구조 없이 넘어가면 글이 밋밋해집니다.˝
(노무현 대통령)
- P111

이정표
한 주제에서 다음 주제로 넘어갈 때에는 반드시 무엇에 관해서 말하겠다고 알려주는 게 좋다.
˝이번 글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구조의 틀을 먼저 보여주고, 주제마다 내가 이 대목에서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를 딱 내걸고 그 얘길 해야 한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서민 생활의 안정에대해 얘기했고, 그다음으로는 경제 활성화 대책‘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는 식으로 말이죠.˝ (노무현 대통령)
그러지 않으면 독자나 청중들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여기까지가 대전이고, 다음은 부산으로 갑니다, 잘 따라오세요. 이렇게 친절하게안내를 해줘야 한다.
- P111

˝싫증 나는 문장보다 배고픈 문장을 써라.˝ 몽테뉴만 아는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하는 얘기다. 최대한 단문으로 써라.
- P115

노 대통령은 점층적인 표현도 자주 썼다.
˝권력기관을 장악할 생각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되고, 장악하는 게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 P118

두 대통령 모두 인상 깊게, 뇌리에 박히는 표현을 잘 찾아냈다. 기억하는 문구 두 개만 소개하겠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10월 일본 국회 연설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땀의 결과라고 말하면서 ˝기적은기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 P122

누구나 멋있게 끝내고 싶다. 그래서 욕심을 낸다. 하지만 마무리쯤오면 독자나 청중은 지쳐 있다.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반대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에 생각나지 않던 것이 끝낼 때가 되면 떠올라 할 말도 많아지고 아쉬움도 커진다. 그래서 끝낼 듯 끝낼 듯하면저 끝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사족이 된다.
- P131

철저히 독자가 되어야 한다.
글을 쓴 사람에 머물러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우선이다. 그러지 않으면 쓴 이유와 배경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합리화한다. 인정사정없는 독자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사람이 쓴 글이라 생각하고 가차 없이 고쳐야 한다.
- P153

소리 내어 읽어 보자. 운율이 맞는 글이 잘 읽힌다. 어색한 부분은 읽으면서 걸린다.
- P153

‘지식의 저주‘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말하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말하는 데는내공이 필요하다.˝는 밀도 있지 않은가. 아는 것은 쓰고 싶다. 힘들게쓰 것은 비리기 싫다. 지식의 저주는 마지막까지 글 쓰는 사람을 괴롭힌다.
- P179

진정성의 네 번째 조건은 행동과 실천이다.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갈 날들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쓰던 말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과 실천이다.
말로만 해서는 진정성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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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미영이가 추천한 책이다. 미영이는 1월 모임 책인 소크라테크 익스프레스 시절, 이 책을 읽다가 정작 모임 책은 앞부분만 읽었었다. 그 만큼 빠저드는 무언가가 있었나 보다라고...그 때엔 그렇게 생각했다. 애리가 두어년전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추천했고, 그 책의 파급력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 <소년이 온다> 를 쓴 작가의 책인지라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며, 이미 다음 달 마침 미영이가 도서 선정하는 달인데, 이미 2월 도서로 선정했다는 말에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계속 다른 책을 못읽다가 2워 모임이 3월1일 하게 되고, 3월 1일 이 책을 완독하게 되었다.

<소년이 온다> 작가의 책이라 말하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소년이 온다>를 떠올리고, 비교가 자연스럽게 되었다. 한강 작가의 책이 많은데 다른 책을 읽어 보진 못했다. 다른 책일 읽었으면 달랐을까? 그래도 어쩐지 <소년이 온다>를 떠올리고 자꾸 비교했었을 것 같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에 책이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에 관한 책이다. <소년이 온다>는 각 주인공들의 시점을 오가며 읽는 게 고통이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세세하게 그날의 역사를 그 시점에서 설명하지 않는다. 친절하지 않은 탓에 그 만큼 고통스럽지 않아서 휴유증이 크지 않다. 그래서 <소년이 온다> 만큼 절절한 감정이 들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다. <소년이 온다>가 비수처럼 내리 꽂고 나를 엉망으로 망든다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동일한 나중 시대의 사람의 입장으로 다가간 후 이 일이 남의 일이 아니구나라는 결심이 들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 책을 읽고 실망을 했을 수도 있으나, 나는 이 책은 자기만의 몫을 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이유가 미영이가 이 책을 추천한 이유와도 동알하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는 생각을 해 본다.

