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또한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창하는 유미주의도 비판한다. 유미주의는 예술과 도덕을분리하려고 하면서 도덕과 무관한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니체는 예술은 우리의삶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삶은 자신의 고양과 강화를 위해서 항상 모든 것을 평가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자신의 고양과 강화에 유리한것은 좋은 것으로, 그렇지 않은 것은 나쁜 것으로평가한다.
- P118

비극은 삶의 비참함과 허망함을 표현함으로써 욕망을 버리라는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니다. 비극이 주는 메시지는 건설과 파괴를 거듭하면서 놀이하는 세계의 충일한 생명력을 닮으라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의 생명력은 운명의 장난으로 급격하게 비상했다가 급격하게 추락해버리는 비극 주인공의 삶으로 나타난다. 비극 주인공은 비참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다.
- P122

니체가 사유하는 과정에서 대결했던 괴물은 니힐리즘과 염세주의다. 니체는 그리스도교의 붕괴 이래 근대인들이 니힐리즘에 빠졌다고 보았다. 니힐리즘은 삶과 세계에서는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모든 것이 덧없이 생성되고 소멸할 뿐이라고 보는 사상이다. 니힐리즘은 당연히 염세주의로 귀착된다. 사람들은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결국은 허망한 죽음으로 귀착되는 삶에 대해 염세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123

물론 마르크스는 그리스도교의 인격신을 허구라고 보았다. 그러나 그 역시 그리스도교와 마찬가지로 공명심과 승부욕을 배격하면서 자신이 지향하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경쟁과 승부욕 대신에 사랑과 연대가 지배할 것을 기대했다. 이 점에서 니체는 마르크스 사상을 비롯한 모든 평등사상은 그리스도교의 연장이라고 본다.
- P126

그리스인들은 경쟁과 투쟁을 인간사회뿐 아니라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로 보았다. 이러한 생각은 "투쟁은 만물의 아버지"라고 말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에서 잘 드러난다. 모든 것이 경쟁과 투쟁을 통해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우주가 바로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우주였다. 경쟁과 투쟁이 사라진 세계는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계가 아니라 죽은 세계라는 것이다.
- P129

이에 반해 악의적인 힘을 향한 의지는 자신보다 약한자들만을 찾아서 괴롭히고 지배하려는 의지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갑질‘이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그 예다. 자기보다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통해 자신의 강함을 손쉽게 느끼고 싶어 하는 비겁한 의지다. 자기보다 강한 자와의 대결을 통해 자신을 고양하거나 강화하려고 하지 않기에 아무런 발전도 없다.
세상에는 흔히 악의적인 의지가 판치기에 이 세상은 비극이다. 
- P130

니체는 우리가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아폴론적인 가상은 서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스인들은 다른민족들과는 달리 삶의 고통과 고뇌를 극히 민감하게 느끼는 민족이었기에, 고통과 고뇌를 견디기 위해 올림포스 신화라는 환희에 찬 신들의 질서를 창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그리스인들이 올림포스의 환상적인 세계로 도피해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리스인들은 신들도 인간과 동일한 삶을 산다고 봄으로써 인간의 삶을 정당화하고 신성한 것으로 만들었다.
- P138

『비극의 탄생』은 니체 자신이 인정하는 것처럼 한계를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후기 니체의 사상으로 발전될 수 있는 강력한 맹아를 가진 책이다. 후기 니체가 전개하는 힘을 향한 의지 사상은 디오니소스 신의 충만한 생명력에 대한 사상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영원회귀 사상은 디오니소스 신을 표출하는 현상세계가 갖는 완전성에 관한 사상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초인 사상은 『비극의 탄생』에서 말하는 디오니소스적인 힘의 화신인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사상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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