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낯선 사람들 가운데서 자신이 작고 보잘것 없는 존재임을 느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동일한 열망을 나누는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더 나은 삶이라는 희망을 품고 이곳에 찾아왔으리라. 
- P236

"다른 사람이 반대한다고 해서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포기하지는 마. 너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해. 넌 의지가 굳은 아이야. 나는 네 능력과 힘을 믿는단다. 끈질기게밀고 나가야만 해. 삶이 네 몫으로 중요한 일을 마련해놓았어."
- P249

"육식 동물은 자연에 유익하다. 약하거나 병든 개체를먹어치워 주니까."
듣고 있던 딸은 울음을 터뜨렸다. 사라는 딸을 달래느라 이런 자연의 법칙은 인간 세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때 사라는 자신이 울타리 안쪽 안전한곳, 문명사회에 속했다고 믿고 있었다. 착각이었다.
- P258

신은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첸나이에가면 그들을 기다리는 사촌들이 있다. 내일이면 새로운삶이 시작된다.
- P273

‘그들은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몰랐다. 그래서 그 일을 해냈다.‘
불현듯 마크 트웨인의 문장이 생각났다. 줄리아가 평소 좋아하던 구절이었는데 오늘 유독 와닿았다.
- P274

꿈은 간혹 현실이 된다. 이제 줄리아는 아홉 살이 아니다. 아버지와 베스파를 탈 수도 없다. 그렇지만 그는 안다.
미래를 만드는 것은 가능성과 약속이라는 사실을. 이제 미래는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 P281

나는 그저 자신, 사라,
삶에 치이고 상처받은 한 여자다. 하지만 나는 살아가겠다. 상처투성이로, 찢기고 베인 자국을 모두 간직한 채로 살아남으리라. 흉터를 감추지 않겠다. 앞서 나의 삶이 가짜였던 만큼 새로 시작할 삶은 진짜로 살겠다.
- P292

상점을 나서면서 사라는 세계 저편, 인도에서 자기 머리카락을 내어준 사람을 그려보았다. 머리카락을 참을성있게 고르고 손질했을 시칠리아의 장인들을 떠올렸다. 그러자 온 세상이 그의 회복에 협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생명을 구하는 자가 온 세상을 구한다."
탈무드의 구절이 떠올랐다. 오늘, 온 세상이 그를 구하러 나섰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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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군중은 유럽과 그 역사의 이미지로 보였다. 유럽은 하나의 대장정이다. 혁명에서 혁명으로, 전투에서 전투로 이어지며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장정.
- P169

아니다.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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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로젯의 태도에서 드러나듯 경제학자조차 기회비용을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과 동일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판매할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지갑에서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만큼 가슴 아프지 않은 것이다. 현금을 실제로 지불하는 것에 비해 기회비용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 P48

이후 오랜 세월이 흘러 대니와 아모스는 그 차이를 ‘프레이밍framing‘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지만, 마케터들은 개념 이전의 프레이밍의 중요성을 이미 본능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추가 요금을 부담하는 것은 주머니에서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지만, 할인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기회비용일 뿐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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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그저 똑같은 인간, 즉 호모사피엔스다. 여기에서 문제는 경제학자들이 활용하는 모형, 즉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내가 종종 줄여서 말하는 ‘이콘‘이라는 가상적 존재를 가정하는 모형이다.
- P29

 그러나 최근 위험을기꺼이 무릅쓰고 전통 경제학의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고자 하는 창조적인 젊은 경제학자들이 등장했고, 풍요로운 경제학 이론을 향한 꿈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오늘날 이런 노력을 추구하는 분야는 ‘행동경제학‘이라 불린다. 행동경제학은 전통 경제학과 완전히 다른 학문이 아니다. 여전히 경제학 범주에 속하며, 다만 심리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과학을 폭넓게 받아들인다.
- P37

다른 모든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이야기 역시 한 가지 아이디어와 더불어 다른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직선적 행보를 따르지 않는다.
많은 아이디어가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연대와 주제에 따라 전개되는 구조를 띤다.
- P38

자, 그럼 지금부터 행동경제학이 발아한 그 반가운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중요한 조언을 하나 한다면, 더 이상 재미가 느껴지지 않을 때 이 책을 덮으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잘못된 행동‘일것이다.
- P39

가질 때의 기쁨과
잃을 때의 고통,
무엇이 더 클까?
- 소유 효과의 비밀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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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좌지우지할 수 있고,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유일한 인간이자 다른 모든 사람들의 죄값을 대신 치를 수 있는 인질, 그것은 테레자였다.
- P77

그녀는 한때 그녀가 과대평가했던 젊음과 아름다움이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 지나간 삶과 엄숙하게 결별하고자 철저하게 뻔뻔해졌다.
- P81

그리고 다른 뭔가가 있다. 테이블 위에 책이 한 권 펼쳐져 있었다. 이 카페에서 테이블 위에 책을 펼쳐 놓았던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테레자에게 책이란 은밀한 동지애를 확인하는 암호였다. 그녀를 둘러싼 저속한 세계에 대항하는 그녀의 유일한 무기는 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뿐이었다. 
- P84

그런데 어떤 한 사건이 보다 많은 우연에 얽혀 있다면 그 사건에는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 P86

당신이 생각하는 소설적이라는 말이 ‘꾸며 낸‘, ‘인공적인‘, ‘삶과는 유사성이 없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이란 이런 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 P91

"나 때문에 질투한 게 사실이야?" 그녀는 마치 노벨상 수상자로 지목되었으나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사람처럼 수십 번 같은 질문을 했다.
- P98

불행히도 머지않아 질투심을 갖게 된 사람은 그녀 자신이었다. 토마시에게 그녀의 질투심은 노벨상이 아니라. 죽기 전 겨우 한두 해 정도만 벗어날 수 있었던 짐이었다.
- P99

끊임없이 ‘신분 상승‘을 원하는 자는 어느 날엔가 느낄 현기증을 감수해야만 한다. 현기증이란 무엇인가? 추락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튼튼한 난간을 갖춘 전망대에서 우리는 왜 현기증을 느끼는 것일까? 현기증, 그것은 추락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그 무엇이다. 현기증은 우리 발밑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홀리는 공허의 목소리, 나중에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무리 자제해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추락에 대한 욕망이다.
- P105

그들이 사랑한 것은 사실이다. 오류가 그들 자신이나 그들의 행동 방식 혹은 감정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공존 불가능성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왜냐하면 그는 강했고 그녀는약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하던 중 삼십 초쯤 말을 멈추었던 둠체크 같았고, 말을 더듬고 숨을 돌리고 말을 잇지못했던 그녀의 조국과 같았다.
- P132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토마시와 사비나가 중산모자의 모티프를 서로 나눠 가졌듯)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성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기 마련이다.
내가 사비나와 프란츠 사이에 난 모든 오솔길을 되짚어본다면, 그들이 작성한 몰이해의 목록은 두터운 사전이될 것이다. 우리는 조그만 어휘록으로 만족하기로 하자.
- P152

그러나 B를 위해 A를 배신했는데, 다시 B를 배신한다 해서 이 배신이 A와의 화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 P157

처음부터였건 마지막 순간부터였건, 좋아서 그랬건  싫어서 그랬건, 오직 공산주의 체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 아니면 수동적으로 저항했는지 그것만 알고 싶어 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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