책의 등장인물이 적다. 주인공 경하. 또 다른 주인공인 경하의 친구 인선, 그리고 인선의 어머니.
경하는 아마도 한강 작가의 아바타인듯 하다. 책에서도 경하는 무언가 힘든 소설을 쓰고 나서 휴유증을 앓고 있다. 그리고 제주에 살고 있는 인선이 제주가 아닌 육지의 병원에 있다는 문자를 보내고, 병원에서 손가락이 절단 된 인선을 마주하게 된다. 손가락의 고통이나 재생은 뒤로 하고, 앵무새 아마를 살려달라고 , 당장 제주에서도 한참 시골 같은 숲속의 집으로 가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마침 폭설이 내려 그 다음 비행기 일정부터 끊기고, 대중교통도 만만치 않은 제주로 경하는 내키지 않는 걸음을 하면서도.. 어떻게 어떻게 간다. 그러나 아마는 이미 죽어 있었고, 경하는 사랑하지 않는 새라고 했던 아마를 슬프게 묻으며 그 때 부터 몽환적인 일이 일어난다. 인선의 혼이 찾아오고 아마의 혼, 그리고 인선의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모임에서는 그런 몽환적인 부분이 좋았다는 사람도, 그래서 싫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이게 무언가 싶었다. 그리고 경하가 인선의 집을 찾아가다가 미끄러진 물가에게 이미 죽은거다, 아니다 인선이가 죽거나 생사의 갈림길에서 혼으로 찾아온 것인다, 둘다 죽었다 (작가가 혼이라는 떡밥?을 책 중에 던졌었다), 누가 죽었다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런 저런 내용이 나왔다. 누가 죽었는지, 그게 중요한 건지 아닌 지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죽음이나 혼을 볼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절절한 사연이 이어지고, 그렇게 그 사건은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인선이가 죽을만큼의 절박한 상황, 경하가 냉방에서 코트를 입으며 잠든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도 동상 등의 심각한 상황이었다. 멘탈도) 그 상황이 되어야만, 역사는 그냥 지나간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전달 받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되나 보다. 그래야지만, 그 정도 되는 의지가 있어야만 작별하지 않을 수 있나 보다.

여전히 이 책은 어렵다. 상당히 쉬워서 금방 완독 할 수 있는데, 작가의 마음은 알아 채기 어렵다. 그러나 작가는 이 책이 사랑에 대한 책이라고 했다. 영주에 말에 의하면 한강 작가 소설에서 역사가 배경이 된 것은 이 둘 정도 이고, 이 책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작별>, <작별하지 않는다> 눈 3부작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눈의 의미도 참 어렵다. 눈은 순환하여 예전에 누군가 맞았던 눈을 내가 다시 맞는다라는 내용을 생각 해 본다. 그리고 눈 3부작을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하며, 또 읽을 수있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책 이외의 이야기. 이 책을 읽음 인선이의 손가락 절단을 보며, 그 보다도 더 심하게 다치고 힘들어하고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했던 동생이 기억나 괴로웠다. 그 시절 내 동생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능한 매일 병원을 가고 싶어, 퇴근 후 회사에서 병원, 다시 집으로 긴거리를 오갔다. 그리고 내가 입원이 힘들었을 때 동생을 생각했었다. 그 기억이 잊었다가 다시 책을 읽으며 생각을 했다. 동생이 어떤 마음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밝아 보이고 그렇게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아팠던 때와 그렇지 않았던 때가 다르지 않도록. 그렇지만 마음은 감사함과 현명함이 있도록. 그럼에도 죽음을 생각하고 우울해 하는 마음이 때로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살아야지.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야지. 가족을 사랑하고 냐옹이들을 지키고, 회사를 가서 내 몫을 하고, 입원도 계속하고, 책을 읽고, 고마운 친구들을 만나고, 달리기를 간간히 하고, 피아노를 친다. 그렇게 힘들지만, 힘들지 않게 일상을 살아간다. 살아가겠다. )

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그때 왜 몸이 떨리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마치 울음을 터뜨리는순간과 같은 떨림이었지만, 눈물 같은 건 흐르지도, 고이지도 않았다. 그걸 공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안이라고, 전율이라고, 돌연한 고통이라고? 아니, 그건 이가 부딪히도록 차가운 각성 같은거였다.
11-12

물에 잠긴 무덤들과 침묵하는 묘비들로 이뤄진 그곳이, 앞으로 남겨질 내 삶을 당겨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바로 지금을.
12

그렇게 죽음이 나를 비껴갔다. 충돌할 줄 알았던 소행성이 미세한 각도의 오차로 지구를 비껴 날아가듯이, 반성도, 주저도 없는 맹렬한 속력으로.
15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다.
15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17

언제나처럼 아침과 저녁이면 요리를 해서 가족과 함께 먹었다. 막 중학교에 들어가 새로운 상황들과 부딪쳐야 하는 딸과 되도록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마치 몸이 절반으로 갈라지듯, 그 모든 사적인 순간들에까지 그 책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있었다.
18

오랫동안 깊은 잠을 자지 못했으며 악몽과 생시가 불분명하게 뒤섞인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에게 믿기지 않는 장면이 포착될 때, 아마도 그의 첫번째 반응은 자신에 대한 의심일 것이다.
19

악몽은 물론 그후에도 계속되었다. 이제는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한다.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일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나는 그토록 순진하게 - 뻔뻔스럽게 - 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23

세계와 나 사이에 소슬한 경계가 생긴다.
28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행로를 밟아간다 해도 더이상 주변에서 놀라게 되지 않는 사람들.
33

이런 건 처음 봤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채 나는 그녀를 건너다봤다.
나도 처음 봤어.
38

입술을 다문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인선의 옆얼굴을 나는 보았다. 특별한 미인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녀가 그랬다. 총기 있는 눈 때문이기도 하겠기만, 그보다는 성격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어떤 말도 허투루 뱉지 않는, 잠시라도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 삶을 낭비하지않을 것 같은 태도 때문일 거라고 인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것만으로 혼돈과 희미한 것, 불분명한 것들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우리의 모든 행위들은 목적을 가진다고, 애써 노력하는 모든 일들이 낱낱이 실패한다 해도 의미만은 남을 거라고 믿게 하는 침착한 힘이 그녀의 말씨와 몸짓에 배어 있었다. 피투성이 손에 헐렁한 환자복을 걸치고 팔뚝에 주렁주렁 주삿줄을 매달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약하거나 무너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44

일단 나는 계속하고 있을게.
51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57

그후로 엄만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는데, 이야기는 커녕 내색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내가 직접본 것도 아닌데,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
87

사실은 미친 짓이야, 라고 나는 낮게 중얼거린다. 나는 인선이아니고, 이런 눈에 익숙하기는커녕 경험해본 적도 없고, 이 눈보라를 뚫고 오늘밤 그녀의 집으로 갈 만큼 그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88

결정들과 계속해서 결속한다. 구름과 땅 사이의 거리가 무한하다면 눈송이의 크기도 무한해질 테지만, 낙하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때문에 눈송이는 가볍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든다. 가지들이 무한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어떤 색도 지니지 않고 희게 보인다.
93

무미무취한 눈길이 내 눈을 잠시 마주본다. 다정하지도 무심하지도 냉정하지도 않은, 어렴풋이 따스한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도 같은 눈길이다. 어쩐지 인선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할머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작은 체구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무엇보다 무심함과 미묘한 따스함의 조합이 닮아 있다.
96

오랜 시간 그 만남을 기다려온 사람의 대답이라고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그 짧은 승낙의 말에 그의 인생 전부가 들어 있다고.
97-98

이 할머니와 비슷하게 조심스러운 태도로,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발언 대신 또렷한 서울말로 인선의 어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어떤 기쁨과 상대의 호의에도 마음을 놓지 않으며, 다음 순간 끔찍한 불운이 닥친다 해도 감당할 각오가 몸에 밴 듯한, 오래 고통에 단련된 사람들이 특유하게 갖는 침통한 침착성으로.
99

접시에 김치를 덜어 식탁에 올려놓는 인선의 얼굴이 서울에서보다 평온해져 있다고 나는 그때 생각했다. 인내와 체념, 슬픔과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105

혼자만 산 이유를 알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불꽃 같은 게 활활 가슴에 일어서 얼어죽지 않은 것 같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어요. 그때 젖은 신발이 끝까지 마르지 않아 발가락 네 개가 떨어져나갔는데,
나중에야 그걸 알았지만 아깝지도 슬프지도 않더래요.
133

물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순환하지 않나. 그렇다면 인선이 맞으며 자란 눈송이가 지금 내 얼굴에 떨어지는 눈송이가아니란 법이 없다. 인선의 어머니가 보았다던 학교 운동장의 사람들이 이어 떠올라 나는 무릎을 안고 있던 팔을 푼다. 무딘 콧날과 눈꺼풀에 쌓인 눈을 닦아낸다. 그들의 얼굴에 쌓였던 눈과 지금내 손에 묻은 눈이 같은 것이 아니란 법이 없다.
133

아마.
갈라진 내 목소리가 정적 속에 울린다.
내가 살리러 왔어.
148

시고 끈적이는 눈물이 다시 솟아 상처에 엉긴다.
이해할 수 없다.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
152

우리 프로젝트 말이야.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그녀는 주전자에 생수를 부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제목을 묻지 않았어.
나는 대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주전자와 머그잔 두 개를 양손에 들고 걸어오며 인선이 되뇌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192

잔에서 입술을 뗀 인선과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생각했다. 그녀의 뱃속에도 이 차가 퍼지고 있을까. 인선이 혼으로 찾아왔다면 나는 살아 있고, 인선이 살아 있다면 내가 혼으로 찾아온 것일 덴데, 이 뜨거움이 동시에 우리 몸속에 번질 수 있나.
194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야.
인선의 목소리가 그 열기 사이로 번졌다.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아직은.
197

꿈이란 건 무서운 거야.
소리를 낮춰 나는 말한다.
아니, 수치스러운 거야.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폭로하니까.
이상한 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다.
237

아닌데, 하고 인선이 내 말을 끊고 들어온다.
아무도 남지 않은 게 아니야, 너한테 지금.
그녀의 어조가 단호해서 마치 화가 난 것 같았는데, 물기 어린눈이 돌연히 번쩍이며 내 눈을 꿰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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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ass was wet and the earth smelled of springtime.


- P1

Control myself? yelled Fern. "This is a matter of life and death, and you talk aboutcontrolling myself - P2

The pig couldn`t help being born small, could it? If I had been very small at birth, would you have killed me? - P3

He`s yours," said Mr. Arable. "Saved from an untimely death. And may the good Lord forgive me form this foolishness, - P4

Everyday day was a happy day, and every night was peaceful. - P9

I`m less than tow months old and I`m tired of living, " he said - P16

When I`m out here," he said, "there`s no placeto go but in. When I`m indoors, there`s no place to go but out in the yard. - P16

Now the trouble starts," thought Wilbur.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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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P9

사랑은 뱀과 함께
독은 어린 꽃과 함께.
- P18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어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P23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P30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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